한국개발연구원(KDI)이 두 달째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약화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KDI는 11일 발간한 '10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가 일부 개선됐으나, 대외 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경기 회복세가 약해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KDI의 이같은 진단은 지난달 '9월 경제동향' 발표에 이어 두번째다.
KDI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둔화 여파로 지난달 수출은 전월(6.6%)보다 낮은 2.8%의 증가율(전년대비)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최대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전달(-7.8%)에 이어 감소세(-5.7%)를 지속했고, 우리나라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도 중국의 경기 부진으로 하락세(-6.5%)를 이어갔다.
KDI는 "반도체는 수요 둔화로 인해 가격이 하락하고 수출도 감소하고 있다"며 "또 중국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통화긴축 기조가 강화되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8월 전산업생산은 전월대비 0.3% 줄면서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고, 광공업생산은 반도체 생산의 14.2% 감소 등의 영향을 받아 1.8% 줄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75.2%)과 재고율(124.0%)은 전월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지만 반도체의 가동률은 대외 수요 둔화로 전월대비 12.2% 줄고, 재고율은 3.8% 늘었다 KDI는 반도체 수요의 감소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속화로 제조업의 기업 심리도 악화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서비스업 생산은 숙박⋅음식점업(32.0%)과 운수⋅창고업(13.8%) 등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호조를 보이면서 7.1%의 증가율을 보였다.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승용차 중심으로 판매가 늘면서 6개월 만에 증가세(2.3%)로 돌아섰다.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 투자 모두 늘면서 11.8% 증가했고, 건설투자도 토목부문의 투자 확대로 7.5%의 증가율을 보였다.
고용시장도 호조세를 이어갔다. 8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80만7000명 증가하며 전월(82만6000명)과 비슷한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 하락 기조에 전년대비 5.6%의 상승률을 기록해 전월(5.7%)에 이어 상승세가 둔화됐다. 그러나 이달 전기ㆍ가스요금 인상과 고환율 지속, OPEC플러스(OPEC+) 원유 감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이 물가 상승 압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KDI는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 "미국 등 주요국에서 고물가에 대응한 통화긴축 기조가 강화됨에 따라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더욱 확대됐다"며 "당분간 낮은 성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