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주식·채권·통화 약세 삼중고...“팬데믹 이후 역대 최악”

입력 2022-10-11 15:26 수정 2022-10-1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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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I EM지수, 올해 28% 이상 하락
남아공 랜드·러시아 루블 가치 추락…튀르키예 리라는 사상 최저 수준
올해 11개국서 21차례 신용등급 하향
“팬데믹 제외하면 신흥시장 역대 최악의 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7일 트레이더가 주가를 살피고 있다. 뉴욕(미국)/신화뉴시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7일 트레이더가 주가를 살피고 있다. 뉴욕(미국)/신화뉴시스
글로벌 경기침체 불안과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가속,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긴장 속에 신흥국이 삼중고를 겪고 있다. 주식과 통화, 채권이 계속 약세를 보이는 등 자산 전반에 걸쳐 불안감이 가중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신흥국 증시 벤치마크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EM)지수는 올 들어 지금까지 하락폭이 28%를 넘는다. 이 지수는 이날도 1.5% 하락해 2거래일 연속 떨어졌다.

외환시장도 불안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의 미국 달러 대비 가치는 올 들어 지금까지 12% 하락해 2년여 만의 최저치를 나타냈다. 현재 남아공은 에너지 비용 문제와 발전소 운영 차질로 대규모 정전 사태를 겪고 있다. 당국은 정전 문제를 해결하고 발전 용량을 보충하기 위해 10일부터 12일까지 야간 전력 공급 중단에 들어간 상태다.

러시아 루블은 우크라이나 전쟁 긴장 고조 속에 추락하고 있다. 달러·루블 환율은 이날 장중 63루블까지 오르면서 7월 7일 이후 3개월 만에 최고치(루블 가치 최저)를 기록했다.

러시아 주요 주가지수인 모엑스지수도 1.9% 하락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됐던 2월 24일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장 초반 12% 가까이 폭락하면서 한때 1800선이 붕괴하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가 크림대교 폭발에 대한 보복 조치로 이날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미사일 공습하면서 시장의 공포를 촉발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에도 금리를 내리고 있는 튀르키예(터키)에선 리라화 가치가 0.7% 하락하면서 사상 최저 수준에서 움직였다. 지난주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앞으로도 기준금리를 계속 인하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채권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올해 들어 11개 신흥국을 대상으로 21차례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상향 조정은 6차례에 그쳤다. ‘CCC+’ 이하 등급인 신흥국은 13개국에 달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 절정이던 2020년을 제외하면 신흥시장 역대 최악의 해에 해당한다고 피치는 설명했다.

도이체방크는 “스리랑카를 포함해 15개국은 해외에서의 자금 조달이 사실상 차단됐다”며 “신흥시장은 이미 위기 상황이다. 금리 인상과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이 결합해 더 많은 국가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TD증권의 크리스티안 마지오 투자전략책임자는 “위험 선호 심리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며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긴장 등의 여러 요인이 지속해서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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