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푸틴 징집령에 남성 씨가 마른다...한국까지 닥친 엑소더스 행렬

입력 2022-10-1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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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월 20일 망원경으로 훈련장을 살피고 있다. 오렌부르크(러시아)/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월 20일 망원경으로 훈련장을 살피고 있다. 오렌부르크(러시아)/AP뉴시스

러시아가 인구위기에 내몰리게 됐습니다. 전쟁과 경기침체로 불안감을 느끼는 여성들은 출산을 꺼리고, 젊은 남성들은 징집을 피해 앞 다퉈 모국을 탈출하면서 러시아 인구 감소 문제가 악화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인구 ‘퍼펙트스톰’ 온다”...올해 100만 명 감소 전망

최근 미국 국방 싱크탱크인 제임스타운파운데이션에 따르면 러시아 인구는 올해 들어 5월까지 43만 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실상 지난해 같은 기간 감소폭을 훨씬 웃도는 것이라고 합니다. 러시아는 인구 조사에서 2014년에 합병한 크림반도까지 포함해 발표하는데, 이를 감안하면 러시아 본토 인구 감소세는 더 가파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에 올 한해 러시아 인구가 100만 명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이는 러시아 경제가 가장 최악이었던 1990년대보다 인구 감소 문제가 더 심각할 것이란 이야기죠.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인구통계학적으로 ‘퍼펙트 스톰’을 맞이하게 될 것이란 경고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난해에도 러시아에서는 신생아보다 사망자가 더 많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민자 유입이 사망자 증가세를 상쇄했는데요. 올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경기침체,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이를 기대할 수 없게 됐습니다.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후 러시아가 다시 국경을 개방하긴 했지만, 이민자 유입이 크지 않은 데다, 전쟁으로 남성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 본토 출산율에도 영향

▲9월 29일 러시아 신병들이 기차를 타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AP뉴시스
▲9월 29일 러시아 신병들이 기차를 타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AP뉴시스

전쟁에 대한 불안감으로 여성의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러시아 인구통계학자 알렉세이 락샤는 러시아 경제적 상황과 전쟁으로 인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출산율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최저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러시아 출산율은 급격히 낮아져 여성 1인당 자녀 수가 1.5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러시아가 현재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여성 1인당 자녀 수(2.2명)에 훨씬 못 미칩니다. 이대로라면 러시아의 총인구는 당연히 감소하게 되는 것이죠.

특히 러시아의 의료 체계가 취약해 인구 고령화 문제와 전염병 확산으로 인한 사망률 증가 문제까지 겹치면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푸틴의 고민, 인구 감소=병력 감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조사위원회 위원장과 회의를 하고 있다. 모스크바(러시아)/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조사위원회 위원장과 회의를 하고 있다. 모스크바(러시아)/로이터연합뉴스

가파른 인구 감소 추세는 국가 이미지는 물론 경제 회복 전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러시아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더군다나 8개월째 전쟁을 감행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입장에서 인구 감소는 곧 병력 감소를 의미할 겁니다.

한 전문가 추정에 따르면 2032년까지 러시아군이 현재 군대 규모를 유지하려면 징집률을 지금의 6.31%에서 8.01%로 높여야 합니다. 인구 감소가 지속되면 병력을 현재 규모로 유지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인구통계학적 위기는 곧 잠재적 정치적 위기이자 매우 실질적인 위험이 됩니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인구 감소세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제임스타운파운데이션은 러시아 당국이 다자녀로 대가족을 이룬 여성에게 ‘영웅 어머니 지위’를 부여하는 소련 시대 관행을 복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실효성 측면에서는 의구심이 듭니다.

이어지는 고국 탈출 행렬…요트 타고 한국 오기도

▲북오세티야공화국 베르크니 라스에서 지난달 28일 국경을 넘은 러시아인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베르크니 라스(북오세티야)/AP뉴시스
▲북오세티야공화국 베르크니 라스에서 지난달 28일 국경을 넘은 러시아인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베르크니 라스(북오세티야)/AP뉴시스

푸틴 대통령이 부분 동원령을 내린 이후 러시아에서는 당국의 징집을 피해 고국을 탈출하려는 남성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카자흐스탄 정부는 지난 2주 동안 러시아인 약 20만 명이 자국에 입국했다고 밝혔죠. 탈출 행렬의 목적지에는 한국도 포함됐는데요. 영국 일간 가디언은 10일 BBC 러시아어 방송 보도를 인용해 지난달 2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8명의 남성이 요트를 타고 한국에 도착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장기화하게 될 경우 러시아의 인구 감소를 부추기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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