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여야 간 논쟁은 이미 각종 보도에서 알 수 있으니 그 내용은 여기서 다루지 않는다. 여기서 다뤄야 하는 내용은 일본 방위성과 자위대의 독도 인식이다. 일본 방위성은 8월 22일 2022년도 판 ‘방위백서’를 출간했다. 이번 방위백서에서 ‘독도’에 대한 기술을 살펴보면 벌써 2쪽에 “우리나라(일본) 고유의 영토인 북방영토나 다케시마(독도)의 문제가 여전히 미해결로 남아 있다”는 표현이 나온다. 여느 때와 같이 일본 방위성은 독도를 ‘일본의 고유영토’로 방위백서에 기재한 것이다.
방위백서에 독도가 일본 고유영토로 기재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한국 외교부는 이미 7월 22일 보도관을 통해 일본 측에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반복했다”고 항의했다. 동시에 철회를 요구하는 대변인 논평도 발표했다. 그리고 하야시 마코토(林誠) 주한 일본대사관 정무공사를 불러 항의했다.
이번 방위백서 117쪽에는 최근 4년간 중국과 러시아가 동해 상공에서 실시한 공동 비행을 그림으로 표시하면서 동시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그려놓았다. 그리고 237쪽에서는 자위대가 감시, 경계 활동을 하는 해공역(海空域)을 표시했는데 독도를 일본이 주장하는 일본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 포함했다.
이와 관련해서 일본의 방위성과 자위대 사이트를 보면 보도자료에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뉴스가 게재되어 있는데 삽입된 그림에도 일본의 EEZ에 독도를 포함했다. 이런 식으로 일본 방위성은 동해를 뉴스나 보도자료에 표시할 때 항상 독도를 자국 EEZ 안쪽에 기재하면서 일본 영토로 강조하고 있다. 이런 일본 측 허위 주장과 허위 홍보를 막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이런 국제적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KADIZ는 한국전쟁 중인 1951년 미 공군에 의해 설정되었다. 방공식별구역은 영공과는 다른 개념이지만 각국의 영공을 기준으로 삼아서 설정되는 것이 관례다.
1951년 당시 연합국과 일본 사이에서는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전으로 인해 일본 영토를 새롭게 설정하는 샌프란시스코 대일강화조약의 초안 작성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조약 초안에서도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연합국의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KADIZ에 독도 상공이 포함된 것으로 판단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연합국의 ‘일본에 대한 지령(SCAPIN) 677호’에 독도는 한국 영토로 표시되어 있었고 그것을 반영한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1951년 4월 7일 자 영국 초안에도 독도는 일본에서 분리돼 한국 영토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공식별구역은 국방상의 이유로 각국이 임의로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일본 측이 앞으로 독도까지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에 포함하려는 시도를 할 때가 올 수 있다. 다만 그때는 미국에 의한 한일 간 중재가 효력이 없어질 정도로 미국의 영향력이 저하됐을 때라고 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미국의 영향력이 한일 양국에 미치고 있을 기간에는 KADIZ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여튼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합의를 한일 간 해야만 두 나라 사이의 많은 문제가 풀린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영토 문제가 있는 나라끼리는 군사동맹을 맺을 수 없다. 최근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체결이 이뤄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결국 일본이 독도를 한국 영토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기본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한일관계를 사실상의 군사동맹으로 개편한다면 독도에서 큰 문제, 즉 한일 간 충돌 사태가 생길 우려가 크다. 일본이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일부러 만들기 위해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을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한국 측이 가볍게 봐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사소한 일로 군사훈련 중이나 실제 전투 중에 독도에서 한일 간 충돌이 일어난다면 그것이야말로 일본이 의도한 대로가 된다. 분쟁이 발생하면 독도 문제가 국제사법재판소로 회부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일본은 과거에 몇 번이나 침략전쟁을 감행한 나라다. 그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 없이 패전 후에 일본군이 해체됐지만, 일본군의 문화는 자위대에 그대로 계승되었다는 점과 그런 자위대의 상징이 욱일기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