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ESG 시나리오 경영

입력 2022-10-13 06:00 수정 2022-10-1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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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사회·지배구조(ESG) 시나리오’라는 말을 꺼내면, 보통 가장 많이 알려진 기후 시나리오를 떠올릴 것이다. 무릇 경영을 하면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하고, 회사는 활동하면 성과도 따라야 하는 법. ESG가 단순한 사회공헌 차원이 아닌 ‘ESG 경영’이라고 부를 수 있으려면, 기후 시나리오뿐 아니라 환경 분야 전체(E), 나아가 사회(S)와 거버넌스(G) 관련 활동과 성과까지 연계돼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ESG 위험과 기회는 ‘경영의 위험과 기회’라는 보다 큰 틀에서 바라보고 관리체계나 재무 사항과도 통합해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흔히 “위험은 칼과 같다”는 말을 한다. 피해만 다니거나 칼날을 잘못 잡으면 상처를 입겠지만, 손잡이를 잡으면 그 효용이 매우 크다는 의미다. 위험의 인식과 올바른 대처 여부에 따라, 회사의 관리 역량이나 손익 향상에 새로운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일본 경영의 신, 마스시타 고노스케는 이를 ‘댐 경영’이라 했다. 돈의 흐름이 풍부한 호황기에는 향후에 닥칠 위험을 고려해 물을 비축해 놓다가(위험관리), 현금 유동성이 막힐 수 있는 불황기에는 댐에 비축했던 물을 풀어서 칼끝으로 맛있는 요리를 하듯 위기에 정면 대응하며 혁신의 돌파구로 삼는다(기회 활용)는 것이다. 일본의 또 다른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에 의하면, 댐 경영의 강연이 끝난 후 한 청중이 “그런 말 누가 못하냐? 현실적으로는 안 된다. 비법을 알려 달라”는 질문을 했다고 한다. 마스시타 고노스케는 멋쩍은 듯 마지막 한 마디를 더 붙인다. “그건…생각만큼 어렵지 않습니다”

ESG경영도 그럴까? ESG 위험과 기회 시나리오를 활용하는 것 또한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산업과 회사에 특화된 ESG 지표를 위험과 기회로 수렴시키고, 중요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관리 활용해 나가면 된다. 곧, ① 위험과 기회의 인지(Risk-Opportunity Profile 작성) ② 위험과 기회의 측정(중요도 평가) ③ 개선기회 활용(성과관리 및 가치창출)]의 단계별로 적용하는 것이다. 먼저, 회사 내에서 위험과 기회를 ① 정성적으로 인지하고 분류하고 나면, ‘위험의 심각도’와 ‘기회의 매력도’에 따라 ESG 위험 기회 요인들을 ② 수치적으로 정량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구조화 된 개선기회는 ‘ESG 개선 과제’로 전환될 것이고, 이는 ③ ESG 등급이나 특정 업무 분야의 핵심성과지표(KPI)의 ‘정성/정량적 개선’, 관련 재무계정이나 재무지표에 영향을 미치는 ‘금전적인 개선’, 회사 전체의 직접적인 주가 변화나 사회적 성과로 나타나는 ‘기업가치나 사회가치의 창출’로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틀은 회사 자체의 ESG경영 뿐 아니라, 기업에 투자하는 ESG운용에도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회사가 직면한 이슈의 성질이나 사회 여건, 이해관계자들의 입장, 개선 의지와 수준, 실행 정도가 유동적인 만큼 시나리오에 의해 관리해야 한다는 특성이 있을 뿐이다.

여기서 “현실적으로 어떻게 하란 말이냐?”는 독자의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ESG 위험과 기회 시나리오를 ‘정량화-금전화-주가화’ 단계별로 참고가 될 만한 사례를 살펴보자(UN PRI).

먼저, ESG 위험과 기회 시나리오의 ‘자체 정량화’ 단계다. 시코모어 자산운용(Sycomore Asset Management)은 투자대상 회사의 개별 ESG 요소들을 긍정과 부정 이슈로 평가하고 고유 방법론인 SPICE 모델(Supplier, Society and State, People, Investors, Clients, Environment) 등급을 산출해 위험관리나 기회 활용의 모델로 활용한다. 예컨대, 건강과 위생, 환경 이슈가 중요한 식품업에서 식품 ‘공급망 투명성의 효과적인 관리’나 ‘제품 라벨링’이 있다면 벤더사와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으므로 가점 요소가 될 것이다. 건강에 좋은 천연 유기농 제품이 있는 회사는 매출에 직접적인 기회가 되고, 투자자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하는 것도 회사의 디스카운트 방지와 신뢰 향상에 도움이 되니 SPICE 점수를 올릴 수 있다. 하지만, 회계 리스크나 노조 문제, 견제와 균형의 작동이 어려울 수 있는 강력한 경영권 방어 장치는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분류돼 SPICE 점수와 등급을 하향해 이를 재무적으로 반영하게 된다(정성/정량적 개선).

다음은, ESG가 특정 재무 계정과 직접 연동되는 경우다. 카라벨 매니지먼트(Caravel Management)는 파키스탄의 섬유 의류 회사의 위험 기회 시나리오를 통해 ‘금전적 개선’과 연동시켰다. 해당 회사는 유럽의 글로벌 의류회사에 납품하는 업체인데, 의류업에서 특히 민감한 ‘공급망 관리와 준수’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ESG 선도회사인 만큼 안정적인 제품 공급이 가능하고, 부정적인 ESG 이슈 회사의 물량까지 추가로 수주할 경우 3년 내 연간 의류 생산량을 2배, 즉 1250만 벌로 확대할 수 있었다. 이 경우 매출은 10%, 매출총이익은 12% 상승할 것이다. 반면, 노동문제가 매우 민감한 파키스탄의 회사인 만큼, 문제 발생 시 기업가치 하락은 불가피하다. 즉, 노동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과거 사례 기준 평균 가동중단 기간(Downtime)인 6개월 동안 수익이 절반은 감소될 것이므로, 주당 예상가치는 9달러가 감소한다. 이 경우 계약의 1/3은 해지(Lost Contracts)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주당 27달러가 추가 하향한다. 노동문제 피해배상과 신규 직원 고용 시 인건비 10%를 영구적으로 인상하는 효과 또한 발생하므로, 주당 가치는 8달러 더 낮아진다. 이러한 사태의 원인은 경영과 거버넌스에 최종 책임을 물을 수 있으므로, 기업지배구조 할인율 10%를 적용해, 주당 7달러를 추가 하향한다. 결과적으로, ESG 잠재 리스크로 인해 주가는 주당 미화 100달러에서 51달러(=-9-27-8-7)가 감소한 49달러로 반 토막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 시나리오 방식으로, 글로벌 자산운용사 로베코(Robeco)의 ESG상 ‘목표 주가 대비 상승 여력’ 평가를 참고해 보자. 알루미늄처럼 환경 이슈와 사회적 안전 문제에 민감한 포장업의 한 회사의 경우 ESG 위험 기회 시나리오상 아무 개선 없을 때 9%, ESG 개선이 상당한 시나리오의 경우 22%, 매우 강력한 변화가 예상될 경우 38%까지 추가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판단했다.

우리는 ESG가 필수인 시대에 살고 있다. ESG도 엄연히 경영의 일환인 만큼, 위험과 기회 요인을 적극 활용해 ‘돈이 되는 ESG’를 모색해 보자. 다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따라 그 결과는 매우 달라질 것이다. 결국, ESG 시나리오 경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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