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韓 최초 ISO 회장된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 "中 선물 공세도 끄떡없어"

입력 2022-10-1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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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다른 선물 준비해온 中과 대결
영어 구사 등 개인 능력도 발휘해
국내 기업 표준 활동 활성화 약속
"모비스 경영 잘할 것…체력 문제없어"

▲한국인 최초로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에 당선된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이사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박준상 기자 jooooon@)
▲한국인 최초로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에 당선된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이사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박준상 기자 jooooon@)

시작부터 끝까지 중국이 유리했다. 중국은 매일 다른 선물로 회원국의 환심을 사려 했다. 회의장도 중국에만 주어졌다. 프롬프터도 없었고 발표 PPT도 갑자기 바꿔야 했다.

포기하지 않았다. 끝까지 회원국 투표자를 한 명 한 명 만나며 설득했다. 산업계 활동 경험과 국제표준화에 대한 진심으로 다가갔다.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는 그렇게 한국 최초로 국제표준화기구(ISO) 회장에 당선됐다.

조 대표이사는 12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ISO 회장으로 당선됐던 지난달을 회상하며 가장 힘든 순간으로, 상대 후보였던 왕더청(王德成) 중국기계화학연구총원집단 이사장과 경쟁을 꼽았다.

"중국은 선물을 진짜 많이 준비했다. 매일 들어오는 선물 색이 다르고 조그만 것도 있고, 큰 것도 있었다. 대단했다."

회의를 위한 사무실조차 구하기 힘들었다. 반면 중국은 일찌감치 사무실을 배정받았다. 조 대표이사는 "나라 규모 차이인가 생각도 했다. 중국은 방이 하나 있는 것 같은데, 그런 면이 좀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조 대표이사는 ISO 회장으로 당선됐다. 진심으로 회원국을 상대했던 것이 당선 배경으로 보인다.

조 대표이사를 도왔던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측은 회원국과 질의응답을 피했지만, 조 대표이사는 적극적으로 질의응답에 응했다고 한다. 총회 주간 저녁 프로그램 때도 중국은 스탠딩으로 준비하고 공연 위주로 진행했지만, 한국은 소통에 중점을 두고 진행해 회원국에 마음을 샀다.

조 대표이사의 개인적인 능력도 충분히 발휘됐다. 조 대표이사는 산업계에서 오래 활동하며 국제경험을 쌓았고, 국제표준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영어 구사 능력도 갖춰 직접 회원국을 설득했다. 현장 발표 중엔 열악한 상황인 걸 미리 파악하고 한 시간 만에 새로 발표 자료를 만드는 등 위기 상황에도 의연하게 대처했다.

국표원과 현대모비스, 관련 기관 등 모두가 조 대표이사의 당선을 위해 발로 뛰었다. 이후에도 조 대표이사가 회장 활동하는 데에 지장이 없도록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이상훈 국표원장은 "물심양면으로 지원해드릴 생각"이라며 "성공적으로 회장 임기를 마치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이사는 당선인 신분으로 내년 한 해 활동한 후, 2년간 회장을 맡는다. 임기 동안 가장 큰 목표는 표준화 기술 과정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는 "신기술이나 혁신기술을 어떻게 하면 빨리 표준화할 수 있을까 고민"이라며 "기술 개발과 표준화를 병행해서 앞당기는 프로세스를 구상하고 싶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의 표준 활동에도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조 회장은 "국내에 좋은 제도와 사례를 다른 나라에 인식시키고 전파하는 활동을 통해서 협상력을 높이는 걸 하고 싶다"며 "회장국으로서 역할을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통해 향후 국내 표준 활동에 있어서 세계적인 강자로 자리매김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활동을 하면서 ISO 회장까지 하면 일찌감치 지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조 대표이사는 주변 지인들에게 "현대모비스 회장도 같이하는 건지", "체력은 괜찮은가", "언제 모비스 그만두냐" 등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런 우려에도 조 대표이사는 웃음을 보였다. "제일 첫 번째 신경 쓰는 건 회사를 잘 경영하는 것이다. 그 바탕 위에 ISO 회장을 하는 거라 회사 일에 소홀함은 없을 것이다. 해외출장이 많아지는데 산업계에서 30년간 활동했으면 기초체력은 준비된 것이라 특별히 부담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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