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질환 환자에게 스텐트 시술과 수술 치료를 한 결과 사망률에서 차이가 없다는 장기 추적 관찰 결과가 나왔다.
이는 심장분야 의료진의 오랜 논쟁 주제이던 관상동맥 질환의 스텐트 시술과 수술 치료의 결과를 역대 최장 기간인 약 12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로, 전 세계에서 처음이다.
최근 다른 연구에서 심장 관상동맥 두 군데 이상이 막히는 다혈관질환의 경우 스텐트 시술이 수술에 비해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왔지만, 이번 연구로 스텐트 시술의 장기적 안정성이 충분히 입증돼 앞으로 중증 다혈관질환의 치료방침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안정민·강도윤 교수 연구팀은 880명의 심장 관상동맥 다혈관질환 환자를 스텐트 시술과 수술 치료로 무작위 배정하고 약 12년 간 추적관찰한 결과. 양쪽 환자군의 뇌졸중·주요 심장사건 및 사망률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고 12일 밝혔다.
안정민·강도윤 교수가 공동 1저자, 심장내과 박승정·박덕우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한 연구 논문은 피인용지수 39.918인 심장 분야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미국심장학회 공식학술지인 ‘서큘레이션(Circulation)’에 최근 게재됐다. 특히 최근 미국 보스톤에서 열린 미국 심혈관중재시술학회(TCT)에서 안정민 교수가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연구는 2015년 박승정 교수팀이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발표한 연구의 후속 연구로 수행됐다.
당시에는 심장 관상동맥 다혈관질환 환자의 치료 결과를 평균 4년 6개월 추적관찰 했다. 12년 가까이 장기적으로 분석한 것은 이번 연구가 세계 처음이다. 지금까지의 다혈관질환 관련 연구 중 가장 오랜 기간을 추적관찰 해 신뢰도를 높였다.
연구팀은 다혈관질환 환자 중 2008년 7월부터 2013년 9월까지 국내 27개 기관에서 약물방출 스텐트 시술을 한 환자 438명과 수술치료를 한 환자 442명을 비교했다. 두 환자군의 치료 당시 평균 나이는 스텐트 시술 환자군이 64세, 수술치료 환자군이 64.9세로 비슷했다. 두 환자군의 추적관찰 기간은 평균 11.8년이었으며, 사망이나 뇌졸중 및 주요 심장사건 발생률은 스텐트 시술군에서 28.8%, 수술 치료군에서 27.1%로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시술 후 심근경색 발생률은 스텐트 시술 7.1%, 수술치료군 3.8%로 스텐트 시술 군이 조금 더 높았으며, 재발로 인해 재시술을 할 확률은 치료방법의 특성상 스텐트 시술이 22.6%, 수술 치료군이 12.7%로 스텐트 치료군이 10%p 가까이 높았다.
하지만 이 수치들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되지는 않으므로, 수술이 어려운 고위험군이나 가슴을 여는 심장수술에 대한 우려가 있는 환자들에게 스텐트 시술이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안정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세계에서 진행된 심장 관상동맥 다혈관질환 연구 중 스텐트 시술의 치료효과를 가장 장기간 추적관찰 했다. 그동안 심장 관상동맥 다혈관질환의 경우 치료방법에 따른 효과성 비교에 대해 논란이 있었는데, 스텐트 시술이 수술만큼 충분히 안전하고 효과가 있다는 점이 증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 교수는 “일반적으로 심장 관상동맥 다혈관질환으로 치료받는 환자들의 다수가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나이·동반질환 등으로 수술이 어려운 경우 스텐트 시술만으로도 여생을 건강히 보낼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