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시대, '중산층·고신용자'부터 '빚투' 충격온다

입력 2022-10-1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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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기준금리 인상 설명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공동취재단)
▲12일 기준금리 인상 설명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공동취재단)

최근 5년간 중산층 이상 고소득 가구의 금융부채가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석 달 만에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는 등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중산층 이상 가구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4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2017년 113.1%에서 지난해 143%로 4년 동안 29.9%포인트 상승했다.

2017년 4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5560만 원, 금융부채는 6288만 원으로 부채가 738만 원 더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처분가능소득과 금융부채가 각각 6093만 원과 8711만 원으로 연간 기준으로 소득보다 부채가 2618만 원 많았다.

소득 4분위에 이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2017년 103.7%에서 2021년 122.8%로 19.1%포인트 증가했고, 3분위가 13.3% 포인트(2017년 126.7%→2021년 140.0%) 상승했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2분위의 이 비율은 2017년 117.9%에서 지난해 127.5%로 9.6%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는 같은 기간 115.3%에서 106.8%로 오히려 8.5%포인트 하락했다.

소득 기준으로 중산층 이상 고소득층에 해당하는 3∼5분위의 금융부채 비율은 큰 폭 상승한 반면 저소득층인 1∼2분위는 오름폭이 작거나 오히려 하락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2017년 말 이후 부동산 가격 상승, 가상화폐 열풍에 이어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이후 유동성 확대 기간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중산층 이상이 빚을 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행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은행, 비은행 모두 포함)에서 고신용자(신용평가점수 840점 이상)의 비중은 69.7%에 그쳤지만 2018년 말 71.3%, 2019년 말 73.1%, 2020년 말 75.3%, 2021년 말 76.9%까지 상승했다.

반면 중신용자(665∼839점) 비중은 2017년 말 24.5%에서 지난해 말 19.9%까지 떨어졌고, 저신용자(664점 이하) 비중은 같은 기간 5.7%에서 3.3%로 축소됐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강화 등 잇따라 가계대출 규제 방안을 내놓으면서 중저신용자는 아예 금융기관 대출 문턱을 넘기 어려웠던 반면, 소득이나 상환 능력에 여력이 있는 고신용자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빚을 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반 이후 시작된 금리 인상 랠리로 인해 중고소득층·고신용자의 이 같은 '빚투'가 이자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해 8월 26일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을 시작으로 1년 2개월간 모두 여덟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기준금리는 0.50%에서 3.0%로 2.50%포인트 높아졌다. 이로 인해 금융부채 비율이 빠르게 늘어난 중고소득층, 고신용자들의 이자 부담도 급격하게 늘어나게 됐다.

한은 가계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50%포인트 인상되면 전체 대출자의 이자 부담액은 6조5000억 원 불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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