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핵에는 핵으로’…‘전술핵 재배치’ 찬반 논란, 핵심 쟁점 총정리

입력 2022-10-1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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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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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9개월 만에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고 공개하면서 전술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감행할 경우 우리 정부도 이에 대응하는 핵 억제 정책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의 전술 핵무기 도입도 검토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尹 정부, 연이은 北 도발에 강경 대응

1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시험발사와 제7차 핵실험이 재개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윤석열 정부는 ‘핵 역량 극대화 방안’을 놓고 미국과 본격적인 논의를 검토 중이다. 특히 전술핵 재배치 카드까지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 “대통령으로서 현재 이렇다저렇다 공개적으로 입장 표명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을 잘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정부의 강경 대응 예상이 나오는 것은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 따른 것이다.

북한은 전날 전술핵 운용부대에 배치된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2발을 서해상으로 시험 발사했다고 밝혔다. 전술핵 운용부대가 최근 7차례 미사일 발사 훈련을 한 연장 선상이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9일 이후 사흘만이다. 지난달 25일부터 보름간 전술핵 운용부대 군사훈련을 통해 7차례 단거리·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재개한 것이다. 북한의 이번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사실은 우리 군 당국이 공개하지 않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직접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장거리포병부대·공군비행대의 훈련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밝혔다.(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장거리포병부대·공군비행대의 훈련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밝혔다.(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한반도 비핵화 위반 우려

전술핵은 전쟁터에서 적의 목표물을 직접 타격하는 핵무기를 뜻한다. 비전략 핵이라고도 불린다. 전략핵은 대륙을 뛰어넘어 상대 국가 내부의 핵심 시설을 공격하는 핵무기지만, 전술핵이 그보다 사거리가 짧고 위력이 약하다.

만약 우리 정부가 전술핵을 선택한다면 유럽에서 채택한 ‘나토식 핵 공유’를 변형한 방식이 거론된다. 나토식 핵 공유는 미국이 현재 독일·벨기에·네덜란드·이탈리아·튀르키예 등 나토 5개 회원국에 150∼200기의 공중 투하용 B-61 계열 전술핵 폭탄을 배치한 것을 뜻한다. 동맹국들과 협의해서 사용한다는 개념을 토대로 ‘핵 공유’라고 불린다.

북한과 인접하게 대치한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 핵 추진 잠수함을 동해에 배치해 비용을 분담하고 공유하거나 전략폭격기를 교대로 상시 배치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꼽힌다.

다만 이런 아이디어는 핵 무장을 하지 않겠다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위배 된다.

우리나라에선 이미 전술핵을 배치한 사례가 있다. 주한미군이 운용해 온 전술핵은 1991년 노태우 정부 때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채택하면서 한반도에서 제거됐다. 이를 다시 들여와 주한미군이 운용케 하는 방안을 협의하겠다는 의미다.

여당에선 강경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결단의 순간이 왔다”며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고 썼다. 같은 당 김기현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궁극적으로 우리 스스로 핵무장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가지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4일 쏜 IRBM은 화성-12형일 것으로 추정됐지만, 이날 사진이 공개되면서 북한이 새로운 엔진을 탑재한 신형 IRBM을 개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연합뉴스)
▲4일 쏜 IRBM은 화성-12형일 것으로 추정됐지만, 이날 사진이 공개되면서 북한이 새로운 엔진을 탑재한 신형 IRBM을 개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연합뉴스)

美 전문가들 “실익·명분 없다”

여당이 추진을 고려하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을뿐더러, 사회 분열과 주변국과의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미국 전문가들은 대체로 비효율적이며 한미동맹에 부담이 되리라는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쉽게 공격할 수 없는 곳에 (핵)무기들을 두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며 한국에 핵무기를 두면 북한의 집중 표적이 돼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당시를 언급하며 전술핵 재배치 논쟁이 한국 사회를 분열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통화에서는 “미국이 보유한 전술핵폭탄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미국 전술핵무기는 모두 중력폭탄으로 전투기가 투하해야 하는데 제한된 숫자의 전투기마저 유럽에 이미 전개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오늘날 전술핵은 이동식 공중 및 해상 기반 플랫폼에 탑재돼 있어 북한이 찾아내 겨냥하기 어렵다”며 “고정된 지하 벙커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은 억지력을 떨어뜨리고 북한의 선제공격 위험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국대사 대리는 전술핵 재배치가 “한반도의 긴장을 크게 고조시킬 수 있는 조치로 보일 것”이라며 “북한의 오판과 대응의 위험을 높일 뿐 거의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랭크 엄 미국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RFA에 “전술핵 재배치는 한반도 비핵화 목표에서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논쟁이 일어날 것”이라며 미국은 이미 핵우산, 재래식무기, 미사일 방어 등을 통해 확장억제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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