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심판대 오른 불법체류 외국인 ‘무기한 구금’…헌재, 이번엔 ‘위헌’ 결정할까

입력 2022-10-13 16:55 수정 2022-10-1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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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국관리법 63조 1항 첫 헌재 공개변론 열려
세 번째 심판…2016년 4인→2018년 5인 “위헌”
2018년엔 위헌 정족수 1명 부족해 ‘합헌’ 결론

헌법재판소가 13일 외국인보호소에 불법체류 외국인의 ‘무기한 구금’을 가능하게 한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 공개변론을 열어 헌재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헌재는 출입국관리법상 보호제도에 대해 두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으나 변론 공개는 처음이다.

앞서 2016년 헌법소원 심판, 2018년 위헌법률 심판에서는 각각 헌법재판관 4명과 5명이 “객관적‧중립적 지위에 있는 자가 인신구속의 타당성을 절차적으로 통제할 장치가 없다”는 이유로 위헌 의견을 냈지만, 위헌 정족수(6명) 충족이 안 돼 합헌으로 결론 났다. 특히 2018년 한 명 차이로 합헌이 결정돼 이번 헌재 판단에 이목이 집중된다.

▲외국인보호소 고문사건 대응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 위헌 결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외국인보호소 고문사건 대응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 위헌 결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헌재 대심판정에 출석한 위헌제청신청 대리인단은 “심판대상 조항은 보호기간의 상한을 설정하지 않아 기간의 제한 없는 보호를 가능하게 하므로,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강제퇴거 대상자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출입국관리법 63조 1항은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은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을 여권 미소지 또는 교통편 미확보 등의 사유로 즉시 대한민국 밖으로 송환할 수 없으면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그를 보호시설에 보호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에 따르면 미등록 외국인은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무기한 신체 구속이 가능하다. 영장주의도 적용되지 않아 법무부의 보호명령만 있으면 구금할 수 있다.

위헌제청신청 대리인단은 “형사절차상 ‘체포 또는 구속’에 준하는 것으로 외국인의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임에도 검사의 신청에 의해 발부되는 영장 없이 외국인의 인신을 구속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영장주의에 위배된다”면서 “특히 아동구금의 경우 아동의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발달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치명적이어서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실제 위헌제청신청인 중 한 명인 이집트 국적 A(21) 씨는 17살이던 2018년 7월 홀로 한국에 왔다. 자국에서 살해 협박을 받자, 한국 입국 후 난민인정신청을 했지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이집트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미등록’ 상태로 한국에 머물다 적발돼 강제퇴거명령을 받았다. 그해 10월 수갑을 차고 화성외국인보호소로 향한 A 씨는 40~50대 어른 25명과 함께 철창 안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최계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프랑스‧미국‧캐나다 사례와 비교할 때 현행 출입국관리법상 보호제도는 객관적‧중립적 기관에 의한 통제 측면에서 미흡하다”며 “최근 유럽의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입법영향평가 보고서에 의하면, 구금기간이 길다고 해서 송환의 효과성이 높아진다고 볼 증거가 없어 무기한 장기 구금을 허용하는 것이 강제퇴거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비례적 조치인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출‧입국관리 주무부처 법무부는 “2018년 합헌 결정을 번복할 만한 사정 변경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강제퇴거명령의 집행 등에 관련된 구체적 절차사항은 광범위한 정책재량의 영역인 바, 출입국관리법상 보호 업무를 행정기관 또는 사법기관이 담당 혹은 통제하게 할 것인지 여부는 입법 정책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오정은 한성대 국제이주협력학과 교수는 “현행 법체계에서 심판대상 조항은 무기한 구금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송환할 수 없을 때까지만 보호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함이 타당하다”면서 “3개월마다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승인을 받지 못하면 보호 해제해야 하기 때문에 심판대상 조항이 외국인을 부당하게 장기 구금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고 법무부 입장을 옹호했다. 오 교수는 “국민 다수가 난민수용에 거부감을 표하는데, 이는 국내 체류 외국인의 일탈행위에 두려움이 큰 까닭으로 국가정책은 국민정서를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9년 말까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평균 보호기간이 10일 가량이었다. 하지만 2020년부터 코로나19 사태 후 20일 이상으로 2배 넘게 늘어났다. 법무부는 외국인의 귀국 항공편 마련이 지연되는 상황이 생겨 벌어진 결과여서 향후 자연스럽게 개선된다는 입장이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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