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함께 고령화가 가속화하고 있는 일본은 근로자 법적 정년(60세)이 잘 지켜지고 있는 반면에 우리 근로자의 퇴직 시기는 이보다 10년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발간한 '일본의 고령자 노동정책과 시사점'이란 이슈보고서를 보면 60대 일본인 중 59%가 취업하고 있으며, 특히 60~64세 남성노동자 중 80% 이상이 취업자로 조사됐다(2020년 일본 노동정책·연수기구 조사 결과). 이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20.7년이며 31년 이상 일한 노동자도 31.4%를 차지할 정도로 장기근속자가 많았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평균 퇴직 연령이 법적 정년인 60세에 한참을 못 미친다. 올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의하면 55세부터 64세 고령층이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평균연령은 49.3세로 조사됐다. 이는 정년보다 10년 이상 빠른 것이다. 직장을 그만둔 사유로 사업 부진, 정리해고 등 비자발적 사유가 대부분이다.
보고서는 "한일 양국 모두 법적 정년이 60세로 같으나, 일본은 정년까지 고용 유지하는 경향이 높은 반면에 한국은 비자발적 사유로 정년까지 고용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크다"고 분석했다.
전반적으로 일본의 고령자 고용유지가 가능한 배경에는 사실상 법적 정년을 65세로 늘린 일본 정부의 정책이 자리잡고 있다. 일본 정부는 기업들이 정년연장(정년 65세), 재고용제도(퇴직 후 재계약) 활용, 정년제 폐지(정년없이 계속 고용) 중 적절한 방식을 선택해 고령자의 고용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고용 안정성뿐만아니라 생활안정 수준도 대조를 이룬다. 보고서는 "일본 고령자는 정년 보장에 따른 임금 외 고령자고용계속급부(60세 시점보다 자신의 임금이 60세 시점보다 75% 미만일 경우 임금을 보조해주는 제도)와 후생연금(공적연금)으로 노후생활이 어느 정도 가능한 반면에 한국은 조기퇴직 후 임시직 비정규직 전환과 정년-연금수급 개시연령 불일치로 고령 빈곤이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본기업은 고용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인식하는 것과 달리 한국 기업은 고령노동자를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양국의 큰 차이점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고령화 가속화로 심화하고 있는 노동력 감소 및 노인 빈곤이 노동시장과 사회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보고서는 "한국은 고령자 노동시장의 고용 불안정과 일자리의 질이 낮으므로 주된 일자리에서의 퇴직연령을 높일 방안, 즉 중고령자의 고용보호 수준을 높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무엇보다도 고령자고용의 적극적 정책수단으로 정년 연장(65세)에 초점을 맞춰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