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로자가 숨지는 산업재해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파리바게뜨공동행동’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가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원인 조사 및 경영 책임자에 대한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공동행동과 화섬식품노조는 이날 오전 평택 팽성읍 추팔산단 SPL 평택공장 정문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회사의 안전 예방조치가 없이 사고가 발생해 노동자가 목숨을 잃게 된데 깊은 분노를 표한다”면서 “추후 명확히 밝혀지겠지만 현재까지 언론보도와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SPL 사측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 위반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공공행동에 따르면 해당 업무는 2인 1조로 일하는 공정이지만 △사고 당시 홀로 근무하게 방치한 점 △평소에도 앞치마가 벨트에 끼이는 일이 있었으나 개선 조치를 하지 않은 점 △하지도 않은 안전교육을 했다는 서명을 하라고 지시한 점 △배합수당을 받을 정도로 힘든 공정으로 평소 여성 배치에 대한 현장 불만이 있었으나 외면한 점 △이번 사고 일주 전 일어난 손 끼임 사고에 대해 재해자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안전 확보 의무 위반사항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공동행동 측은 “손끼임 사고의 경우 제대로만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웠다면 이번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명확히 중대재해처벌법 4조 2항 ‘재해 발생 시 재발 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와 5조 ‘도급, 용역, 위탁 등 관계에서의 안전 확보 의무’ 위반으로 경영책임자에 대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노조 측은 “SPL사측은 이번 사고만큼은 사람의 실수가 아닌 시스템과 제도적 문제를 밝히는 근본적인 원인조사를 통해 재발 방지 개선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면서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인 노동부는 경영책임자의 잘못을 명확히 밝혀 합당한 책임을 묻고, 어렵게 만들어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악을 통해 무력화하려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한다”고 했다.
한편, 지난 15일 새벽 6시 20분 께 평택시 SPL 제빵공장에서 A(23) 씨가 소스 배합기 기계에 몸이 껴 숨졌다. A씨는 입사 2년 반밖에 되지 않은 사회 초년생인데다가 충남 천안에 거주하면서 어머니와 남동생의 생계를 부양하는 ‘20대 가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는 CCTV가 없어 동료 및 업체 관계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