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단상] 11년 된 중기적합업종, 바꿀때 됐나?

입력 2022-10-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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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시행 11년 차를 맞은 지금 중소기업적합업종 ‘무용론’이 여기저기서 퍼지고 있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고, 관련 중소기업의 생계를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시행됐지만, 시장 경쟁력 약화와 소비자 후생 저하 등의 부작용을 낳으며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규제받지 않는 외국 기업에 이득을 주고, 청년 창업엔 걸림돌이 돼 버린 중기 적합업종 제도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중기 적합업종에서 회사를 키워 중견기업이 됐는데, 공공조달시장 참여가 막혀 매출과 사세가 거꾸로 줄었다는 하소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2006년 ‘중소기업고유업종’ 제도를 폐지하자 대기업들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이를 통제하기 위해 2011년 ‘중기적합업종’으로 재탄생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 3년(연장 시 최대 6년)간 대기업의 사업 확장·시장 진입이 제한된다.

대표적인 게 중고차 시장이다. ‘중고차판매업’은 2013년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돼 2019년까지 6년간 보호를 받았다. 하지만 제도의 보호 안에서 일부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키우기보단 ‘꼼수’를 부리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허위·미끼 매물’ ‘성능상태 점검 불일치’, ‘과도한 수수료’ 문제 등으로 소비자 불만이 증가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지난해 중고차 시장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79.9%는 “중고차 시장이 혼탁·낙후돼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허용해 중고차 시장을 선진화하길 바란다”는 의견을 밝힌 응답자는 56.3%나 됐다. 중기적합업종 제도의 부작용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3월 이런 의견을 받아들여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했다.

이런 사례가 많은 탓인지 중기적합업종 제도를 분석한 기관들도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8월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의 경제적 효과와 정책방향’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KDI는 그동안 중기 경쟁력 제고에 한계를 보인 만큼 적합업종 신규 지정을 중지하고 현재 지정 업종도 해제 시기를 제시하는 등 점진적으로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가 도입된 이후 해당 업종 대기업의 생산 및 고용활동은 위축됐으나 중소기업의 활동도 나아진 게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지금은 글로벌 개방 경제시대다. 대기업 투자로 산업 생태계가 성장하고 발전한다면 중소기업도 더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다. 10년을 훌쩍 넘긴 정책이라면 경제의 득실을 제대로 따져볼 때도 됐다. 중기적합업종 제도도 마찬가지다.

경제 약자를 지원한다는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특정 업종에 울타리를 쳐 규모가 작은 기업만 플레이어로 뛰게 하는 정책은 시장을 약화시킨다. 투자가 줄어 산업 성장이 지체되고 질 좋은 일자리 창출도 어렵게 된다. 소비자들 역시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기회를 잃는다.

중기 적합업종제도가 득보다 실이 많은 제도로 평가된다면 정부 역시 시장 경쟁을 촉진하면서 중소기업의 성장을 도울 실효성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할것이다. skj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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