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월만 채권 ‘팔자’ 돌아선 외인...국채 비과세 ‘게임체인저’ 될까

입력 2022-10-18 15:41 수정 2022-10-1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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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채권 투자자금 유출입
▲외국인 채권 투자자금 유출입
글로벌 긴축 기조의 여파가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최대 규모로 국내 채권을 사들였던 외인 투자자들은 1년 8개월여만에 ‘팔자’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더불어 한미 금리차도 계속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외인들의 국내 채권 외면 행보가 계속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부가 부랴부랴 유인책으로 외인에 대한 채권 비과세 혜택을 내놓은 데 대해 증권가는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지난달 말 세계국채지수(WGBI) 관찰대상국에 등재된 만큼 외인 투자에 인센티브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다만 분위기를 뒤집기 위해서는 일회성이 아닌 영구적인 비과세 조치와 시장 선진화가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외인 주류 채권 보유자가 이미 원천징수세를 면제받은 만큼 즉각 효과는 없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외인 채권 투자금 1년새 46조 ‘뚝’…3분의 1토막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채권발행액은 총 644조4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828조6000억 원) 대비 22.2%(184조2000억 원) 감소했다. 지난달 채권 발행액은 64조4850억 원으로 8월(68조5000억 원)보다 4조 원 가량 줄었다.

외인 투자자들이 국내 채권시장에서 20개월만에 유출세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인의 국내 채권투자금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두달째 유출이 지속됐다. 8월 13억1000만 달러(약 1조8800억 원)가 유출된 데 이어 9월에도 6억4000만 달러(약 9190억 원)이 빠져나갔다. 2020년 12월(1억7000만 달러 유출) 이후 1년8개월의 유출이다.

올해 외인의 누적 채권 투자금은 9월까지 135억4000만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464억8000만 달러) 대비 329억4000만 달러(46조8000억 원) 감소하면서 3분의1 토막난 상태다. 지난해 외인이 국내 채권시장에 약 561억5000만 달러(약 79조 원)를 투입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 투자에 나섰던 것을 돌이켜보면 ‘상전벽해’ 수준의 변화다.

주식 투자금과 비교하면 감소폭은 더 크게 드러난다. 올해 외인의 주식 투자금은 9월까지 109억9000만 달러가 유출됐다. 지난해 총 주식 투자금(174억4000만 달러 유출) 대비 약 64억 달러 감소한 수치다.

외인의 ‘팔자’ 기조로 채권 시장이 위축되면서 업계에선 위기감이 팽배해진 상태다. 외인의 자금 이탈이 거세지면서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채권업계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 등 대내외 변수들로 인해 채권 시장이 침체되고 있다”며 “금융위기가 목전에 왔다는 생각이 들 만큼 국내 단기자금시장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당분간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외인들의 국내 채권 유출세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0.25%포인트로 좁혀졌던 한·미 금리는 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다시 벌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12년만 ‘외인 채권 비과세’ 부활…“즉각 효과는 글쎄”

정부는 외인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외국인 비과세’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내년 시행 예정이던 외인 국채 투자이자·양도소득세 비과세를 전날 17일부터 시행령으로 시행한 것이다.

증권가에선 일단 비과세 혜택을 긍정적으로 진단하는 의견이 나온다. 그동안 국채와 통안채 이자세율, 양도소득세율이 높았던 만큼 국내 채권 투자 인센티브로 작용할 거란 분석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국채와 통안채의 이자 세율 (지방세 제외)은 14%이며, 양도가액의 10% 혹은 양도차액의 20% 중 적은 금액을 원천 징수하는 양도 소득세율도 높아 메리트가 낮았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국, 일본 등 주변국 채권시장과 대비해서도 상대적으로 투자 여건이 나아질 거란 언급도 나온다. 일본의 경우 엔저 여파로 9월 채권 매도액이 역대 최대인 62조9000억 원에 달한다. 중국도 대만침공 우려 등 요인으로 2월 이후 자금 유출세가 지속 중이다.

임 연구원은 “한국 국채가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되는 등 중장기적으로 국내 채권시장으로 외국 자금이 유입되기 위해서는 국회 세법 개정을 통해 영구적 비과세가 필요하다”며 “환율 시장의 거래 시간이 연장돼 외인들의 활발한 거래도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다만 외인에 대한 국채 비과세 조치가 즉각적인 효과로 이어지기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성기용 소시에테 제네랄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외국인 국채 비과세 조치는) 중기적으로는 더 많은 외국인을 유치하는 강세 요인임이 분명하지만 외국인 채권 투자자에 대한 즉시 면세 효과는 없다”며 “글로벌 중앙 은행 및 국부 펀드의 현재 주류 채권 보유자는 이미 원천징수세를 면제 받았고, 글로벌 채권형 펀드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는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재조정할 능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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