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미리 보는 2023년 증시 전망

입력 2022-10-1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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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금은 2008년과 다르다. 전쟁과 강달러 영향을 주시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공교롭게도 지금 코스피 밸류에이션 지표는 2008년과 유사하다. 증시의 브이(V)자 반등은 어려워 보인다. 통화 긴축이 실물 경제 악화로 반영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내년 하반기에 반등 여건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글로벌 경제성장률을 2.2%로 전망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망치 하향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2.5%에서 내년 2.2% 수준으로 둔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모멘텀이 약화되고, 소비가 부진함에 따라 전망치가 추가로 낮아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수출 전망에 있어 OECD 경기선행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하회하고 있고, 이는 대외 수요 여건이 악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 수출은 기업이익과 관련이 깊다. 인플레이션 영향까지 고려할 때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할 것이다.

달러인덱스는 연준의 긴축 기조와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 등에 힘입어 강세가 지속될 것이다. 다만 내년 상반기가 지나면 연준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고, 유로화 약세도 완화되면서 달러 강세 요인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은 무역수지 적자 등 취약한 펀더멘털과 미국과 금리 차 역전으로 인한 자금 유출 우려 등이 더해지면서 내년 상반기에 1500원 선을 돌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달러 강세가 약화되면서 원·달러 환율도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은행은 물가와 환율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연준의 가파른 긴축 행보에 보조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 1분기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동결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종 금리는 3.75%가 될 전망이다. 시장금리는 1분기에 고점을 형성한 후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하며 하락할 것이다. 2000년 이후 한국 수출이 역성장하는 구간에서 금리 인상을 이어간 선례는 없다. 한국 수출은 내년 1분기에 역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고,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으로 예상하는 또 하나의 근거이다.

3분기 실적 시즌을 맞아 추정치 하향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상반기에 역성장 폭이 확대된 후 하반기에 반등을 모색할 것이다. 내년 상반기는 거시 환경 악화와 올해 상반기 역대급 실적에 따른 역기저효과로 역성장이 불가피하다.

투자전략 측면에서 상반기는 위험 관리에 주력하고, 하반기는 반등 국면에 대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국 증시는 상반기까지 중앙은행의 긴축, 경기 침체 불안 등 거시 변수에 종속될 것이다. 기업이익이 악화되고, 시중 유동성이 축소됨에 따라 밸류에이션 배수가 확장되기도 어렵다.

본격적인 증시 반등은 하반기에 가능할 전망이다. 상반기 긴축 종료 후에 부채 문제, 구조조정 등 추가 악재를 반영하고 나면, 하반기에는 2024년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반등의 여건이 조성되길 바란다. 금융위기 등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상반기에 기술적인 반등이 수시로 출현하고,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이다. 연간 코스피 밴드는 조심스럽게 2000~2550포인트를 제시한다. 하단인 2000포인트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에 해당한다.

업종 전략의 경우 상반기는 인플레이션 방어주 위주에서 하반기는 인플레이션 피해주 위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상반기는 음식료 등 경기 방어주, 가치주 등 인플레이션 방어주로 리스크 관리를 지속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하반기에는 인플레이션 피해가 컸던 성장주와 반도체, IT 하드웨어 등 전방 수요 회복 수혜주의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유리할 수 있다.

국제 유가는 수요 둔화로 하락하겠지만, 코로나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 유지될 전망이다. OPEC 플러스(+)가 감산에 나서면서 원유 재고가 급증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관건이다. 연준은 내년 1분기까지 금리를 인상한 후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최종 정책금리는 4.75~5.00%일 것이다. 유례없이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금융 불안정이 커질 경우 하반기에 양적 긴축이 조기 종료되고, 2024년에 정책금리 인하 사이클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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