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25년] 그때도 지금도 “외환위기 없다”...정부 믿어야 하나

입력 2022-10-24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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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재무장관회의 및 IMF/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중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월 13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G20재무장관회의 및 IMF/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중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월 13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지난달 외환보유액 196억 달러 줄어
금융위기 이후 역대 두번째 감소폭
원화가치 석달새 -8%, 하락세 가팔라
"한미통화스와프 등 정부 대책마련을"

“한국경제는 기초여건(펀드멘털)이 건실해 동남아국가와 같은 외환금융시장의 위기상황으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다.”

1997년 10월 27일 김영삼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강경식 경제부총리가 외환위기설을 일축한 발언이다.

그러나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11월 21일 김영삼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하고 12월 3일 IMF와 550억 달러의 자금 지원을 받는 협상을 타결했다. 충격파는 컸다. IMF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지시에 대기업부터 시작해 기업들이 무더기로 쓰러졌고, 실업자가 양산되면서 급격한 불황이 닥쳐왔다.

당시 외환위기가 나타난 배경에는 만성적인 무역·경상수지 적자 기조가 있었다. 국고가 비어가는 와중에도 무분별한 차입에 의존하던 국내기업의 외국자본 단기외채(만기 1년 이하) 상환이 다가오고, 아시아 경제에 불안감을 느낀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이 발생하면서 외환보유고는 바닥을 드러냈다.

우리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준 IMF 사태가 발생한 지 25년이 지난 지금 제2의 외환위기 공포가 엄습해오고 있다. 글로벌 통화긴축과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외국인 자금 이탈과 6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 등으로 치솟고 있는 원·달러 환율 방어로 인해 외환보유고가 급감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외환보유액 잔액은 4167억7000만 달러로, 한 달 전보다 196억6000만 달러 감소했다. 이는 과거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274억2000만 달러) 감소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감소 폭이다.

외환위기 재발 우려에 현 정부는 “그럴 일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최근 “단정적으로 말하지만 최근 여러 시장의 변동성을 가지고 말하는 외환위기의 재발 가능성은 국제기구나 신용평가사, 국내외 여러 전문가 얘기를 종합하면 매우 낮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와 내년에도 경상수지 흑자가 연간 수준으로 보면 300억 달러를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경제위기를 초래하는 단초가 될 것으로 걱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추 부총리는 현지에서 “한국의 경제 상황은 1997년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한 IMF 총재와 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평가를 적극 홍보하며 위기설에 선을 그었다.

외환보유고와 대외순자산 등을 1997년 때와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맞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364억3000만 달러(세계 8위 규모)로 1997년 말(204억 달러)보다 21배 더 많다. 대외순자산은 1997년 말 -645억 달러에서 올해 6월 말 7144억 달러로 급증했다. 총외채에서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1617%에서 41.9%로 크게 떨어졌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외환위기설 차단에 주력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현재의 경제 상황이 1997년 당시 보다 나쁘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제가 볼 때는 상황이 더 나쁘다”며 “외환위기 때는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 때문에 충격이 온 다음, 고환율이 수출을 견인하는데 굉장히 효자 노릇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1998년도부터 우리나라가 무역흑자로 전환됐다. 고환율이 무역흑자와 경상수지 흑자를 견인했다”라면서 “결국 IMF를 극복하는 데도 도움이 됐던 것이지만 지금은 고환율로 무역적자는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수출 성장세 둔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대중(對中) 수출 감소를 꼽았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로 우리의 통화가치가 다른 주요국들보다 크게 떨어진 것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최근 3개월 사이 8.0% 떨어졌다. 31개 주요 통화 중 세 번째로 낙폭이 큰 것인데 역대급 가치하락을 겪고 있는 영국 파운드화(-7.56%), 일본 엔화(-6.48%)보다도 가치가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이 동남아 국가들보다도 통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로 경기 둔화를 보이고 있는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통화 가치 방어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북한 미사일 도발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원화가치 하락 요인으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글로벌 경기침체와 통화긴축 지속 시 외환보유고 추가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이를 최소화기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장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선 외환당국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면서 “또 무역수지 적자를 흑자로 전환시키기 위한 수출 경쟁력 제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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