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잘 나가던 마포, 쓰레기 소각장 논란에 집값 급락까지...어쩌다 이지경 됐나

입력 2022-10-2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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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광역자원회수시설(광역소각장) 후보지로 선정한 마포구 상암동 마포자원회수시설 옆 신규 부지 (뉴시스)
▲서울시가 광역자원회수시설(광역소각장) 후보지로 선정한 마포구 상암동 마포자원회수시설 옆 신규 부지 (뉴시스)

최근 서울 마포구가 지역 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마포구에 광역 쓰레기 소각장을 짓기로 하면서 논란이 시작된 건데요. 마포구 및 주민들과의 상의 없이 결정된 사항이라 반발이 거세지는 모습입니다. 이런 가운데 집값도 급격히 하락하고 있습니다. 마포구는 한때 ‘마용성’으로 불리며 강남 3구와 함께 서울 부동산 시장을 선도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아파트는 지난해 신고가 대비 절반 가격에 팔리면서 내림세가 가파른 상황입니다.

기존 쓰레기 소각장 있으니 최적의 입지?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광역자원회수시설 후보지 항공사진 (사진제공=서울시)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광역자원회수시설 후보지 항공사진 (사진제공=서울시)

2026년부터는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됨에 따라 하루 1000t씩 쓰레기를 태울 소각장이 추가로 필요해진 서울시는 광역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 후보지로 마포구 상암동을 선정했습니다.

쓰레기 소각장은 전형적인 주민 기피시설인데요. 서울시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선정위원회는 자원회수시설 입지로 상암동 마포자원회수시설 부지가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소각장 인근에 주택이 없다’, ‘마포자원회수시설은 이미 폐기물 처리시설로 지정돼 운용 중이다’, ‘후보지는 서울시 소유로 토지 취득을 위한 비용·절차도 불필요하다’는 등의 이유에서입니다.

결국 마포구는 자원회수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니 광역자원회수시설이 들어서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미 기피시설인 쓰레기 소각장이 있는데 더 큰 소각장이 생긴다니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입니다.

“명소로 만들고 돈도 줄게 좀 참아봐” vs “절대 못 참아”

▲덴마크 아마게르 바케 소각장 (자료제공=서울시)
▲덴마크 아마게르 바케 소각장 (자료제공=서울시)

서울시는 마포구에 조성할 계획인 쓰레기 소각장을 인근 공원과 어울리는 명소로 만든다는 계획입니다. 기피시설을 조성하는 대신 일종의 유인책을 내놓은 건데요. 실제로 해외에는 자원회수시설을 지역 명소로 개발한 사례가 있습니다. 스키장·암벽장을 설치한 덴마크 아마게르 바케 소각장이나, 로스킬레 대성당을 형상화한 덴마크 로스킬레 소각장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시는 소각장 후보지 주변에 사는 상암동 주민을 위해 1000억 원 규모의 주민편익시설을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연간 100억 원의 기금도 조성해 지역 발전에 사용하기로 한 건 덤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주민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18일 쓰레기 소각장 후보지로 마포구를 선정한 배경을 설명하고자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습니다. 수백 명의 주민들이 행사장을 점거하고 물리력을 동원해 행사 진행을 막았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선정 과정이 불투명하다”, “기존 소각장 있는데 또 짓느냐”, “유해물질 피해가 있다” 등 궁극적으로는 집값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상암 자원회수시설 입지선정 주민설명회'에서 소각장 신설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주민들이 시 관계자들과 충돌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상암 자원회수시설 입지선정 주민설명회'에서 소각장 신설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주민들이 시 관계자들과 충돌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19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마포구 상암동에 광역자원회수시설 건립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는 “(마포구 소각장은) 서울시에 꼭 필요한 시설이다. 2025년까지는 완성해야 해서 늦어도 내년에는 본격적인 절차가 시작돼야 한다”며 “기회가 닿는 대로 (주민들에게) 설명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마용성’은 어디가고...국민평형 신고가 대비 절반 ‘뚝’

(이미지투데이)
(이미지투데이)

마포구 주민들이 쓰레기 소각장으로 인한 집값 하락을 걱정하고 있는 가운데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신고가 대비 절반 가까이 떨어진 가격에 매매된 사례가 등장했습니다. 해당 아파트는 염리동 ‘염리삼성래미안’으로 지난달 21일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형이 8억 원에 거래된 건데요. 지난해 9월 같은 평형이 15억4500만 원에 신고가를 썼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약 48%(7억4500만 원) 하락했습니다.

용산구, 성동구와 함께 ‘마용성’으로 불리는 등 서울 내 상급지로 꼽히며 지난 몇 년간 부동산 시장을 선도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인데, 지역 주민들이 집값 급락을 걱정하는 이유가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이와 함께 일부 지역의 집값 급락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퍼지고 있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이 불을 지폈는데요. 앞서 원 장관은 “현재 18로 나타나는 서울의 PIR(소득 대비 집값의 배율)이 10~12로 떨어져야 정상”이라며 집값이 더 내려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PIR이 18이라는 건 평균적으로 18년 치의 소득을 모아야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뜻인데 지금은 너무 높다는 겁니다.

▲서울 마포구 월간 아파트값 변동률 (자료제공=한국부동산원)
▲서울 마포구 월간 아파트값 변동률 (자료제공=한국부동산원)

이에 원희룡 장관이 집값 폭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는데요. 결국 원 장관은 지난 18일 국토부 공식 유튜브를 통해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사실을 얘기하고, 현재 집값이 너무 높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일 뿐”이라며 “특정한 가격을 목표로 제시한 것은 아니다”고 논란에 대해 해명했습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월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마포구 아파트값은 0.86% 떨어졌는데요. 지난 1월부터 9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올해 들어 전혀 맥을 못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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