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자금시장, 증권가 “채안펀드, 자금시장 회복에 한계…SPV 재가동 등 필요”

입력 2022-10-20 15:16 수정 2022-10-21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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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보다 유동성 경색 심각…최소 10조 원 필요
실질적 유동성 공급 주체인 SPV 재가동돼야
RP 매입·비은행 금융기관 대출·증권금융유동성 공급 대책도 병행해야

(출처=한국투자증권)
(출처=한국투자증권)

증권업계가 한파처럼 불어닥친 자금경색에 아우성이다. 강원도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유동화증권(ABCP)에 대한 보증 의무 불이행이 찬물을 끼얹으면서 단기자금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금융당국이 긴급하게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가동 계획을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그 규모가 너무 작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책이 실기(失期)하지 않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일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채안펀드 여유재원 1조6000억 원을 투입하고, 추가 캐피탈콜(펀드 자금 요청)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당국은 1999년 대우사태 이후 총 30조 원 규모의 채안기금을 조성한 바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총 10조 원 규모의 채안펀드를 조성해 5조 원 내외를 집행했고, 2020년 2차 채안펀드 당시에는 기존에 조성되어 있던 10조 원을 즉시 가동하고, 10조 원을 추가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되면서 추가 조성은 없었다.

시장은 채안펀드 재가동으로 정책지원 의지 확인과 유동성 공급에 따른 시장불안심리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출처=KB증권)
(출처=KB증권)

다만, 채안펀드 가동 규모가 작아 금융시장 내 자원 재배분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캐피탈콜에 응해야 할 금융회사의 자금 사정에 여유가 충분치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채안펀드 1조6000억 원은 부족하다”며 “지금보다 좀 더 경색되면 1조~2조 원 가지고는 안 되고 10조 원 내외가 필요하다고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도 “1조6000억 원을 가지고 화사채 경색을 푸는 건 어렵다. 현재 코로나 때보다 유동성 경색이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심각하다. 단기·중장기 시장 모두 다 망가져 있다”며 “현재 수준에선 최소 10조 원 캐피탈콜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채안펀드가 ABCP는 빠져 있고 회사채나 기업어음(CP) 쪽으로 포함돼 있다”며 “예전에 채안펀드를 할 때도 CP만 하고 ABCP는 제외됐었다. ABCP가 트리거가 됐기 때문에 여전채나 ABCP 쪽으로 종류를 넓히는 게 급선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채안펀드의 한계를 극복하고 조기 시장 대응에 성공하기 위해선 실질적인 유동성 공급 주체인 기업유동성지원기구 (SPV)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대호 KB증권 연구원은 “채안펀드보다 크레딧 시장에 보다 직접적이고, 강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지원프로그램은 SPV로 이번 대책에서는 빠진 점이 아쉽다”라고 평가했고, 임재균 KB증권 수석연구원은 “2020년 코로나19 당시 금융시장 안정시까지 한시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 SPV 재가동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채권업계 관계자는 “SPV를 재가동하고 추가적인 대책이 연이어 나와야 한다”며 “특히, 은행채를 한국은행의 유동성 공급 수단의 적격 담보로 인정해야 한다. 한은이 과거 코로나19 초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채를 대출적격담보증권에 포함했다가 시장 상황 개선되자 2021년 3월 이를 종료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문제는 단기시장 유동성 경색에서 시작된만큼 제2금융권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한 추가적인 대책 필요한 상황이다. 증권사 단기조달과 여전사 조달(여전채) 문제가 포함된 만큼 포괄적인 제2금융권 유동성 경색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 1금융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채안펀드 외에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차원에서 시행된 한은의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및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 증권금융 유동성 공급 등의 대책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며 “한은의 저신용등급 포함 회사채·CP 매입기구인 SPV도 재가동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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