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플랫폼 ] 인구가족양성평등 정책의 구조변동

입력 2022-10-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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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람 부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근 행정안전부와 여성가족부는 기존의 여성가족부 업무를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로 분리·이관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가족·청소년, 양성평등, 폭력 피해자 지원 등의 업무는 보건복지부 산하에 새롭게 설치될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통합하고 경력단절여성 지원 등 여성고용지원사업은 고용노동부의 다양한 취업지원제도 및 고용 인프라와 연계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여성가족부가 설명하는 기존 사업 분리·이관의 취지는 인구 및 가족구조의 변동과 성별·세대별 갈등에 대한 국민의 체감도와 신뢰도 제고로 요약할 수 있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청소년쉼터 등의 청소년복지시설, 가족센터와 한부모가족복지시설 등의 가족복지시설,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과 성폭력피해상담소·해바라기센터 등의 젠더폭력 피해자 권익옹호기관 등에서 활동하는 사회복지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이들과 함께 학습하고 연구하는 필자에게 보건복지부로의 이관 소식은 짧은 순간이나마 반가운 소식이었다. 청소년 및 가족복지시설과 폭력피해지원시설의 부족한 인력과 열악한 노동 환경, 그리고 예산 부족과 비효율적 정책 공조로 인한 서비스 품질 개선의 어려움이 조금이라도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특히 2010년 청소년정책과 아동정책의 소관 부서가 분리된 이후 학생과 교육자, 현장전문가와 정책전문가 사이의 어색한 변명과 난감한 입장이 조만간 사라질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들뜬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책전문가로서의 직업윤리에 기대어 볼 때 이번 여성가족부 사업의 분리·이관은 여러 면에서 우려와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우선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라는 정책 추진 체계가 과연 인구가족정책과 성평등정책의 무게와 크기에 걸맞는가에 관한 의구심이다. 인구정책은 단지 인구 규모와 구조의 변동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아니다. 인구정책은 국민의 평균연령 및 기대수명 변화와 문화의 다양화에 따른 교육, 노동, 산업 및 고용, 그리고 문화 및 사회안전망의 변동까지 포괄할 때 비로소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청년세대 대상 출산장려 사업 그 이상이어야 한다. 범위와 복잡성 면에서 고난이도인 인구정책은 그에 걸맞는 정책 통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게다가 현재 한국사회의 가족정책은 그 범위와 내용이 매우 유동적이고 불확실한 시기에 놓여 있다. 청장년기 부모와 아동청소년기 자녀로 구성된 가족의 생성과 유지에 국한된 아동양육 지원 위주의 사업 이상이어야 한다. 아이돌봄, 양육수당 및 부모급여, 보육료 및 보육서비스 지원, 육아휴직 제도에 그쳐서는 안 된다. 단순히 사회적 배제계층의 주거와 교육, 그리고 취업 지원을 넘어서야 한다. 비혼과 동거를 선택한 청년가구, 한부모가족, 노인부부가족, 노부모동거가구 등 사랑과 친밀함을 중심으로 모여 사는 다양한 형태의 유사가족 공동체의 건강한 유지를 위한 다양한 형태와 내용의 사회적 돌봄과 주거 지원, 그리고 일가정양립정책이 포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성평등정책은 사회, 경제, 정치, 문화 등 여러 차원에 걸쳐 있는 인식, 행동, 관습, 규범의 수준까지 포괄하는 최고 난이도의 정책이다. 일터와 학교, 여론과 정치 등의 공공영역과 가정과 친밀함의 사적 영역에서의 동등한 권리실현과 보장을 포함하여야 한다. 물리적 공간과 더불어 사이버 공간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적 권리에 대한 동등하고 충분한 권리 실현을 목표로 하여야 한다. 젠더폭력 피해 구제와 회복 지원 그 이상이어야 한다.

인구가족양성평등정책은 인류 역사에서 볼 때 어쩌면 증기기관과 전기의 발명과 인터넷 확산이라는 산업혁명과 차원이 다른 혁명을 목표로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즉각적이고 긴급한 사업과 함께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정책변동을 모색하여야 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충분한 학습과 숙고, 소통이 뒷받침되면서 장기적 안목과 인내심이 함께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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