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에도 판 커지는 위스키 시장…편의점·마트·창고할인점 총공세

입력 2022-10-23 14:06 수정 2022-10-2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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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 주류상가의 한 점포의 위스키 매대. (김혜지 기자 heyji@)
▲남대문 주류상가의 한 점포의 위스키 매대. (김혜지 기자 heyji@)

남대문 주류도매상가의 한 주류매장. 복잡한 지하상가 내 미로를 뚫고 나니 샴페인, 위스키 등으로 꾸민 매대가 줄지어 나타났다. 이 자리에서만 40년 동안 장사했다는 사장 A 씨는 “10년 전이랑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요즘 대학생들은 더는 예거나 앱솔루트 안 먹어요. 잭다니엘 위스키도 ‘초보용’으로 취급해요. 이젠 싱글몰트가 대세입니다”라고 했다.

연초부터 줄 이은 가격 인상에 고환율까지 겹치며 위스키 몸값이 뛰고 있다. 그럼에도 위스키를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인기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아재 술’로 인식되던 위스키 시장에 2030 밀레니얼 세대가 대거 유입돼 활력이 돌면서다. 면세·백화점은 물론 편의점까지 위스키를 대거 들이며 업계는 위스키 시장 성장세에 올라타고 있다.

23일 본지 취재 결과 한동안 침체기였던 위스키 시장에 젊은층이 대거 유입되면서 수입량이 확 늘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위스키(스카시, 라이, 기타 위스키 포함) 수입액은 수년간 감소세였다가 올해 반등했다. 2019년 1만9836톤, 2020년 1만5923톤, 2021년 1만5662톤이던 위스키 수입액은 올해(1~9월 누적) 1만8413톤으로 지난해 수입량을 이미 넘어섰다.

▲주류장터. (사진제공=BGF리테일)
▲주류장터. (사진제공=BGF리테일)

위스키 시장 분위기 반전에는 싱글몰트를 필두로 한 시장 확대가 자리한다. 롯데, 신세계 등 대기업을 주축으로 위스키를 대거 들여오며 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약 5년 전부터 싱글몰트 인기가 올랐다는 것이다. 위스키가 해외에서 오래 생활을 했거나, 취향 있는 사람들끼리 ‘아는 사람만 아는’ 술에서 ‘대세 주류’로 자리 잡은 배경이다.

밀레니얼 세대에서 싱글몰트 인기는 그야말로 뜨겁다. 코로나19로 홈술족이 늘고 소비와 취향 수준이 상승하면서 제법 가격대 있는 위스키에도 눈길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잭다니엘의 경우 4만~5만 원대에 쉽게 구할 수 있어 인기가 별로이지만, 12년 산만 돼도 9만~10만 원대에 살 수 있어 학생들이 즐기기에 부담 없는 수준”이라고 했다.

막강한 구매력을 가진 4050 중장년 세대도 싱글몰트 소비층으로 흡수되는 추세다. 주류 도매상가에서 만난 매장 관계자는 “시바스 리갈, 발렌타인도 인기가 별로다. 싱글몰트가 확실히 대세”라며 “다만 이들은 지갑이 넉넉하니까 싱글몰트라도 15년 이상의 가격대가 높은 희귀 물건을 위주로 찾는다”고 전했다.

편의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는 달라진 위스키 소비 지형도에 따라 공격적으로 위스키 판매에 나섰다. 편의점 CU는 지난 20일까지 나흘간 주류장터를 열었다. 위스키 인기에 힘입어 CU가 특별 공수한 30여 종 양주가 95% 이상 조기 완판됐다. 사전에 행사가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에 관련 게시글이 공유되면서 오픈런이 일어난 결과다. MZ세대 사이에서 인기인 달모어15년산, 벤리악 12년산, 글렌피딕 15년산, 와일드터키레어브리드 등이 오픈 직후 품절됐다.

▲인천공항 보세구역 로얄살루트 매장. (김혜지 기자 heyji@)
▲인천공항 보세구역 로얄살루트 매장. (김혜지 기자 heyji@)

이마트, 롯데마트 역시 하반기 주류장터를 열며 밀레니얼을 겨냥한다. ‘맥캘란 12년 더블 캐스크’, ‘산토리 야마자키 12년’ 등과 함께 ‘발베니 12년’에서부터 한정판 ‘독수리 에디션’, 수백 만원대에 달하는 ‘야마자키 츠쿠리와케 셀렉션 2022’를 선보인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창립 12주년을 맞아 대규모 위스키 행사를 진행한다. 이달 24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에반 윌리엄스 보틀드 인 본드(BIB) 12주년 에디션 50도 1ℓ’를 3만 병 한정 판매한다. 제조·수입사와의 사전 기획과 대량 발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

공항 면세점은 화려한 팝업스토어와 위스키 라인업을 앞세워 차별화에 힘을 주고 있다. 최근 LVMH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모렌지’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 오프라인 팝업 매장을 열었고,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들어선 로얄살루트는 매장 내 왕좌를 활용한 포토존으로 고객 잡기에 나섰다. 신세계면세점은 각종 국제 위스키 어워드 및 주류 품평회에서 수상한 프리미엄 싱글몰트 위스키를 중심으로 꼬냑, 보드카, 진까지 입점시키며 주류 라인업을 강화했다.

시장 확대와 함께 위스키 몸값이 뛰면서 ‘위스키 리셀’ 판도도 바뀌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없어서 못마시던 시절에나 술이 귀해서 알음알음 되팔이가 성행했다”며 “이제는 수입량이 늘고 시중에 물건이 많아져 가격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다. 고환율 때문에 차익 면에서도 별로다. 리셀을 하더라도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희귀 물건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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