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25년] 전문가들 "가계부채 규모 줄이고, 부실기업 솎아내야"

입력 2022-10-24 06:00 수정 2022-10-2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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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주담대 상환 유도로 규모 줄여야"...근본대책은 '일자리 안정화'라는 주장도
"고금리 타격 큰 중소기업 지원해야…저금리서 생명 연장한 '좀비기업'은 구조조정"

최근 기준금리 상승으로 가계ㆍ기업 대출금리가 급격하게 오른 가운데 가계부채와 부실기업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이투데이는 경제 전문가들에게 관련 대책에 대해 물었다. 이들은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은 주지만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금융위기로까지 연결될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주담대의 상환을 독려하는 등 부채 규모를 더 이상 늘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택구입용 자금은 수익률에 민감하고 대출규모가 커 이자변동에 따른 차주의 상환부담이 크게 변할 수 있다. (가계대출의 금리민감도 분석 및 시사점)
▲주택구입용 자금은 수익률에 민감하고 대출규모가 커 이자변동에 따른 차주의 상환부담이 크게 변할 수 있다. (가계대출의 금리민감도 분석 및 시사점)

가계부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비중이 가장 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8월 기준 주담대는 전체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의 59.6%에 달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주택이라는 고가의 자산을 처분해 가계부채를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집을 직접 사들이는 식의 제도를 신설해 부동산 자산을 소득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낮춰 주담대를 빠르게 상환하게끔 유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봤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부채의 근본적인 관리를 위해서 '일자리의 안정'을 꾀해야 한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큰 기업이 무너지면 하청기업의 부실로 연결된다"며 "소속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개개인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게 되는 식으로 연쇄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금리인상기, 가계부채 정책 하나로 단기간 해결 힘들어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안심전환대출이 대표적이다. 서민, 실수요자가 보유한 변동금리 주담대를 장기ㆍ고정금리로 갈아타게 해 이자부담을 덜어주는 데 목적이 있다. 이외에도 대출 만기 연장ㆍ상환유예 추가 연장과 부실차주의 채무를 조정해주는 새출발기금도 당국이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대책의 일환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부의 관리대책에 대해 "도움은 되지만 가계부채 규모를 줄이는 근본대책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 교수는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워진 이들에게 '각자 빚을 내서 버텨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새출발기금처럼 정부가 나서서 부채를 조정하는 등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답했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안심전환대출 등의 정책도 도움은 되겠지만, 정책 하나만 시행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모든 것이 금리의 종속변수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금리 인상'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기에 이에 맞춰서 금리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계부채 관리책을 내놔야 한다는 얘기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안심전환대출, 새출발기금 등은 도덕적 해이가 문제가 되기 때문에 가계부채 규모를 줄일 수 있는 근본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이 같은 정책을 시행할 때는 대상자 선정을 엄격한 기준에 따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금리 인상 여부와 상관없이 이자를 갚지 못하는 취약차주에 한해서는 금융 지원을 더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중소기업 지원 강화해야…가능성 없는 부실기업은 구조조정 필요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의 타격을 크게 입는 중소기업 위주의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면서도 저금리와 정부 지원책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부실기업은 솎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중소기업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대출 만기 연장을 비롯해 중소기업을 위주로 하는 지원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 수출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저성장이 전망되면서 수출 회복이 늦어지고 있어 제조업 관련 중소기업이 특히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봤다.

지금까지 낮은 금리에 힘입어 생존해왔던 부실 기업은 구조조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래야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살아남아 국가 경제를 더 튼튼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기업이 무너진다고 해서, 직원들이 직장을 잃는다고 해서 정부가 무조건 나서서 돈을 대주는 식으로 재원을 낭비하면 안 된다"며 "정부는 불필요한 개입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김태기 교수 역시 "금융기관이 대출해줄 때 사업주의 자구 노력, 시장에서의 경쟁력 등을 세세히 따져야 한다"며 "건실한 회사가 일시적인 유동성 어려움을 겪는 경우라면 정부가 도와줘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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