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주요국 국방장관과 이례적 통화…“우크라이나 더티밤 우려”

미국, 영국, 프랑스, 튀르키예 연쇄 통화
폭탄에 방사성 폐기물 담은 더티밤 사용 우려 표명
서방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숨은 의도 의심

▲우크라이나군이 21일 도네츠크에서 러시아 진지를 포격하고 있다. 도네츠크(우크라이나)/AP뉴시스

러시아가 주요국과 이례적인 국방장관 통화를 하며 우크라이나 도발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을 우려하는 서방과 우크라이나는 오히려 러시아의 움직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2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미국, 영국, 프랑스, 튀르키예 국방장관과 순차적으로 통화했다. 특히 미국과는 사흘 만에 다시 통화했으며, 러시아 측의 요청으로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쇼이구 장관은 성명에서 “폭발물을 사용해 방사성 폐기물을 살포하는 무기인 ‘더티밤’과 관련한 우크라이나의 도발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더티밤은 파괴력에서 핵무기에 못 미치지만, 광범위한 지역을 방사능 오염에 노출시킬 수 있는 위험한 무기다.

러시아는 최근 지속해서 우크라이나가 더티밤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국방장관 통화에는 이를 공론화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8월 15일 국제군수기술 포럼에 참석했다. 모스크바(러시아)/AP연합뉴스

다만 이날 통화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숨겨진 의도를 더 우려했다. 영국 국방부는 “쇼이구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확대하기 위해 영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의 행동을 촉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며 “벤 월리스 국방장관은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하고 이것이 더 큰 위협을 위한 구실로 이용돼선 안 된다고 러시아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 역시 오히려 러시아 측이 위험한 계획을 세우는 중이라며 반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가 전화를 걸어 우크라이나가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그건 러시아가 이미 모든 걸 준비해놨다는 의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