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외국인 모두 채권 순매수 규모 감소
정부, 50조 투입해 채권 시장 불 끄기 나서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로 ‘돈맥경화’에 방아쇠를 당기자, 투자자들이 채권 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안 그래도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채권 시장이 냉각 상태였는데, 지방정부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면서다. 시장은 김 도지사의 결정을 ‘채권이 위험하다’라는 시그널로 해석했고, 결국 기획재정부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50조 원을 쏟아붓겠다고 발표했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김 도지사가 레고랜드 사업의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부터 이날까지 총 거래대금은 245조7126억 원이었다. 이는 지난달 같은 기간(323조7967억 원)보다 24.11% 줄어든 수준이다. 매수에서 매도를 뺀 순매수 거래대금은 한 달 새 39억3320억 원에서 245조7126억 원으로 29.54% 쪼그라들었다.
개인의 매수세도 제동이 걸렸다. 레고랜드 사태 전달만 해도 개인은 2조6871억 원 규모의 채권을 순매수했으나, 이달 들어서는 6659억 원 감소한 2조212억 원을 사들이는 데 그쳤다. 가장 많이 줄어든 건 자산유동화증권(ABS)이었다. 개인의 ABS 순매수 규모는 지난달 782억 원에서 169억 원으로 78.38% 감소했다. 레고랜드에 ABS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앞서 강원도가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발행된 205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해 지급 보증 철회 의사를 밝힌 데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강원도는 다시 채무를 상환하겠다고 번복했지만 사태는 수습되지 않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ABCP는 ABS와 매출채권, 부동산 등 자산을 근거로 발행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그 형태가 각각 기업어음, 증권이라는 데에서 차이점이 있다. 이 외에도 개인들은 기타 금융채(-61.58%), 회사채(-35.12%) 매수를 줄였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1조 원 넘게 채권 매수 규모를 줄였다. 레고랜드 사태 전달 외국인은 5조7697억 원의 채권을 사들였으나, 최근 한 달 동안은 4조8565억 원을 매수하는 데 그쳤다. 외국인 역시 ABS에서 순매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전달 1억 원의 ABS를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최근 들어 93억 원어치를 매도했다.
다만 이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특수채와 은행채 매수 규모를 늘리고 있다. 채권 시장 양분화가 본격화 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공사가 적자를 메우기 위해 한전채를 공격적으로 발행했고,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늘리기 위해 은행채를 발행하면서 시장 자금을 쓸어간 것이다. 전달과 비교해 이번 달 개인의 특수채와 은행채 순매수 규모는 각각 70%, 10.10% 증가했다. 외국인도 마찬가지로 2108.14%, 84.37% 늘었다. 관련해 이달 발행된 특수채와 은행채는 각각 3조5504억 원, 16조4700억 원이다.
한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대통령실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회사채 시장과 단기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유동성 공금 프로그램을 50조 원 플러스알파 규모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채권시장안정펀드 20조 원 △회사채, 기업어음 매입 프로그램 16조 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 원 △주택도시보증공사, 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 지원 10조 원 등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