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열린음악회 OK·비 레이니즘 NO”…시민 품 안긴 청와대, 어디까지 열리나

입력 2022-10-2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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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넷플릭스 ‘테이크원’ 메인 예고편)
▲(출처=넷플릭스 ‘테이크원’ 메인 예고편)

열린음악회는 되고, 비는 안 된다?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테이크원’은 네 번째 에피소드를 통해 가수 비(본명 정지훈)가 청와대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지난 6월 진행된 비의 단독 공연으로, 당시 비는 청와대 본관 내부와 잔디밭 특설무대에서 ‘레이니즘 ’ 등 히트곡 무대를 선보이며 상의를 벗는 등 열정적인 공연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해당 에피소드는 문화재청이 넷플릭스 측에 공연 및 촬영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불렀습니다. ‘청와대 관람 규정’이 6월 12일 시행됐는데, 넷플릭스가 이보다 앞선 10일에 공연 신청을 했기 때문입니다. 문화재청은 “규정이 제정된 건 7일”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신청서가 접수되기도 전에 ‘공연이 가능하다’라는 확답을 준 것으로 드러나 특혜 의혹을 둘러싼 공방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촬영 승인 전부터 청와대 답사”…문화재청의 꼼수 허가?

23일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넷플릭스로부터 “지난 5월 25일 문화재청으로부터 공연이 가능하다는 확답을 받았다”는 답변이 왔다고 밝혔습니다. 넷플릭스 측이 장소 사용 신청도 전에 이미 청와대를 사용해도 된다는 확답을 받았다는 것인데요. 이는 6월 10일 넷플릭스 측의 사용 신청과 13일의 문화재청 측의 허가가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는 지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의원은 “넷플릭스는 지난 5월 25일에 공연이 가능하다는 확답을 (문화재청으로부터) 받은 이후 동선 체크를 위해 가수 비와 제작진이 직접 청와대를 방문해 사전 답사를 했다고 답했다”며 “청와대 관람 규정의 ‘영리 행위’에 대한 불가 조항 때문에 허가하기가 어려워지자 부칙을 제정해서 예외를 적용하는 무리수를 둔 것이다. 청와대 개방과 활용에서 드러나는 각종 특혜 의혹에 대해 명확히 해명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실로 비는 지난 6월 2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여러분들 덕분에 6월 17일 금요일 오후 7시 영광스럽게도 청와대에서 단독 공연을 한다”며 관심을 독려한 바 있습니다.

문화재청 측의 허가 시기를 떠나, 청와대 활용으로 인한 역사적 상징성·정체성 훼손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다수 발견됩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특혜 의혹’으로까지 번질 사안이냐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청와대는 대통령실이 아니라 이미 국민 관광지”라며 “(청와대는) 이미 국민 관광지가 돼 수백만 시민이 다녀갔다. 청와대가 어떤 곳인데 감히 공연, 패션 등 발칙한 행위를 하느냐고 화내는 이를 보면 이미 지난 역사를 돌리려는 수구파, 위정척사파가 떠오른다. 청와대도 이제 경복궁, 창경궁 같은 고궁처럼 국민 관광지가 됐다는 걸 부정하지 말자”고 주장했습니다.

▲(출처=보그 코리아)
▲(출처=보그 코리아)

“열린음악회는 되는데” 형평성 논란…‘공연 메카’ 백악관ㆍ알람브라궁전

청와대 촬영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패션 잡지 보그 코리아는 지난 8월 청와대에서 촬영한 ‘청와대 그리고 패션’이라는 한복 패션 화보를 공개했습니다. 한혜진 등 모델들은 한복과 드레스를 입고 청와대 본관, 영빈관 2층 연회장, 상춘재, 녹지원 등에서 파격적인 포즈를 취했는데요. 문화재청은 “74년 만에 국민에게 개방된 청와대에서 한복 패션 화보를 촬영하면서 열린 청와대를 새롭게 소개하고자 했다”고 설명했지만, 여론은 싸늘했습니다. 한복과는 거리가 먼 의상, 드러누운 모델의 포즈 등으로 국격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결국 보그 코리아는 해당 화보를 공식 홈페이지에서 삭제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형평성을 지적합니다. 앞서 지난 6월 방송된 KBS 음악 프로그램 ‘열린음악회’는 ‘청와대 개방 특집’이라는 이름 아래 윤석열 대통령 부부까지 참석해 인사하는 등 국민적 행사로 진행됐습니다. 덕수궁, 창덕궁 등도 패션쇼 무대로 활용된 경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해외는 어떨까요. 미국 백악관에서는 지난달 영국 가수 엘튼 존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초대를 받아 공연을 펼쳤습니다. 엘튼 존은 1998년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도 백악관을 찾아 공연한 적 있죠. 프랑스 베르사유궁전에서는 명품 브랜드 샤넬의 패션쇼가 열리기도 했으며, 스페인 알람브라 궁전도 공연장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도 지난해 알람브라 궁전의 카를로스 5세 궁전에서 공연을 펼쳤습니다.

결국 이번 쟁점은 청와대의 장소 사용 기준과 적용 범위에 놓여 있습니다. 문화재청의 ‘청와대 관람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영리 행위를 포함하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 장소 사용을 허가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촬영 허가는 촬영일 7일 전까지, 장소 사용 허가는 사용일 20일 전까지 신청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번 특혜 의혹으로 영리 행위를 판단하는 기준과 관리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 상황입니다.

지난 5일부터 열린 국회 문체위 국정감사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문화 행사 개입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이번 문화재청의 ‘특혜 의혹’ 역시 공방전에 불을 지필 것으로 예상돼, 이를 해소할 명확한 입장이 나올지 주목됩니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초대를 받아 백악관에서 공연한 영국 가수 엘튼 존 (AP뉴시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초대를 받아 백악관에서 공연한 영국 가수 엘튼 존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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