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삼성' 변모시킨 故 이건희 회장…'위대한 사회환원'

입력 2022-10-25 12:05 수정 2022-10-2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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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등 유족, 삼성 전현직 사장단 300명 추모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수원 선영 찾아 고인 넋 기려
유족들, 천문학적인 사회환원 통해 고인 유지 받들어

▲고 이건희 회장 2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선영에서 치러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2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고 이건희 회장 2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선영에서 치러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2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20년 10월 25일 별세한지 2년이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겸 삼성글로벌리서치 고문,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 회장 등 유족은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이목동 소재 가족 선영을 찾아 고인의 2주기를 추모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등 전ㆍ현직 사장단 등 경영진 총 300여 명도 순차적으로 선영을 찾아 고인을 기렸다. 이 부회장은 추모식 후 사장단 60여 명과 용인시에 있는 삼성인력개발원으로 이동해 2주기 추모 영상을 시청하고 오찬을 함께했다.

삼성은 1주기 때와 마찬가지로 회사 차원의 공식 추모 행사는 열지 않았다. 다만 계열사별로 온라인 추모관을 마련해 임직원이 고인을 기릴 수 있도록 했다.

재계 총수 중에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등 자녀들과 함께 삼성가 선영에서 고인을 추모했다.

이 회장은 1987년 회장으로 취임한 후 대대적인 혁신을 통해 삼성을 '한국의 삼성'에서 '세계의 삼성'으로 변모시켰다. 이 회장은 사회공헌을 기업에 주어진 또 다른 사명으로 여기고 이를 경영의 한 축으로 삼도록 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이 회장의 이러한 경영철학을 받들어 천문학적인 규모의 사회환원을 하기도 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

1987년 이건희 회장이 취임할 당시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10조 원이었다. 이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경영진을 불러모아 "마누라와 자식빼고 다 바꾸라"로 대변되는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혁신을 추진했다.

이 회장은 선진 경영시스템을 도입하고 도전과 활력이 넘치는 기업문화 만들어 경영체질을 강화했다. 삼성이 내실 면에서도 세계 일류기업의 면모를 갖추도록 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은 이 회장이 이룬 커다란 업적의 한 줄기를 차지한다. 이 회장은 반도체가 한국과 세계 경제의 미래에 필수적인 산업이라고 판단하고 1974년 불모지나 다름없는 환경에서 사업에 착수했다.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과감한 투자로 1984년 64K D램을 개발하고 1992년 이후 20년간 D램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지속 달성해 2018년에는 세계시장 점유율 44.3%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2018년 매출액은 이 회장 취임 당시보다 387조 원으로 약 39배 늘었다. 영업이익은 2000억 원에서 72조 원으로 359배, 주식의 시가총액은 1조 원에서 396조 원으로 396배나 증가했다. 2021년 브랜드 가치는 746억 달러로 글로벌 5위를 차지했고 스마트폰, TV, 메모리반도체 등 20개 품목에서 월드베스트 상품을 기록하는 등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했다.

▲고 이건희 회장 2주기 삼성 온라인 추모관 화면 캡처 (독자 제공)
▲고 이건희 회장 2주기 삼성 온라인 추모관 화면 캡처 (독자 제공)

'KH 유산' ①문화ㆍ예술품 기증

이 회장은 생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유족들은 이 회장의 뜻을 이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

유족들은 한국 미술계 발전을 위해 이 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미술품 2만3000여 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하고, 감염병 극복 지원, 소아암 희귀질환 지원 등 의료공헌에도 1조 원을 기부하는 3대 기증사업을 추진했다.

유족들은 12조 원 이상의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상속 재산의 상당 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유산의 약 60%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사회환원을 실천했다.

홍 전 관장은 지난해 7월 국립중앙박물관 '이건희 특별전'을 관람하면서 "소중한 문화유산을 국민들에게 돌려드려야 한다는 고인의 뜻이 실현돼 기쁘다"고 말했다. 미술계에선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방대한 작품들을 국가에 기증한 유족들의 결정이 '국민 문화 향유권을 크게 높였다'고 평가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특별전은 지금까지 매회 매진을 기록하며 '이건희 컬렉션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지금까지 72만 명의 관람객들이 유족들이 기증한 국보급 문화재와 세계적 미술작품을 감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컬렉션 감상을 위해 대구, 광주, 양구 등을 차례로 방문하는 '이건희 컬렉션 투어족'도 생겨났다는 후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25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2026년 시카고박물관에서 대규모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유족들의 미술품 기증은 한국 사회의 기증 문화를 활성화시킨 계기가 됐다. 연평균 64점에 불과했던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작품의 수는 2020년 4월 이 회장 유족의 대규모 미술품 기증 이후 8개월 만에 553점이 기증돼 9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지난해 '이건희 컬렉션 관람의 경제효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3500억 원의 경제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KH 유산' ②감염병 극복 지원 ③소아암 환아 지원

인간 존중 철학에 기반해 평소 의료 공헌에 각별한 관심을 쏟았던 고인의 유지에 따라 이 부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유산 중 1조 원을 감염병 확산 방지와 소아암·희귀질환 치료를 위해 기부했다.

삼성가의 의료 공헌은 이 회장의 △인간존중 △상생 △인류사회 공헌의 경영철학을 계승해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공헌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다짐과 약속이기도 하다.

이 회장 유족 측은 지난해 5월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대한민국 감염병 극복 지원 사업' 기부 기념식을 했다. 유족들은 감염병 극복 위해 7000억 원을 기부하기로 했으며 이 중 5000억 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될 예정이다. 나머지 2000억 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된다.

유족들은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려 고통을 겪으면서도 비싼 치료비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전국의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000억 원을 기부했다. 이 기부금은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ㆍ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으로 쓰일 예정이다. 소아암 환아 1만2000여 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 명 등 총 1만7000여 명이 도움을 받게 될 전망이다. 소아암, 희귀질환 임상연구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8월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사업단'을 발족하고 전국의 환아들이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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