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금속·벌레 이어 고래회충까지…한국맥도날드 ‘위생’ 왜 이럴까?

입력 2022-10-25 16:39 수정 2022-10-2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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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맥도날드 지난 5년간 식품위생법 적발 91건 달해
점포 수로 환산하면 비율 22.4%…맘스터치(14.4%)·롯데리아(9.6%)보다 높아

(출처=JTBC 캡처)
(출처=JTBC 캡처)

지난 1998년 서울 올림픽 당시 미국 프랜차이즈 대명사 맥도날드가 서울 압구정동에 국내 1호점을 열고 국내 시장에 첫선을 보였습니다. 얇은 패티에 케첩과 마요네즈를 버무린 샐러드를 넣은 빵을 햄버거라고 불렀던 젊은이들은 빅맥이 주는 이국적인 맛과 감자튀김이 주는 신선함에 열광했습니다.

국내 외식업계에서도 맥도날드는 그야말로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높은 인기와 함께 어느 매장이나 같은 맛을 느낄 수 있는 표준화와 당시로써는 상상도 못했던 청결한 주방은 국내 업체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죠. 맥도날드가 우리나라에서 흥행을 거두면서 글로벌 외식업체들이 너도나도 국내 시장에 발을 들여오는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이 벤치마킹을 주저하지 않던 맥도날드의 위상도 이제 옛말이 됐습니다. 위생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5년간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업체의 식품위생법 위반 적발 사례는 564건입니다. 적발건수 1위 업체는 맘스터치(189건)였습니다. 이어 롯데리아(128건), 맥도날드(91건), 써브웨이(49건), 봉구스밥버거(48건) 순이었습니다.

맘스터치와 롯데리아의 적발 건수가 많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맘스터치와 롯데리아는 국내 점포 수 기준 1~2위를 다투는 업체들로 위반 횟수 역시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지난 2020년 기준 맘스터치는 1314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고, 롯데리아는 1330개에 달하죠. 점포당 위반 사례가 1건이라고 가정하면 적발률은 10% 내외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맥도날드입니다. 2020년 맥도날드 매장 수는 407개로 점포당 1개의 위반 사례가 발견됐다고 가정하면 최근 5년 간 위생 문제로 지적받은 건수의 점포당 비율은 22.4%에 달합니다. 4곳 중 1곳에서 최근 위생 문제가 불거졌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죠.

이쯤 되면 방문할때 마다 ‘위생’이라는 단어가 떠올라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지 않을까요? 2020년 기준 국내 점포수 408개로 글로벌 맞수로 평가받는 버거킹의 식품위생법 적발 사례가 순위권에 없다는 점과 비교할 때 더욱 아쉬운 대목입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올해 4월에는 2년 간 한국 맥도날드를 이끌어온 앤토니 마티네즈 대표가 호주맥도날드로 자리를 옮기고, 김기원 대표가 새롭게 한국맥도날드를 이끌게 됐습니다. 김 대표는 프록터 앤드 갬블(P&G) 마케팅부장, SBS 미디어 홀딩스 차장, 코카콜라 마케팅 이사를 역임한 마케팅 전문가입니다.

한국맥도날드 수장에 오르자마자 ‘한국의 맛 시리즈’를 비롯해 ‘88 서울 비-프 버거’등을 출시하는가 하면,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맥그리들’를 들여오는 등 마케팅에 힘을 줍니다.

하지만 위생 쪽에는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죠. 김 대표 취임 후 3개월 후인 지난 7월 한국맥도날드는 조리도구에서 이탈한 금속이물이 햄버거에 혼입된 사실이 확인돼 행정처분을 받았고, 지난달에는 감자튀김에 벌레 이물 신고가 들어와 정부의 점검 결과 설비 주변 등 청결·위생관리 미흡 등이 적발됐습니다.

이달 초에는 경기도 이천시의 한 매장에서 ‘고래 회충’으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발견돼 홍역을 치렀습니다. 맥도날드는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은 조건으로 합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논란이 일었습니다.

맥도날드는 왜 마케팅에만 집중하고 위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외식업계에서는 한국맥도날드가 현재 매각을 진행 중이라는 점을 이유로 꼽습니다. 경영진에 주어진 1순위 과제는 덩치를 불려 높은 값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라는 것이죠. 때문에 위생은 상대적으로 소홀해졌다는 지적입니다. 마케팅 전문가인 김기원 대표에게 회사를 맡긴 점도 설득력을 더합니다.

하지만 외식업체가 위생을 간과하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입니다. 맥도날드는 그 점을 망각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무리 참신하고 맛잇는 메뉴를 내놓고 글로벌 히트 메뉴를 들여와도 기본 중에 기본인 위생이 문제가 된다면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는 건 한순간입니다.

맥도날드는 철저한 방지 대책과 함께 이후 변화된 모습을 제대로 보여줘야 ‘위생 불량’이라는 불명예를 지울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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