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는 못 참지] 10마리 중 7마리 1등급 이상...‘혈통’으로 육질 고급화

입력 2022-10-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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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개량·고급화 전략으로 수입산과 꾸준한 차별화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국립축산과학원 한우연구소 초지에서 한우들이 풀을 뜯어 먹고 있다. (뉴시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국립축산과학원 한우연구소 초지에서 한우들이 풀을 뜯어 먹고 있다. (뉴시스)

‘없어서 못 먹는다’는 한우는 우리 역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귀한 노동 수단이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한우는 양질의 단백질을 제공하는 최고의 식재료로 자리잡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990년 9000억 원에 불과했던 한우산업 생산액은 30년 후인 2020년 5조7000억 원까지 약 6배가 성장했다. 농림업 생산액에서 11%, 축산업 생산액에서는 28%를 담당하는 주요 산업으로 성장했다.

한우 사육마릿수는 1990년 162만 마리에서 2021년 359만 마리로 2배가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62만 호였던 한우 사육 농가는 지난해 9400호로 약 7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산업구조와 축산 정책의 변화로 한우산업에서 전업화·규모화가 이뤄진 것이다.

특히 시장 개방에 따른 수입 농축산물에 대응하기 위한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나왔던 전업농 육성계획이 큰 영향을 끼쳤다. 전업농의 기준은 1990년대 30두 이상이었지만 2001년 이후 지금까지는 100두 이상으로 상향됐다.

전업농 규모는 점차 커져 1999년 0.4%였던 100두 이상 사육 농가는 2018년 기준 7.2%까지 늘었다. 이들 대규모 전업농이 현재 한우 사육을 주도하고 있다. 소득이 증가하면서 소고기 소비도 함께 증가했다. 2020년 수입산과 한우를 합친 우리나라 소고기 총 소비량은 60만 톤 규모로 30년 전 30만 톤에서 2배로 늘었다. 1인당 소고기 소비량은 1990년 4.1㎏에서 지난해 12.9㎏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1인당 국민소득은 7000달러에서 3만2000달러로 늘었다.

한우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우리 식문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은 고급화 전략이 큰 원동력이 됐다. 한우는 저렴한 수입산과 차별화를 두기 시작한 것이다. 소고기 품질을 평가하는 등급판정제가 도입됐고, 소비자들은 이 기준을 소고기의 맛과 연결시켰다. 소고기 등급제는 수입소고기와 차별화된 한우고기의 소비기반 확보를 위해 도입됐다. 육질에 따라 1++, 1+, 1, 2, 3등급, 육량에 따라 A, B, C 등급으로 나눠 고급육 생산을 유도했다.

한우농가는 높은 등급의 한우 생산을 위해 품질개선에 참여했고, 실제로 고등급 비율도 크게 높아져 농가 소득 증대로 연결됐다.

소고기 등급제가 처음부터 환영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마블링이 뛰어난 소고기보다 지방이 적은 고기가 선호됐다. 1997년 지방이 적은 2등급 소고기의 도매시장 경락가격은 ㎏당 9367원이었지만, 마블링이 뛰어난 1+ 등급 소고기의 도매시장 경락가겨은 ㎏당 5092원으로 반값에 불과했다.

하지만 서서히 가격 역전 현상이 이뤄졌고, 10년 뒤 2008년에는 1++등급이 ㎏당 1만7298원, 2등급이 1만2229원, 2018년에는 1++ 등급이 2만958원, 2등급은 1만4965원으로 격차가 커졌다. 한우농가는 고품질 한우 생산 비중을 늘려갔고, 1999년 18.8%였던 1등급 출현율은 2008년 54%, 2018년에는 73%까지 높아졌다. 한우 10마리 중 7마리는 1등급 이상의 등급을 받은 셈이다.

한우 자체의 개량 사업도 꾸준히 진행됐다. 농식품부는 우리의 전통 품종인 한우의 유전적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한우개량 목표를 설정하고, 가축개량 기관을 지정·운영하고 있다. 한우의 혈통에 대한 심사와 등록 검정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연구가 계속되면서 1990년 한우 한 마리의 출하 시 평균 체중은 444㎏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75.5%가 증가한 779㎏까지 늘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 같은 체중증가와 육질개선 등의 효과를 경제 가치로 환산하면 연간 약 156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수입산과 달리 냉장으로 유통이 가능한 것도 한우가 고급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게 했다. 이 유통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없애기 위해 2008년에는 소고기 이력제가 도입됐고, 철저한 원산지 확인으로 한우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높아졌다. 실제로 소고기 이력제에 대한 정책만족도 결과는 2011년 58.6점 수준에서 꾸준히 향상되는 추세로 지난해에는 67.5점을 기록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등급판정 결과를 활용해 사양방법 개선, 한우개량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고품질 한우 생산이 늘어났고, 농가의 소득도 향상됐다”며 “냉장으로 신선한 한우를 공급하기 위한 유통구조의 신뢰성을 높인 것도 한우를 고급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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