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한파, 콘트롤타워 재건…이재용 앞에 놓인 과제들

입력 2022-10-27 16:14 수정 2022-10-2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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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승어부' 선언
반도체ㆍ차세대통신ㆍ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준비
지배구조 개편 의지 강해…대형 M&A 속도낼 듯

이재용 회장이 27일 부회장으로 승진한지 10년 만에 회장직에 올랐다. 뉴삼성을 알리는 공식적인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만큼 콘트롤타워 복원, 조직 개편 등 후속 작업에큰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은 반도체 초격차 유지, 대형 인수합병(M&A), 미래 사업 투자 등 다양한 중장기적인 과제도 안고 있다.

이 회장은 2020년 12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승어부'(아버지보다 나음)를 선언했다. 크고 강한 기업을 넘어 모든 국민들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기업가로서의 '꿈'을 밝혔다.

당시 이 회장은 △신사업 발굴을 통한 사업 확장 △준법문화 정착 △산업 생태계와의 소통 확대 및 지원 △임직원 자부심 및 국민 신뢰도를 높여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언급했다.

뉴삼성을 향한 거침없는 항해에는 삼성그룹의 미래 설계를 주도할 콘트롤타워가 필요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국정농단 사태로 2017년 폐지된 옛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재계에선 미전실의 기능이 사업지원TF(삼성전자)·금융경쟁력제고TF(삼성생명)·EPC(설계·조달·시공)경쟁력강화TF(삼성물산)로 쪼개져 있는 지금으로써는 삼성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이 회장 취임으로 빨라질 삼성 지배구조 개편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 회장 등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삼성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이 1.63%에 불과해 외국의 헤지펀드 등의 약탈적 경영권 공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또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총자산의 3%만 보유할 수 있어 이 회장의 지배력은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이 회장의 의지도 강하다. 이 회장은 최근 2기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찾아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 가치 향상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밑그림을 차곡차곡 그려왔다. 삼성은 반도체와 함께 바이오, 차세대 통신, 신성장 IT R&D 등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450조 원(국내 36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회장이 9월 기흥캠퍼스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삼성전자)
▲이 회장이 9월 기흥캠퍼스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삼성전자)

당장 이 회장이 집중해야할 부문은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메모리반도체, 시스템반도체 부문의 구체적인 첨단 제품 생산 로드맵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공표하는 등 초격차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당장의 상황은 안좋다. 삼성전자가 이날 발표한 3분기 경영실적에 따르면 DS(반도체) 부문 매출은 시장의 예상과 달리 23조200억 원에 그쳤다. 이로써 지난해 인텔로부터 3년 만에 탈환했던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에 내주게 됐다. TSMC는 최근 3분기 매출액이 6131억 대만달러(한화 약 27조5000억 원)라고 발표했다.

이 회장은 단기적인 해법으로 대형 M&A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M&A는 2017년 미국 전장업체 하만 인수 후 5년째 중단됐다. 삼성전자의 M&A 후보군으로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네덜란드의 NXP, 독일 인피니언 등이 꾸준히 거론된다. 영국의 반도체 설계자산(IP) 1위 기업인 ARM도 유력한 대상으로 떠올랐으나 이달 초 이 회장과 최대주주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회동 이후 답보상태다.

이 회장은 5G를 비롯해 6G로 대표되는 차세대 통신 시장 개척을 주도하고 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가 5G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빠르게 키울 수 있도록 △전담조직 구성 △연구개발 △영업ㆍ마케팅까지 전 영역을 진두지휘했다. 이 회장이 장기적 안목으로 첨단 통신장비 중장기 투자를 챙기면서 차세대 통신 사업이 '반도체 신화'에 필적하는 뉴삼성의 '플래그십 사업'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바이오 사업도 뉴삼성을 완성할 또 하나의 주춧돌이다. 이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에 나선 이후 삼성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바이오 사업을 회사의 '미래 먹거리'로 거론하며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오랜기간 총수 역할을 해온 만큼 새로울 것은 없다"면서 "연말에 있을 사장단 인사와 조직 개편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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