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채안펀드’ 둘러싼 입장차…대형사 “매입 아니라 유동성 지원” vs. 중소형사 “대놓고 받기도 애매”

입력 2022-10-27 16:26 수정 2022-10-2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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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금투협 주재 9개 종투사 사장단 회의…‘시장안정 기여 방안’ 논의
회사별 500억~1000억원 출연 계획, 운용 방식 SPC 유력…“형식 미정”
대형사 “채권 매입 아닌 유동성 지원”…중소형사 “전례 없어 방식 주목”

‘제2 채안펀드’로 불리는 대형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들의 기금 조성을 놓고 대형사와 중소형사간 입장이 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유동성 지원을 위해 대형 종투사들이 직접 나서 기금을 조성한 전례가 없어 어떤 입장을 취해야할 지 신중한 모습들이다. 대형사와 중소형사간 입장을 조율해야 하는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도 말을 아끼고 있다.

27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미래에셋증권·메리츠증권·삼성증권·신한투자증권·키움증권·하나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NH투자증권 등 9개사는 회사별로 500억~1000억 원을 출연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 내용은 이날 금융투자협회가 주재한 ‘긴급사장단 회의’에서 결정됐다. 참여사들이 500억 원씩 출연하면 당초 예상했던 1조 원의 절반 수준으로 기금이 우선 조성될 가능성도 있다.

금투협은 기금 운용 형식, 지원 대상 등 구체적인 조건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금투협회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법은 실무자 차원에서 논의하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SPC 구조를 많이 활용해왔기 때문에 SPC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논의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목할 부분은 대형사들과 중소형사들의 입장이다. 자금을 지원하는 쪽도 지원을 받을 쪽도 모두 ‘주주배임’ 등 시장질서에 위배되는 것은 없는지 신경쓰는 분위기다.

대형사들은 유동성 위기가 증권업계 전체로 확산되지 않도록 자금여력이 있는 만큼 시장 안정 역할을 하겠다면서도 “동냥하는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A증권사 대표는 ‘채안펀드’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며 “증권사 자율적으로 시장 안정을 위해서 자금을 모은 거지 채권을 살려고 모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본시장은 가격이라는 게 존재하는데 그걸 무시하면 안되고 주주의 돈을 빼서 막 쓴다는 것도 아니다”라며 “중형사도 그런 오해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경색을 완화해주자는 목적이지 불우이웃돕기 하자는 것 아니다. 중소형사들 불우이웃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유동성 지원인 만큼 시장 금리 수준에 해당하는 금리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형사들도 대형사들의 기금 조성 발표에 대해 드러내놓고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다. ‘기금 지원=부실 징후’란 시장의 오해를 받을 수 있고, 실효성 역시 의문이기 때문이다.

B 중소형증권사 관계자는 “감사하다고 대놓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증권사에 15년 있었는데 이런 식의 대형증권사 출자 상황은 처음 본다”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사실 장기적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순자본비율(NCR)만 보고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관점은 조금 어려운 것 같고, 만기가 상환되는 시점까지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수준은 물론 할인해주면 좋겠지만, 특혜를 준다고 볼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형평성에 어긋나는 수준으로 하게 되면 향후 반대급부의 문제도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 점을 감안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대형사와 중소형사간의 입장을 조율해야 하는 금투협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조성하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투협가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듯한 형국”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 다른 금투협 관계자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말고 다른 방식으로 기금을 운용할 수 있다”며 “민간 차원에서 하는 것이니깐 실무적인 협의를 통해 방식을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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