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배터리, 이제 시작이다

입력 2022-10-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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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산업부 기자

▲산업부 박기영 기자
▲산업부 박기영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체가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전 세계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괄목할 만한 성과다.

사실 배터리, 전기차용 ‘2차 전지’는 몇 년 전부터 기대가 이미 한껏 모인 분야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로 재편될 것으로 예견했다. 국내 대기업은 전기차 관련 기술개발에 뛰어들었고, 주식 시장에서는 2차 전지 관련주 주가가 널을 뛰었다. 배터리 업체의 이번 호실적이 더욱 기꺼운 것은 전기차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란 점에서다. 과거 전문가와 애널리스트 사이에서 종이와 전자문서 형태로 떠돌던 ‘기대’가 현실화한 것이다.

LG엔솔과 삼성SDI는 5조 원에서 7조 원에 달하는 매출 규모와 10%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눈길이 가는 점은 LG엔솔이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적자기업’이었단 점이다. LG화학에서 분사해 상장하자마자 단숨에 국내 시가총액 2위를 차지할 만큼 몰렸던 기대가 이제 숫자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LG엔솔과 삼성SDI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동안 포스코는 아르헨티나 염호(소금 호수)를 매입했으며, 염호에서 광물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아르헨티나 내 탄산리튬 생산공장과 관련해 약 1조5771억 원 규모 2단계 투자를 승인하고 6월 착공 예정이다. 포스코그룹에서 음·양극재를 만드는 포스코케미칼 역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1년 전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음·양극재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부품이다. 포스코그룹의 양산이 시작되면 리튬 등 원자재 생산부터 음·양극재 등 부품, 전기차 배터리 완제품, 전기차까지 모든 공정을 국내기업만으로 소화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국내 다수의 기업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진출했다. 폐배터리에서 리튬 등 원재료를 추출해 새 배터리 원료로 사용하는 사업이다. 우리나라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원료부터 채취하고, 만들고, 재활용까지 알차게 소화하는 셈이다.

국내 기업들의 ‘2차전지 잔치’는 오랜 준비와 투자로 가능했다. LG엔솔은 지난 10년 동안 연구·개발(R&D) 비용으로만 5조3000억 원을 쏟아부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3784억 원을 투입했다. 삼성SDI도 올해 상반기에만 5147억 원을 R&D 비용으로 썼다. 어려운 시대에 국내 기업들의 오랜 투자 결실이 더욱 풍성하게 돌아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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