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피부질환인 ‘건선’ 환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불충분한 치료 효과와 경제적 부담인 것으로 확인됐다.
건선은 피부 표피의 과도한 증식과 진피의 염증이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난치성 피부질환이다.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면역학적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주된 증상은 발진과 각질이 있다. 피부에 붉은 색을 띠는 발진이 생기고, 그 위 경계 부분은 은백색의 각질이 덮이면서 마치 비늘처럼 일어난다. 피부의 병변이 주된 증상이라 전염성 질환이 아님에도 전염병으로 오해받는 일이 많고 이에 따른 사회적 편견도 심한 편이다.
힌국건선협회는 29일 ‘세계 건선의 날’을 맞이해 건선 환자 233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건선 환자 치료 접근성 및 교육’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 조사는 전 세계 62개국 건선 환자단체 연합체인 세계건선협회연맹(IFPA)과의 협력 아래 한국, 홍콩, 말레이시아 등 3개국 건선 관련 환우회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건선 치료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응답자의 56%는 불충분한 치료 효과를 꼽았다. 그 뒤를 이은 52%는 경제적 부담이라고 답했다. 엄격한 보험적용 기준에 대해서도 44%가 응답해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치료비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 혹은 줄이거나 치료비를 빌린 적이 있다는 응답도 26%에 달했다.
현재 건선 치료를 위해 국소요법(바르는 약)을 사용한다는 응답이 5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최신 치료(생물학적제제) 37%, 광선·자외선 치료 24%, 면역조절제(메토트렉세이트, 사이클로스포린 등) 18%, 동종요법(대체보완요법)·한방요법 6% 순이었다.
환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선 치료 목표는 ‘피부 깨끗해짐 유지’가 7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완전히 깨끗해짐’(68%), ‘자신감을 높이는 것’(27%) 순으로 뒤를 이었다.
건선협회가 지난 2020년과 2021년에 진행한 환자 설문 조사에서는 완전히 깨끗한 피부가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치료 목표였으나, 생물학적 제제와 같은 효과가 좋은 새로운 치료법이 등장하면서 ‘깨끗해진 피부가 오랫동안 유지되는 것’이 가장 우선순위로 높은 치료 목표로 올라선 것으로 분석된다.
환자들의 치료 목표와 의료진과의 소통이 치료만족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조사도 진행됐다. 응답자의 36%가 ‘의료진과 치료 목표에 대해 정기적으로 소통한다’고 답변했고, 의료진과 치료 관련 결정을 하기 위해 함께 협력한다는 환자는 44%로 나타났다. 한국과 홍콩, 말레이시아 모두에서 의료진과 치료 목표에 대해 정기적으로 소통할수록, 치료제 결정도 의사와 함께 한다는 응답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김성기 한국건선협회 회장은 “오랜 기간 환자 대상 조사를 진행해 우리나라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 원하는 것 등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해왔다”며 “이번 설문으로 의료진과 환자 간의 의사소통은 치료만족도를 높이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를 위해 환자 자료 개발 및 교육 방안 등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매년 10월 29일은 세계건선협회연맹이 정한 ‘세계 건선의 날’이다. 건선 질환에 대해 알리고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지정됐다. 50여 개국 이상에서 매년 ‘세계 건선의 날’을 기념하고 그 의미를 지속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