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실책에 ‘이차전지 수혜’ 환기…전기차 차별 책임론 차단

입력 2022-10-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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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최근 경제상황과 경제활성화 추진방향'에 대한 보고를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최근 경제상황과 경제활성화 추진방향'에 대한 보고를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두고 이차전지 수혜를 부각시키며 전기차 보조금 배제 문제를 환기시켰다. IRA 통과 과정에서 외교·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공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차전지 업황을 낙관하며 “우리 기업들이 수주 금액만 560조 원 정도 수주하고 있고, IRA가 나왔는데 가장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이 배터리 업종”이라고 말했다.

이차전지와 태양광의 경우 경쟁국인 중국이 IRA로 소외되면서 반사이익을 얻을 공산이 크다.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전기차 보조금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해결에 난항을 겪고 있는 만큼 의도적으로 언급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과 함께 IRA 대응 미진 책임론이 이는 박진 외교부 장관은 참석하지 않았다. IRA에 대해 이차전지 수혜를 강조하면서 전기차 보조금 논란 책임론은 차단하는 모양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지원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앞서 이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외교·산업부 장관의 미흡한 대응은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지적된 바 있다. IRA 통과 상황 파악과 보고, 대응 시기가 늦었다는 것이다. 특히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방한해 윤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하던 시점까지도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질타를 받았다.

지난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에서 주미대사관이 지난 8월 4일 IRA 관련 전문을 외교부에 보냈지만, 박 장관은 해외출장 중이라 보고가 지연됐고 8월 11일에야 서면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선 이 장관의 경우 IRA 초안이 미 상원에 공개된 지난 7월 28일 휴가 중이라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런 가운데 펠로시 의장이 윤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한 날은 지난 8월 3일이다. 주미대사관이 IRA 관련 보고를 하기 하루 전이다. 결국 윤 대통령이 IRA 문제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펠로시 의장과 회담을 벌였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IRA에 서명한 시기는 지난 8월 16일(현지시간)이다. 같은 달 7일 상원을, 12일 하원을 통과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과 회담할 당시 관련 협의를 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는 아쉬움이 나오고 있다. 박 장관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게 IRA에 대한 정부와 업계 우려를 공식 전달한 건 8월 19일이다.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 기자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번 해임건의안은 역대 7번째 국무위원 해임건의이자 윤석열 정부 들어 첫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가결이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 기자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번 해임건의안은 역대 7번째 국무위원 해임건의이자 윤석열 정부 들어 첫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가결이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이 때문에 민주당은 국감 중 외교·산업장관 사퇴를 촉구키도 했고, 박 장관의 경우 다른 외교 문제들까지 책임을 물어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도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해임건의안을 거부했고, 정부 차원에서 IRA 대응을 낙관했다. 또 박성근 국무총리비서실장은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 회담 당시 IRA에 상원도 통과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협의할 여지가 없었다며 비호하기도 했다.

IRA 전기차 보조금 배제 문제는 정부에서 현대차 미 조지아 공장이 가동되는 2025년까지 유예를 요구한 상태지만, 해결될지 불확실한 상태다. 그런 만큼 정부에선 해명보다는 IRA 장점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이다.

다만 민간·외교 차원에서 한미 양국 모두에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인 만큼 정부는 우선 지켜보는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과 주한미국대사 등이 IRA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낸 데다 지난 20일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미 상공회의소는 총회를 열어 IRA 전기차 차별과 국내 중대재해처벌법 규제 철폐를 요구하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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