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29일 발생한 대규모 압사 사고 현장에 투입돼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한 의사가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구조에 참여한 의사 A 씨는 30일 YTN ‘뉴스출발’ 인터뷰에서 “(전날 밤) 11시 5분경 한 골목에서 갑자기 소방대원분들이 여성 환자 두 분을 길바닥에 데리고 오더라”며 “무슨 일인지 가서 보니 그들을 CPR하고 있었다. 5분 정도 지나니까 2명이 추가로 눕혀졌고, 환자가 점점 많아져서 의료진으로서 현장에 바로 투입됐다”라고 밝혔다.
A 씨는 “환자들 얼굴이 말하기 힘들 정도로 창백했다”며 “맥이 안 잡히고 호흡이 없어서 CPR을 바로 진행했다.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얼굴에 코피 같은 출혈이 있어서 기도 확장을 한 다음 구강 안에 있는 피도 뺐다”고 밝혔다.
이어 “CPR을 하면서도 (환자) 복부가 점점 팽창하는 걸 느꼈다”라며 “복부 팽창은 가스가 찬 건지 아니면 (내부) 출혈이 생긴 건지는 (현장에서) 확인할 수 없어서 정확히 말씀드릴 순 없지만, 제가 돌봤던 환자 5~6명 정도가 모두 복부 팽창 증상을 보였고, 이미 사망한 이들도 복부 팽창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핼러윈을 앞둔 29일 약 10만 명가량의 인파가 이태원에 운집하며 대규모 압사 참사가 벌어졌다. 30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망자 151명, 부상자 82명으로 총사상자는 233명으로 집계됐다. 피해자 대부분은 10대와 20대로, 미성년자도 있다. 소방당국은 부상자 82명 중 19명이 중상을 입어 추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데에는 수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좁은 경사로에 몰린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발생 장소는 이태원동 중심에 있는 해밀턴 호텔 뒤편 세계음식거리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있는 대로로 내려오는 길이다. 폭 4m 내외의 좁은 내리막길로, 성인 5~6명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다.
사고 발생 당시 현장에 있었던 생존자들은 공통적으로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골목길 위쪽에서 대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라고 전했다. 많은 인파로 당시 출동한 소방과 경찰도 구조에 난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사고 상황뿐 아니라 사전 대비가 충분히 이뤄졌는지 등도 확인하고 있다. CCTV를 확인하고 목격자 진술 등을 듣는 등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