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납품단가 연동제가 반시장적이라고?

입력 2022-11-01 05:00 수정 2022-11-01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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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한무경 의원실
▲제공=한무경 의원실

최근 고금리, 고환율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소기업계의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에 대한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최근 주호영 원내대표는 중소기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조만간 좋은 소식을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그에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여야 지도부 모두 납품단가 연동제 처리를 약속했지만 반대 목소리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10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 국회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에서 납품단가 연동제 법안 처리를 두고 조율했지만, 찬반 견해차만 보이며 처리가 무산됐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자재 가격 급변동 시 하청업체인 중소기업이 원청업체인 대기업에 납품할 때 원자재 가격 변동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게 하는 제도다. 자유시장경제 하에서 원가가 상승하면 제품 가격 또한 오르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납품단가를 원가에 연동하도록 하는 장치를 왜 마련하려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시장 내에서 동등하지 못한 지위에 따른 데 있다. 중소기업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도 대기업에 납품단가 상승을 요구하기 힘들다. 단가 상승을 요구하다 미운털이 박혀 거래 자체가 끊길까 두렵기 때문이다.

실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던 지난 4월,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전부 반영 받는 중소기업은 단 4.6%에 불과했다.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의 필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납품단가 연동제는 가격을 거래의 당사자, 즉 시장에 맡기지 않고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반시장적 발상이라 주장한다. 이는 틀린 말이다.

오히려 경제학에서 정의되는 완전경쟁시장에 이르도록 도와주는 친시장 정책이다. 완전경쟁시장에서는 모든 경제주체의 시장 지배력은 ‘0’으로 동등해서 오직 수요와 공급만으로 가격이 결정된다. 이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이를 반영해 납품단가도 오르는 것이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시장 내 경제주체 간의 지배력이나 협상력의 차이에서 가격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점을 바로 잡아주는 친시장적인 정책인 것이다.

게다가 현재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방안은 시장의 가격 결정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원자재별 가격 변동 및 반영 비율 등이 담긴 표준약정서를 기본으로 원하청 기업이 자율적인 협의를 하도록 제도적 장치만 마련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납품가격 연동제 도입 시 납품단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게 되고 결국 원하청 기업 모두 손해를 보는 부작용이 있다며 ‘원유가격 연동제’를 거론한다. 2013년 ‘원유가격 연동제’ 도입 후 원유 가격은 계속 오르고 소비자도 비싼 우유을 살 수밖에 없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가격 연동제’라는 이름이 같다고 시장이나 제도 자체를 동일하게 보는 우(愚)를 범한 것이다. ‘원유가격 연동제’는 매년 원유 생산가격 증감분의 ±10% 범위 내에서 낙농진흥회와 유가공업체가 협상을 통해 가격을 정하는 제도다. 일반적인 원하청 제조기업 시장에 적용되는 ‘납품단가 연동제’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원유가격 연동제’는 통계청에서 조사한 연간 생산가격의 증감분을 토대로 매년 단체 간 협상으로 결정된다. 이와 달리 ‘납품단가 연동제’는 특정 원자재 가격이 일정 비율 이상으로 급변동할 경우에만 개별 원하청 기업 간의 자율 협의로 증감분을 반영한다. 게다가 ‘원유가격 연동제’ 도입 이후에도 원유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은 생산자인 낙농진흥회라는 단체의 협상력이 크기 때문이다. 또 물가나 자재 가격 등이 떨어진 것을 이유로 대금을 감액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하도급법 제11조의 감액금지 조항에 따라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해도 납품단가를 인하하지 못해 원가 상승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우선 하도급법 제11조는 하도급 대금 지급 시점의 물가나 자재 가격 등이 납품 등의 시점에 비해 떨어졌을 때 감액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계약 기간 중 원자재 가격 하락을 이유로 납품 대금을 감액하는 것은 현재로서도 법 위반 행위가 아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 시뿐만 아니라 하락 시에도 적용하도록 해 시장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경제민주화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시장 가격 자체가 아니라 힘의 논리나 협상력의 차이에 의해 불공정하게 결정되어 온 가격 결정 방식을 합리적으로 개선하자는 것이다. 이는 공정과 상식을 국정운영 원칙으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와도 일맥상통하는 제도인 것이다. 아무쪼록 이번 정기국회 내에 중소기업계의 오랜 숙원인 납품단가 연동제가 도입되도록 집권 여당의 간사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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