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광화문엔 있고, 이태원엔 없던 것…주최없는 행사가 화 키웠다

입력 2022-10-31 16:04 수정 2022-10-3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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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거리 사고 전 모습(연합뉴스)
▲이태원 거리 사고 전 모습(연합뉴스)

이태원 핼러윈 축제 현장에서 일어난 참사는 좁은 장소에 감당할 수 없는 인파가 몰린 게 원인이었다. 코로나19 이후 야외 활동이 제한되면서 억눌렸던 심리로 10만여 명이 모였고 비극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모일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던 상황에서, 관계기관이 질서 유지를 위한 대책을 마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안전사고 준비 전혀 없어

서울시는 이번 핼러윈을 앞두고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에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과 교수는 YTN과 인터뷰에서 “지차체(서울시)와 시장 상인회, 현장 행사 업체들도 있었는데 누구 하나 안전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며 “안전사고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참사가 '인재'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십만명이 몰리는 광화문 집회의 경우 경찰과 소방당국의 통제가 일사분란하게 이뤄진다. 차로를 막고, 시위 참여자들을 넓은 길로 안내한다. 적절 군중밀도를 유지토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핼로윈 행사는 밀려드는 인파를 통제할 '주최자'가 없었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한국 경찰은 일반적으로 집회에서 인파를 관리하고, 교통을 우회시키는 등 조치를 잘하지만, 이태원 참사에서는 군중 통제가 잘못되었음을 보여줬다"면서 "당국 관계자들은 집회 등과 달리 조직적이지 않고 자발적으로 대규모로 모인 군중을 통제하지 못한 점이 있다고 시인했다"고 지적했다.

▲구조 작업이 이뤄지는 현장(연합뉴스)
▲구조 작업이 이뤄지는 현장(연합뉴스)

관계기관, 사고 가능성 미리 인지

핼러윈 행사가 집중된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일대엔 좁은 골목이 많지만 통행 관리도 이뤄지지 않았다.

용산구는 “27∼29일 28개 조, 직원 150여 명을 동원해 비상근무를 했다”고 해명했지만, 수만 명에 달하는 인파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역 경찰과 관계기관이 핼러윈을 앞두고 모여 미리 회의까지 했으면서도 적극적인 현장 통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대응이 안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 발생 사흘 전인 26일 경찰과 용산구, 지역 상인단체 관계자,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장 등은 간담회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했는데, 당시 대규모 인파 운집에 따른 사고 가능성이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평소 주말보다 많은 200명을 이태원에 배치했지만 안전 관리가 아닌 성범죄, 마약, 절도 등을 단속하는 임무에 치중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전과 비교했을 때 (핼러윈을 맞아)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이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다”며 “시내 곳곳에서 소요와 시위가 있어 경찰 경비 병력이 분산된 측면이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책임 회피성 발언이라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축제 안전 지침 유명무실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이태원동 중심에 있는 해밀톤호텔 뒤편 세계음식거리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 쪽으로 내려오는 좁은 골목길로, 가로 폭(3.2m)이 매우 좁아 안전사고 위험이 상존했다.

게다가 금요일인 28일부터 이태원 골목 곳곳에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 사고 위험이 컸다. 금요일 밤에도 인파에 떠밀려 사람이 넘어졌다가 다행히 사람들이 이동을 멈춰 인명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는 목격담이 SNS로 들려왔다.

이때도 ‘이태원에 사람이 너무 많아 걷기가 힘들 정도’라고 현장 방문자들은 전했다.

핼러윈 파티가 절정인 29일은 오후부터 인파가 몰리기 시작해 사고 직전인 밤 10시께는 골목과 그 주변이 한 발자국 내딛기조차 힘들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런 상황에 불을 보든 뻔한 상황에서 안전 지침은 지켜지지 않았다.

행안부는 지난해 3월 만든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에서 지역축제를 준비한 주최 측이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지자체 경찰 소방 등의 검토와 심의를 받도록 했다.

매뉴얼은 특히 축제 장소의 전반적 관리·감독을 지자체가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지자체는 재난관리부서, 개최자 등과 협의해 안전관리 계획을 심의하고 행사장 지도 및 점검 계획을 세워야 한다. 축제 규모가 작아 심의 대상이 아니어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주최 측과 협의해 합동지도 점검과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찰과 소방의 역할도 세세하게 규정돼 있다. 주최 측이 제출한 안전관리계획 심의를 양측이 합동으로 점검해야 하며 행사 기간에는 순찰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축제 전후 현장을 수시로 점검하며 위험요소 등을 확인하는 것도 경찰과 소방의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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