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발 ‘크레딧 다운']③부실 뇌관 한계기업 “정리해야 경쟁력 제고” vs “손 놓으면 그 위도 무너져”

입력 2022-11-01 14:24 수정 2022-11-0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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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기업 부동산PF현황 (한국은행)
▲한계기업 부동산PF현황 (한국은행)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부담은 가중되는 가운데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폐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불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면서 이자도 내기 버거운 한계기업(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일 이투데이가 만난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에 우리 경제 ‘한계기업’은 앞으로도 대폭 증가할 것으로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이자도 못내는 한계기업들은 경제 전체를 위해 없애야 한다면서도 자칫하면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는 연쇄고리가 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의 필요성을 조언했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저금리에 정책자금 지원도 있어 안정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중소기업들이 저렴하게 대출할 수 있는 창구도 줄어들고 있어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경기침체로 영업이익은 줄어드는데 이자비용 부담은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경제 전반적인 효율성을 봤을 때 한계기업 구조조정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연구위원은 “한정된 자금이 어떤 회사로 배분되느냐를 봤을 때 생산성이 떨어지는 한계기업에 가기보다는, 정상기업에 가는 게 맞다”라며 “저비용 자금을 인위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성장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박용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만약 올해 처음으로 이자보상배율에 문제가 생겼다거나, 코로나19같은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기업만의 잘못이 아닌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3년 연속 지속된다는 것은 이미 사업성을 상실했다는 뜻”이라며 “3년이라는 기간 동안 자립이 안 되는 한계기업에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계기업을 지원하는 기촉법과 기업활력제고를위한특별법(기활법) 일몰에 대해서는 연장과 폐지 주장이 뒤섞였다.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은 기업회생에 대한 1차적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기촉법을 없앤다고 하면 기업 채무자회생법 하나만 갖고 기업을 살려야 하는데, 대부분 기업들은 망가져서 버티고 버티다가 기업회생을 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기업회생에 있어 초기에 빨리 와야 구조조정을 해도 살릴 수 있지만, 이미 다 망가친 다음에 오면 아무리 효율적 방식과 법적인 절차를 투입해도 한계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아직 민간 중심의 구조조정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 아직까지 법원이나 법적으로 해결하기에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채구조는 복잡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기촉법에 의미가 있다”라며 “은행권이나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채권을 통해 원활한 구조조정이 가능하다면 없애도 괜찮지만, 아직까지는 아니라고 본다. 기활법 역시 아직 없애기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한계기업을 그냥 망하게 둘 수는 없다. 도산을 손놓고 있다보면 건실한 기업도 함께 무너지며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과 같은 금융위기 상황일수록 한계기업에 자금공급이 안 되면 전체가 다 망할 수 있기 때문에 기촉법, 기활법은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계기업에게 지원이 가다보면 위에 있는 기업들까지 어려워지기 마련”이라며 “냉정하게 보면 한계기업은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없어져야 한다. 지금과 같은 금리 인상기에 한계기업을 없애야 기업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 역시 “사실상 부실 상태에 있어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못하는 기업들은 덤핑이나 시장 질서 교란 행위로 멀쩡한 기업까지 같이 무너뜨린다”라며 “기촉법, 기활법은 3년마다 반복되어온 해묵은 논쟁이다. 이제까지 제도를 운영해오면서 효과가 있었다면 상시 제도로 정착을 시켰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가가 나서서 구조조정을 하는 방법대신, 민간 주도적인 기업 구조조정 방법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박용민 연구위원은 “구조조정 관련 펀드를 만들거나, 민간에서 집행을 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라며 “어려운 기업들이 많아지면 이런 쪽에 좀더 예산을 투입해서 문제가 되는 기업들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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