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일상이 된 ‘지옥철’…무뎌진 과밀위험 화 키웠다

입력 2022-11-01 16:08 수정 2022-11-0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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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로 향하는 출근길 만원 지하철의 모습(뉴시스)
▲서울 시내로 향하는 출근길 만원 지하철의 모습(뉴시스)

이태원 참사 이후 또 다른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에 대한 인식과 대응을 전면적으로 점검하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구 과밀 상황의 잠재 위험에 둔감해졌다는 지적에서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인구밀도가 1위이며, 서울은 도쿄(3배)와 뉴욕(8배)보다 밀집도가 크게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 “위험 인식 무뎌졌다” 경고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만원 지하철 등 현장은 실제로 호흡이 곤란해지거나 공포감이 들 정도”라며 “일상이 되다 보니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무뎌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심각성을 느끼고 해결에 노력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중요한 건 인파가 많이 몰린다고 무조건 위험하지는 않다는 점”이라며 “제야의 종소리 타종 행사는 서울시가 안전에 각별하게 신경을 써 참가 인원이 많은데도 위험 방지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 성공적 사례”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같은 모델을 토대로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현장이 안전할 수 있도록 더욱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은 인구가 수도권에 편중돼있고 그 안에서도 교통 등이 발달해서 한 공간에 운집하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며 “우리는 어느새 그런 라이프스타일에 많이 익숙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같은 현상은 재난 상황으로 이어지면 참혹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만큼 거시적·미시적 고민이 동시에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상적 과밀 현상과 이번 참사 사이에 인과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설 교수는 “지옥철이나 역대 다른 핼러윈 행사에도 사람이 많이 몰리지만 보통 큰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는다”며 “평소에 잘 작동하던 안전 시스템이 왜 이번에 붕괴했는지 규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지하철 9호선 가양역에서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지하철 9호선 가양역에서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지하철은 매일 잠재 위험 속 운행

지하철은 매일 심각한 인구 밀집이 일어나는 장소다. 이번 사고에서도 인근 지하철역부터 진입 정체가 발생하며, 행사 참여 객들의 발이 묶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0 철도통계연보 도시철도 수송실적’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노선 중 최고 혼잡도를 기록하는 시간과 구간은 각각 오전 8시와 9호선(노량진~동작 구간)으로, 혼잡도는 179%다.

혼잡도는 전동차 한 칸의 표준 탑승 인원(160명)을 기준점(100%)으로 삼았을 때 실제 탑승 인원을 백분율로 나타낸 지표다. 칸별 혼잡도는 여유(80% 이하)·보통(80%~130%)·주의(130%~150%)·혼잡(150% 이상)의 4단계로 구분되며, 지하철 혼잡도가 150% 이상에 달하는 혼잡 단계에 이르면 열차 내 이동이 어려워진다. 혼잡도 179%는 전동차 한 칸에 160명보다 126명 더 많은 286명가량이 탔다는 뜻이다.

특히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엔 출퇴근 지하철이 더 많은 인파로 붐볐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위원회가 발표한 2017년 도시철도공사 통계자료에 따르면 가장 혼잡한 시간인 출근 시간대(오전 7시 50분~ 8시 20분)에 9호선(염창~당산 구간)은 한 칸에 약 380명 정도가 탑승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할당 인원인 160명보다 무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 외에 2호선(사당~방배 구간)과 7호선(군자~어린이대공원 구간)의 혼잡도도 각각 202%와 172%에 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인 올해 1월 7일 오전 2량짜리 꼬마열차로 혼잡도로 악명 높은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를 타고 여의도 당사로 출근하고 있다.(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인 올해 1월 7일 오전 2량짜리 꼬마열차로 혼잡도로 악명 높은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를 타고 여의도 당사로 출근하고 있다.(국민의힘)

정치권 대책 마련 고심

정부·여당은 국가와 사회 안전망을 재점검하고, 안전시설을 확충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행사 주최자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질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이 중요하므로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조만간 관계 부처 장관 및 전문가들과 함께 국가안전시스템 점검 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형 참사가 발생한 이면도로뿐만 아니라 군중이 운집하는 경기장, 공연장 등에 대해서도 확실한 인파 관리 안전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관계 부처는 잘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비대위 회의에서 “이번 예산 국회에서 국가·사회 안전망을 전면 재점검하겠다”며 “안전 인프라를 선진국 수준으로 전면 업그레이드할 방안을 찾아내고, 예산을 제대로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책을 만드는 것은 이제 정부와 우리 정치권의 책임”이라며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예방 조치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으며, 그 예방 조치들은 취해졌는지 아닌지 정밀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주 넘게 공개 발언을 하지 않던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도 “이태원로 전체와 보강로 일부를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차 없는 거리로 전환해야 한다”며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서울 시내 지하철 노선은 철저하게 데이터 기반으로 무정차 운행을 해야 한다”며 “통신사의 기지국 밀집도 데이터와 교통카드 승하차 인원 통계를 바탕으로 사람의 의사판단이 아닌 자동으로 무정차 운행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대책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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