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삼성물산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따낸 10억8000만달러(1조3831억원)짜리 '팜 주메이라 빌리지센터' 공사 계약이 해지됐다고 밝혔다. 공사 취소 금액은 이 회사 매출액의 11.71%에 달한다.
지난해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수주한 이 공사는 두바이의 인공섬 중 하나인 팜 주메이라 입구에 47층 높이의 타워형 주상복합 아파트 2개동과 쇼핑몰 백화점 극장 등을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건설 연면적만 60만1675㎡(18만2000평)에 달한다.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수주한 건축공사(플랜트 제외)로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
두바이 최고의 개발업체인 나킬의 이번 계약 취소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유가하락, 부동산 가격 폭락, 관광산업 부진 등으로 두바이 경제가 악화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나킬사가 일방적으로 계약취소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GS건설도 이탈리아 테크니몽사와 공동 수주한 러시아 타네코사의 타타르스탄 정유공장 건설 공사(NHR Refinery Project)도 최근 발주처로부터 계약 취소 통지를 받았다.
이 사업은 총 사업비 9억 달러로 이중 GS건설 지분은 4억 달러에 달한다. GS건설 관계자 "현재 설계만 일부 진행된 상태로 선수금으로 받은 324만유로내에서 정산이 가능해 금전적 피해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0일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KNPC)가 GS건설, 대림산업, SK건설, 현대건설 등 4곳에 발주한 63억8000만달러(약 8조9000억원) 규모의 알주르 제4정유시설 공사가 취소된 바 있다.
또한 금융위기로 발주가 예정됐던 공사가 연기되는 것도 부지기수다.
지난해 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인 아람코는 사우디 얀부 지역에 짓기로 한 100억달러 규모의 정유플랜트 발주를 미뤘고, 120억달러 규모의 사우디 주바일 정유플랜트의 착공도 연기됐다.
이 같은 해외 건설수주의 위축은 예견돼왔던 부분이다. 우리 건설업체들의 해외수주는 주로 개도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확산은 해외수주에 적잖은 부담을 줄 것이란 게 업계의 분위기였다.
특히 중동과 중앙아시아 지역 오일달러 약세는 해외수주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힌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업계는 세계 경기가 회복되고 유가가 오르지 않는 한 대형 프로젝트 가운데 공사가 추가로 취소되거나 발주가 미뤄지는 공사가 더 많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의 위기의식도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국내 부동산시장 침체로 인해 해외 진출을 준비했던 만큼 이 같은 해외건설수주 위축은 적지 않은 위기가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이야기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규모 자체가 파악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장 정유공장을 지어도 석유 수요가 회복된다는 기대가 없기 때문에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는 발주처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유가 다시 오를 가능성은 없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만큼 올 하반기 이후 사우디 등 경제상황이 양호한 국가를 중심으로 대형 건설 발주가 재개될 가능성도 비춰지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국내 건설사들의 관심이 집중된 사우디 얀부 등 대형 프로젝트가 재가동 기미를 보이고 있다"며 "다만 그간 해외수주를 이끌었던 두바이나 동남아 등지는 당분간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만큼 작년과 같은 해외건설 수주 강세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