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물가 상승률이 5.7%로 석 달 만에 전월보다 오름세가 커졌지만, 6%대를 기록했던 6~7월이 정점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변동성이 큰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등 공급 측 물가 상승요인이 둔화하는 흐름을 보여서다. 다만 환율이나 원자재 가격 등 변동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7% 상승해 전월(5.6%)보다 0.1%포인트(p) 확대됐다. 앞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6.3%를 기록한 이후 8월(5.7%)과 9월(5.6%)에는 상승세가 둔화했지만, 10월에는 3개월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물가가 오름세로 돌아선 이유는 그동안 상승세를 주도했던 석유류 등 공업제품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간 가운데, 정부의 공공요금 인상으로 전기·가스·수도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해서다.
앞서 정부는 10월 공공요금 인상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0.3%p가량 추가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전기요금 인상이 물가 상승률을 0.1%p, 가스요금 인상은 0.2%p 밀어 올릴 것이라는 계산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국내 전기요금은 지난달부터 1킬로와트시(kWh)당 7.4원 올라갔고,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도 메가줄(MJ) 당 2.7원씩 인상됐다.
다만, 통계청은 6%대의 상승률을 기록한 7월이 정점이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등 대외 요인으로 변동성이 큰 공급 측 상승 요인이 둔화하고 있어서다. 석유류의 경우, 지난 6월(39.6%) 정점을 찍은 이후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7월(35.1%), 8월(19.7%) 9월(16.6%)에는 상승세가 둔화했다. 농·축·수산물도 1년 전보다 5.2% 상승했지만, 7월(7.1%), 8월(7.0%), 9월(6.2%)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축소됐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금 나타나는 상황으로 보면 7월이 정점일 가능성이 있다"며 "앞으로 물가 흐름이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되겠지만 6%대로 올라가지는 않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7월이) 정점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훈 통계청장도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은은 10월 정점론을 얘기했는데 현실적으로 7월이 가장 높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어 심의관은 "개인 서비스 등 수요 측면의 상승 요인은 계속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지만,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등 대외적인 충격에 의한 공급 측면의 상승 요인들은 오름세가 둔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물론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우려 등 위험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희 흐름이 어느 정도 유지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상승세가 크게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환율이나 원자재 가격 등 대외 리스크는 여전한 상황이다. 기재부는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앞으로 물가 상승세는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당 기간은 높은 수준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김장철 채소류 수요 확대, 환율·원자재가격 변동성 확대 등 대내외 리스크도 여전히 잔존한다"고 진단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최근 식료품 등의 물가가 다시 좀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는데, 유가는 떨어졌음에도 환율의 영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물가가 정점을 지나더라도 당분간은 5%대의 고물가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개인서비스 등 수요 측면의 상승 요인이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어서다. 외식 등 개인서비스는 6.4% 올라 전월과 상승 폭이 같았지만,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한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도 1년 전보다 4.8% 오르면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2월(5.2%) 이후 가장 높았다.
한은은 이날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열린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내년 1분기까지 5%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수요 측 물가 압력을 반영하는 개인서비스 물가는 당분간 6%대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