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② 비정규직 노동자 31%가 60대…노인 대부분 "우린 임계장"

입력 2022-11-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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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2-11-06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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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까지 현역처럼 일하는 노인이 갈수록 늘어나지만 이들 대부분은 경비, 청소 등 상대적으로 질 낮은 일자리, 그마저도 비정규직 신분으로 일하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많은 노인 근로자가 ‘고다자’, ‘임계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고다자는 ‘고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쉽다’, 임계장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이다. 다양한 이유로 젊었을 때 자산을 형성하지 못해 노년에 들어서는 불안정한 노동시장에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을 빗댄 것이다.

◇노인 고용률 34.9%…일하는 노인 48.7%는 단순노무직

이는 실제 각종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의 ‘2022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인구 고용률은 2016년 30.6%에서 지난해 34.9%로 높아졌다. 본인이나 배우자가 생활비를 부담하는 고령층은 51.6%에서 65.0%로 늘었고, 정부·사회단체 지원은 9.1%에서 17.2%로 증가했다. 본인·배우자가 생활비를 마련하는 방법 중 연금·퇴직금 비중은 35.1%에 그쳤다.

연금으로 생계비가 충당되지 않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 연금을 받으면서도 일하는 노인도 크게 늘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최근 5년간(2017~2022년) 통계청 데이터를 바탕으로 ‘55~79살 고령인구의 노후실태 및 취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5월 기준 연금을 받으면서 일을 하는 55~79살 고령 인구는 370만3000명으로 2017년(252만4000명)보다 46.7% 증가했다.

하지만 일하는 노인 대부분은 ‘고다자’와 ‘임계장’이라는 현실에 마주한다. 실제 우리나라 비정규직 노동자 셋 중 한 명은 60대 이상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8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60대 이상이 31.3%로 가장 많았고, 50대(21.1%), 20대(17.3%) 순이었다.

또 보건복지부가 집계한 취업노인 종사직업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노인 취업 직종은 단순노무직이 48.7%로 절반에 달했다. 농어업이 13.5%, 서비스업이 12.2%, 고위임원·관리직이 8.8%, 판매직이 4.7% 순으로 나타났다. 2008년에는 단순노무직 종사 비율이 24.4%였지만 약 10년 만에 2배로 치솟은 것이다.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서 폐지를 줍는 김 모(73)씨. 매일 손수레를 밀어 좁은 골목길을 올라간다.  (홍인석 기자 mystic@)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서 폐지를 줍는 김 모(73)씨. 매일 손수레를 밀어 좁은 골목길을 올라간다. (홍인석 기자 mystic@)

◇생계 위협 받는 노인들…젊었을 때부터 ‘고용 불안정’

불안정한 일자리에 종사하는 노인들은 젊었을 때 자산을 형성할 기회를 얻지 못한 경우가 많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원룸 관리소장으로 일하는 임 씨는 “가방 끊이 짧고 평생 정규직으로 일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배운 게 없어서 몸 쓰는 일이라도 해야 하는데 다리가 불편하지 참 쉽지 않다”며 “주변을 보면 당장 수입이 필요해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이 많고 나 역시 생활비가 빠듯해 생계에 위협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일자리를 잃어 늦은 나이에 노동시장에 뛰어드는 노인도 비일비재하다. 김 모(73) 씨는 18년 전 경비원으로 일하던 남편이 갑자기 쓰러지면서 폐지를 줍기 시작했다. 매일 6~7시간가량 폐지를 주워 그가 받는 돈은 6400원. 온 동네를 세 번 돌아야 쥘 수 있는 금액이다. 이전에는 세 번 돌면 1만 원을 받았지만 폐지값이 떨어져 수익도 줄었다고 한다.

김 씨는 “나이 먹었다고 찾아주는 곳도 없다. 일하고 싶어도 못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남편에게 장애연금이 나오고 나도 젊었을 때 국민연금을 납부해 지금은 30만 원정도 받고 있다“며 ”예전에는 식당일도 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할 수 없어 속상하다“고 말했다.

▲폐지보다 깡통과 철근, 옷이 돈이 되지만 힘이 부족한 노인들은 하는 수 없이 폐지를 수집한다. 김 모 씨는 세 번 동네를 돌아 6400원을 받았다. (홍인석 기자 mystic@)
▲폐지보다 깡통과 철근, 옷이 돈이 되지만 힘이 부족한 노인들은 하는 수 없이 폐지를 수집한다. 김 모 씨는 세 번 동네를 돌아 6400원을 받았다. (홍인석 기자 mystic@)

◇취준생 못지 않은 일자리 경쟁…“노동소득·연금·저축, 조화 필요”

정부가 추진한 ‘공공형 노인일자리’에 참여하기도 쉽지 않다. 김 씨는 거리에서 등굣길 안전지킴이를 신청했지만 자격요건이 안 된다고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장애연금과 국민연금, 자식들이 100만 원가량 생활비를 준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고정소득이 있어서 ‘공공형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지 못 해 아쉽다고 했다.

김 씨는 ”젊었을 때도 힘들게 살았지만 부부가 계속 일을 했더라면 자식들에게 손 안 벌리고 지금은 형편이 나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를 이용하려면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통장을 싹 다 가져오라고 해서 조사를 하더라“며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기회를 얻은 것이니 원망하는 마음은 없지만 일할 곳이 없다는 건 참 서럽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노인 빈곤과 일자리 문제가 점점 풀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정원오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동소득과 연금, 개인의 저축 세 가지가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노인 일자리와 빈곤 대책이 될 수 있다”며 “일을 하는 게 연금 의존하는 것보다 빈곤에 탈출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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