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수직농장을 도시의 신산업 모델로 만들자

입력 2022-11-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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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농장(vertical farming)은 건물의 각 층 또는 재배대를 수직으로 쌓아 양분이 담긴 물로 농작물을 키우는 농업 공간이다. 일반 농사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토지에서 단기간에 많은 양을 수확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18년 22억 달러에서 2028년 198억 달러가 전망(농촌진흥청 2019년)된다. 2018년 기준 세계시장에서 미국의 비중은 약 37.8%를 차지한다. 국내 내수시장은 2018년 2500억 원에서 2028년 9230억 원이 전망된다. 최근에는 구글, 아마존, 소프트뱅크 등 다국적 기업 등에 의한 투자가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아랍에미리트(UAE)의 국영 항공사 에미레이트 항공과 미국 첨단 농업기업 크롭원이 합작 투자해 현존 세계 최대 규모의 수직농장 ‘부스타니카(아랍어로 과수원)’를 두바이 알막툼국제공항 근처에 올 7월 오픈했다. 적절한 온도와 습도, 조명을 설정하고 물의 영양 상태를 조절하기 위해 머신러닝,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을 적용한다. 살충제, 제초제와 같은 화학물질 없이도 병충해와 곰팡이를 예방한다. 토양이 필요 없는 수경 재배식이면서, 물 재사용으로 전통적 농업보다 물을 95%나 절약한다.

이곳에서는 올 8월 말부터 상추, 케일, 시금치, 루콜라 등 잎채소 수확이 시작됐다. 채소는 에미레이트 항공의 기내식으로 우선 제공되며, 점차 마트까지 공급을 확대한다. UAE는 고온 기후, 강수량과 농지 부족 등으로 실외 농사가 어렵다. 연간 소비되는 농산물의 80%를 수입에 의존한다. UAE 정부는 2051년까지 식량자급률을 최대로 높이기 위해 스마트 온실, 수경재배, 첨단농업 스타트업, 해외 첨단농업 기술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의 수직농장기업 플렌티 언리미티드도 버지니아주 리치몬드 인근에 세계 최대 실내 수직농장 단지를 내년 오픈한다. 49만㎡ 부지에 3억 달러를 투자한다. 딸기·잎채소·토마토 등의 단위면적당 최대 수확량을 기존 농장보다 350배나 높이는 목표를 갖고 있다. 농장 높이는 약 9m로, 재배환경은 첨단기술로 조절되고 일부 시설물은 로봇 팔로 관리된다. 연간 최대 농산물 약 9000톤을 생산하고, 관련 일자리는 300개나 생긴다고 한다.

전 세계 식량 공급망이 폭염, 가뭄, 전쟁 등으로 문제가 생기자 수직농장 투자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2000개 이상의 수직농장이 식량을 공급하고 있다. 세계적인 종자 기업인 엔자자덴도 이미 수직농장 전용 종자 개발을 시작했다.

한국형 스마트팜 대표 기업은 팜에이트다. 2008년부터 실내 식물농장을 시작해 평당 2000만 원 수준이었던 수직농장 설치비를 400만 원 이하로 절감해 경쟁력을 키웠다. 지금은 일본, 네덜란드, 미국의 농기업들이 이 회사의 수직농장 설비를 구매하고 있다. 단위면적당 생산성은 비닐하우스의 40배를 넘는다. 양상추는 일반 토양에서 기르는 데 80일 정도 걸리지만 팜에이트는 35일이면 된다. 물 사용도 순환식이라 버리는 물은 극히 적다. 현재 재배 가능한 채소는 50가지에 달하며, 매일 5만 개의 샐러드 팩을 납품한다. 세계 최초로 로봇이 파종부터 수확 이전까지의 과정을 자동 처리하는 컨테이너형 수직농장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스마트농업 기술은 앞서가는데 아직 스마트팜과 수직농장이라는 개념이 약해 제도적인 뒷받침이 부족하다. 수직농장은 토지 확보 등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간다. 토지는 땅값이 싼 절대농지를 선호하는데, 문제는 농지에 수직농장을 지으려면 형질변경을 해야 해서 최소 6개월 정도 시간이 걸린다. 개발 부담금도 들어가고 환경영향평가도 받아야 한다.

수직농장은 단위면적당 높은 수확량을 올릴 수 있어 도시 확대로 줄어드는 농경지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흙과 햇빛 없이 최소한의 물로 농작물을 실내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자연 생태계에 주는 폐해가 없다. 계절과도 상관없고, 가뭄과 폭우로부터 자유롭다. 독립적인 식량 생산도 가능하다. 도시의 빈 땅에 짓는 건물농장은 생산과 일자리 창출로 도시재생과 경제적 효과를 올릴 수 있다. 도시의 정원과 휴식 공간 역할도 하면서 물류비용도 절감된다. 도시형 수직농장 모델은 우리가 선도적으로 만들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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