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유희동 기상청장 "북태평양고기압 집중 연구 필요…美·中·日과 연구 협력"

입력 2022-11-03 13:49 수정 2022-11-0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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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호우·폭염·강풍 특보 동시 발표…불확설성 커져
기후위기 극복할 수 있는 기상예보 기술 개발 투자 강조
예보관 부족·노후 기상관측 선박 교체 등 해결해 나갈 것

▲유희동 기상청장은 "기상예측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예보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유희동 기상청장은 "기상예측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예보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지난 8월 8일을 돌이켜보면 우리나라 같이 국토 면적이 크지 않은 곳에서 호우·폭염·강풍 특보가 동시에 발표됐다. 과거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사례로 기후변화가 아니면 설명할 방도가 없다.

2일 이투데이와 만난 유희동 기상청장은 "기상예측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예보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6월에 취임한 유 청장은 기상청에서 30년간 근무하며 예보·기상관측·행정업무를 두루 맡은 날씨 전문가로 '정통파 기상인'이다.

유 청장은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상예보 기술개발의 투자를 강조하며 독자성과 우수성을 지닌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을 개발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일본 등 기상선진국보다 30여년 늦은 1980년 후반에 수치예보 업무 기반 작업을 시작했다. 외국 모델은 우리나라 기후 적절히 반영 못하고 수정 필요할 때 즉각적인 개선 어려워 2011년부터 2019년까지 9년에 걸쳐 자체적인 우리만의 모델 개발을 추진했고 2020년 4월부터 예보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KIM 예측 오차에 대해 유 청장은 "수치예보모델은 마치 생물 같아서 정확한 예보를 위해서는 기상·기후나 환경에 맞춰 계속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KIM은 자체 개발 모델이기 때문에 우리 예보관의 의견을 반영해 우리나라 기상·기후와 환경적 특성 맞는 모델 개선이 가능하다. 외국모델을 사용했을 때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성능 향상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상청의 장점을 살려 기상산업을 키울 계획도 가지고 있다. 유 청장은 "내수시장이 작아 외국시장을 노려야 한다"며 "세계은행(WB)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은 개발도상국 기상 분야 현대화를 위해 3~4년에 1억 달러씩 투자한다. 시장이 작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1분마다 (기상관측 자료를) 처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ALWAIS)와 세계 최고 정보통신(ICT) 기술을 가졌다. 기상장비, 소프트웨어, 통신망을 하나로 묶어서 '원 패키지 솔루션'을 제공한다면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충북 괴산군 북동쪽 11km 지역에서 규모 3.5와 4.1 지진이 16초 사이를 두고 연속으로 발생했다. 2016년 9월 12일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지진을 겪으며 한반도도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하지만 지진은 기상·기후와 달리 사전 예측이 힘들다.

유 청장은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지진의 예측은 불가능에 가까워 사전 대비와 빠른 대응이 핵심"이라며 "기상청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기경보시스템을 운영한다. 기상청은 규모 3.5 이상 지진부터는 신속하게 재난문자를 발송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상청이 발표하는 예보 적중률과 국민들이 실제 만족도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유 청장은 "복잡한 자연을 예측하는 것에는 언제나 불확실성이 있기 마련"이라며 "실제로 선진국 수준의 정확도에 도달했지만 국민들이 체감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청장은 "우리 국민들이 날씨에 관심도 많고 정보습득력도 높은만큼 예보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이해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현대기술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머리 위에 내리는 비 예보를 정확히 맞추는 것은 어렵다. 불확실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어야 재난 상황에서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청장은 미국 유학 중 경험한 허리케인 대피령을 예로 들었다. 그는 "플로리다주에서 대피 통보가 내려지자 시민들이 북쪽으로 피난길에 나섰다. 하지만 허리케인이 방향을 동쪽으로 틀었다. 그런데 피난길에 오른 주민들이 예측 불발에 불평하지 않고 피해 없이 집으로 빨리 돌아갈 수 있어서 좋다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생경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힌남노 태풍 때 희망을 봤다. 이번처럼 중앙정부와 지자체, 국민들이 잘 따라준 적이 없다. 100번에 1번이라도 불확실성에 대한 부분을 인지해야 국민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감시활동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기상청은 현재 서해 안면도, 남해 제주 고산, 동해 포항과 울릉도·독도 있는 기후변화감시소를 내륙에도 설치할 예정이다. 유 청장은 "한반도 내륙 대표성을 확보한 지점에서 장기간의 안정적 관측을 수행할 수 있는 기후변화감시소 설치가 필요하다"며 "얘기가 오가는 지자체가 있어 내년쯤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청장은 아직 세계적인 수준을 가진 기상선진국과 비교하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선도 기술 확보를 강조했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우리 국민들이 날씨에 관심도 많고 정보습득력도 높은만큼 예보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이해해 달라"고 부탁했다.  (사진제공=기상청)
▲유희동 기상청장은 "우리 국민들이 날씨에 관심도 많고 정보습득력도 높은만큼 예보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이해해 달라"고 부탁했다. (사진제공=기상청)

이에 기상청은 예보와 인공지능을, 위성테이터와 첨단기술을 접목시켜 가성비 높고 의미있는 자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 청장은 우리나라 여름철 날씨를 좌지우지하는 '북태평양고기압'에 집중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 때문에 폭염이 발생하고 태풍의 경로에 변동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왜 확장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며 "중국과 일본, 나아가 미국과 함께 공동으로 북태평양 한가운데에서 3∼4년 동안 장기적으로 집중적인 관측을 진행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예보관 부족 문제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이 대해 유 청장은 "기상 예보는 24시간 제공돼야 해서 지금 예보관들의 워라밸은 없다. 지원자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예보관들이 4개조로 교대근무를 하는데 1개 조를 더 만들어 1년에 3개월은 교대근무를 하지 않고 다른 직원들처럼 오전 9시에 출근에 오후 6시에 퇴근하면서 가족도 챙기고 자신이 냈던 과거 예보도 돌아볼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노후된 기상관측 선박 교체와 기상관측용 항공기 추가 도입도 추진한다. 그는 "2024년 본격적으로 준비 하기 전에 내년 가용예산이 있으면 시작해 보겠다"고 밝혔다. 국내 한 대뿐인 기상관측선 '기상1호'는 500톤급이다. 선박의 경우 기상이 나쁠 때 바다에 나가 데이터를 취합해야 하지만 기상 1호는 파도 높으면 바다에 나가지 못한다. 3000톤급 정도는 돼야 바다에 나가 더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항공기의 경우 태풍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비행기가 필요한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유 청장은 "족집게 같은 예보로 몇시쯤 어느 지역에 얼마의 눈이 내리겠다는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아직 없다"며 "그래서 전체적으로 조금 폭넓은 범위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국민 여러분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조금 더 과하게 대응한다고 봐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기상청에 오랜 기간 근무하면서 변함없는 단 한가지 희망사항은 기상재해로 인한 우리 국민의 인명피해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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