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윗선’이, 책임은 현장 경찰이?…‘이태원 참사’ 말단 경찰들 ‘꼬리자르기’ 우려

입력 2022-11-0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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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holjjak@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태원 참사’로 경찰청은 특별수사본부와 특별감찰팀을 꾸리고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일선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수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책임의 화살이 인력 충원 요청이 무시된 상황에서 적은 인력으로 현장을 지킨 일선 경찰들에게만 향하며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윗선’은 배제된 채 사건이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일 경찰은 이태원 참사 당시 서울경찰청 112상황실 상황관리관으로 일하던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인 류미진 총경을 대기발령했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서울청 상황관리관은 상황관리를 총괄해야 함에도 이를 태만히 수행해 상황인지 및 보고가 지연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류 총경을 대기발령하고 수사의뢰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별감찰팀은 전날 대기발령된 이임재 용산서장에 대해서도 “사고 현장에 늦게 도착해 지휘 관리를 소홀히 했고 보고도 지연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 총경을 대기발령하고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사고 원인 수사를 위해 2일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서울시소방재난본부, 용산소방서, 서울교통공사, 다산콜센터, 이태원역 등 8곳을 압수수색했다. 참사 당일 경찰의 부실 대응 의혹이 불거진 만큼 당시 대응 과정이 적절했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이날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혐의는 ‘업무상 과실치사’로 알려졌다. 향후 수사 과정에서 직무유기 등 다른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

현장 경찰들의 대처가 적절했는지를 규명하고 책임을 묻는 과정은 필요하다. 경찰 내 보고 체계가 무너진 것과 관련해 류 총경과 임 서장이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도 당연하지만 사태의 책임이 ‘윗선’은 배제한 채 묘하게 일선 경찰서와 일부 경찰관들을 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참사 책임을 물어 윤희근 경찰청장과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이 곧 경질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사고후 5일이 지나도록 이들은 경질 또는 자진사퇴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의 합동분향소 추모 일정에 함께하며 경질설에 선을 긋는 듯 한 모습을 보였다.

▲10울 31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 조문을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10울 31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 조문을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일선 경찰서에서도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한 경찰관은 “핼러윈을 앞두고 윗선에서 대책을 제대로 세웠어야 했는데 잘 하지 못했고 결국 타깃은 정부가 아니라 일선 경찰관들이 됐다”며 “잘못했으면 매는 맞아야 하지만 그 인력에서 사고를 막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태원 파출소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사람도 전날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 “이태원파출소 직원의 90%가 20~30대 젊은 직원이고 그 중 30% 이상은 시보도 끝나지 않은 새내기 직원과 기동대에서 현장경험 없이 일선으로 나온 직원들”이라며 “인원 (부족)에 대한 고충이 있었고 많은 인원이 필요했으나 충원은 제대로 해줬는지 묻는다”고 했다.

그는 “경찰청과 서울청은 뭘 했나. 경찰청장은 뭘 했나. 광화문 집회에 그렇게 많은 기동대가 필요한가. 저의 체감상 VIP(윤석열 대통령) 경호에 동원된 인원보다 덜 지원해준 것 같다”며 “일이 터졌으니, 112신고가 있었으니 책임은 일선 경찰관이 져야 하는 것인가. 자신들을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현장 경찰관들에게 사고에 대한 책임까지 짊어지게 하는 것이 최선인가”라고 물었다.

사고 현장에서 애쓰고 트라우마를 겪는 현장 경찰들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민관기 전국경찰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직협) 위원장은 “현장 경찰관들이 앞으로 이뤄질 조사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다”며 “조사를 받으면 불안하고 심리적인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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