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최근 금리 인상 사이클의 최종금리 목표를 기존 4%대 중후반보다 더 올리겠다고 밝히면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와 대출금리가 예상보다 더 뛸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1∼2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뒤 "이제 금리 인상 속도보다는 최종 금리 수준(how high)과 지속 기간(how long)이 중요하며, 이전 예상보다 최종 금리 수준은 높아졌다"고 밝혔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기존 예상보다 천천히, 하지만 더 높은 수준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더 오래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은행권은 이 경우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내년 상반기 4%를 넘고 대출금리도 8%대까지 올라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중은행 전문가들은 이처럼 미국의 기준금리 눈높이가 높아지면,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도 당초 예상대로 내년 초 3.50% 안팎(현재 3.00%)에서 멈추지 않고 상반기까지 이어져 낮게는 3.75%, 높게는 4.5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은행의 예금 금리 등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결국 은행이 대출에 적용하는 금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는 주택담보·전세·신용대출 등 종류에 상관없이 약 13년 만에 모두 7%를 넘어선 상태다.
은행권은 "기준금리가 지금(3.00%)보다 최소 1%포인트 더 뛰어 내년 상반기 4.00%를 넘어설 경우, 대출금리 상단도 8%를 뚫고 9%에 근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준금리가 애초 예상보다 1%포인트 가까이 더 높아지고, 인상 기간 역시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되면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취약한 부분부터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채권시장 중심의 자금 경색이 일종의 '전조' 격인데, 채권시장에 돈이 잘 흘러들지 않는 이유도 사실 급격한 금리 인상이 근본적 원인 중 하나다. 최근 2∼3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불어난 가계와 기업의 신용(빚)도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금융위기의 뇌관으로 꼽힌다.
한은의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통계상 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은 221.2%로 1분기(220.9%)보다 0.3%포인트 올라 또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국제금융협회(IIF)가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세계 35개 나라의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한국은 102.2%로 1위를 차지했다. 가계 부채가 경제 규모(GDP)를 웃도는 유일한 국가다. GDP 대비 한국 비금융 기업의 부채 비율(117.9%) 역시 홍콩(279.8%), 싱가포르(161.9%), 중국(157.1%)에 이어 4위로 세계 최상위권이다.
한은과 대한상공회의소의 분석에 따르면 한 번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만으로 가계와 기업의 이자는 각 6조5000억 원, 3조9000억 원 불어난다.
이미 금융부채를 진 38만여 가구는 현재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다. 유사시 집을 비롯한 보유 자산을 다 팔아도 대출을 완전히 갚을 수 없는 '고위험' 상태다. 기준금리 인상 폭과 기간이 더 늘어나면 쓰러지는 가계·기업의 수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
한은은 올해 기업 신용(빚)이 빠르게 늘어나는 데다 국내외 경기 둔화, 대출금리 인상, 환율·원자재가격 상승 등 경영 여건도 나빠진 만큼 한계기업(3년 연속 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 수와 차입금의 비중(금융보험업 등 제외한 전체 외부감사 대상 기업 대비)이 지난해 14.9%, 14.8%에서 올해 18.6%, 19.5%로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