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플랫폼 ] 재난사별가족과 함께하기

입력 2022-11-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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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람 부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살아가면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가장 극심한 스트레스는 사별, 즉 사랑하는 사람을 떠난 뒤 느끼는 깊은 슬픔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재난으로 인한 사별의 고통은 개인에게는 물론 사회 전체적으로 커다란 상처를 남긴다. 불행하게도 한국 사회는 재난으로 인한 사별의 비통함을 자주 경험하여왔다. 하지만 재난으로 인하여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이들과 함께하는 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중앙정부 차원의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과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지방정부 차원의 각종 재난 구호 및 복구 지원 등에 관한 조례들을 살펴보면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다.

민주주의 법치 국가에서 법과 제도는 시민들의 국가 공동체에 대한 도덕적 의지의 표현이자 사회적 계약이다. 이러한 점에서 재난과 안전에 관한 법과 제도는 시민들이 재난사별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정부와 국회가 법과 제도를 개선하게끔 시민들이 계속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노력은 재난사별가족과 함께하는 방법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입법 과정에서 상호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서로에 대하여 진심을 다하여 소통하고 참과 거짓, 좋음과 나쁨을 가려내려는 노력은 재난사별가족에게 의미 있는 연대의 표현이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재난사별가족이 겪는 비탄과 애도의 과정에 대하여 이해하려는 노력일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나이 듦에 따라 친구와 동료, 그리고 가족들과 사별의 경험을 하게 됨에도 불구하고 사별이 주는 외상성 스트레스를 이해할 기회는 흔하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갑작스런 재난으로 가족을 잃은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기는 매우 힘들다. 비록 선의의 위로라 할지라도 타인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이유가 사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에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선의의 위로만으로는 부족한 이유가 재난사별의 고통이 너무나 무겁고 복잡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심리치료 전문가 로베르타 테메스(Roberta Temes)에 따르면 사별가족이 겪는 슬픔의 과정은 세 단계로 구분된다. 첫 번째 단계는 충격과 무감각으로, 비현실감과 멍한 상태에서 기계적인 활동 상태가 길게는 수개월 지속된다. 이는 스스로를 극심한 슬픔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일종의 자기방어라 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필요한 도움은 정서적 거리두기와 허드렛일 도와주기이다. 두 번째 단계는 분열과 혼란으로 수면장애, 식욕부진, 자기연민, 고통스러운 감정, 우울감의 상태가 수개월 지속된다. 이 단계는 사별의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한 전 단계로서, 이때 필요한 도움은 친밀감과 감정표현, 그리고 경청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재조정의 단계로서, 사별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이때 필요한 도움은 이들의 사회적 관계망 회복을 지원하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재난사별가족은 심리사회적 측면에서 볼 때 자신을 극도로 비난하거나 자신의 인생이 실패했다고 느낄 수 있으며, 사회에 대한 신뢰의 붕괴를 경험할 수 있다. 동시에 자신의 존재 이유를 끊임없이 확인하고자 하려는 성향이 강해질 수 있다. 가족 구성원들과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리고 슬픔, 고독감, 절망, 비관 등의 자포자기 반응과 걱정, 공황, 두통, 위장통, 요통 등의 정신 신체 생리학적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재난사별가족과 함께하고자 할 때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이들이 겪는 체험이 한편으로는 몸과 마음의 경험으로 나타나는 무의식적인 감정적 반응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의식적으로 계획된 하나의 절차라는 점이다. 비록 무의식적, 감정적 차원의 깊은 슬픔에 대해서는 절대자의 영역에 해당한다 할지라도 의식적 차원의 사회적 애도는 시민과 사회의 영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전문가와 시민사회, 그리고 정부와 국회가 사회적 애도에 함께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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