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투자협회, 다시 쪼개져야 할 때인가

입력 2022-11-0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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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을 빗대어 얘기하면 은행연합회, 여신금융협회, 생·손보협회를 모두 합쳐서 ‘금융협회’가 있는 겁니다. 전 회원사의 입장을 일관되게 대변할 수 있을까요?”

금융권역마다 협회가 존재한다. 업권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입장을 공유하면서 산업 발전을 지향하는 선한 취지로 생겼다. 금융투자협회는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라 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선물협회가 통합해 출범했다. 금융단체로서는 가장 큰 규모다. 정회원만 385개사다. 증권사 59개, 자산운용사 308개, 신탁사 14개, 선물사 4개다.

갈수록 곳곳에서 앓는 소리는 커지고 있다. ‘진태양난(김진태 지사+진퇴양난 합성어)’으로 불리는 2050억 원 규모 ‘레고랜드 PF ABCP’의 디폴트 선언은 정부의 50조 원 지원책과 금융지주사 95조 원을 시장에 끌어들였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냉담하다.

최근엔 자금 유동성이 어려운 중·소형 증권사를 위해 대형사 9개가 PF-ABCP 매입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돈을 빌려줘야 하는’ 대형사들은 “우리도 힘들다”고 앓는 소리를 냈다. 중소형사도 소액일지라도 출자를 했었어야 뒷말이 없었을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증권업계가 갑론을박하는 사이에 5대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95조 원 지원 계획을 밝혔다. 금투협회 대형사 9개사가 겨우 뜻을 모은 4500억 원은 자칫 궁상맞아 보이기까지 한다. 이 과정에서 금투협회의 정회원사인 자산운용사들은 협회가 대형 증권사 위주로 운영되고 있고, 증권업 이외 업계는 외면당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증권업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동학개미’에 힘입어 최대 실적을 거뒀던 증권사들이 정작 위기가 닥치자 회사나 업계 스스로 해결하기 전에 손만 벌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내년에도 경제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실적 부진, 구조조정 가능성 등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올해 말로 나재철 금투협회장 임기가 끝난다. 그 자리를 놓고 전직 증권사 대표, 전직 자산운용사 대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자본시장법 제283조에서 정의한 금융투자협회 설립 취지는 ‘회원 상호 간의 업무질서 유지 및 공정한 거래를 확립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며 금융투자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다’고 명시한다.

차기 금투협회장은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 400개에 가까운 회원사가 처한 상황이 각각 다른 만큼 공동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부분을 파악하고, 함께 고민할 줄 알아야 한다. 최대 규모의 금융단체가 뚜렷한 방향성과 목소리를 내지 못 한다면 존재의 이유가 무색해진다. 금투협회가 앞으로 제 목소리를 제대로 낼지 주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자통법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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