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채권 유통시장 넘어 발행시장도 접수할 것"

입력 2009-04-06 12:18 수정 2009-05-04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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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동양종금증권 GIM 본부 IB부문 상무를 만나다

#전문

동양종합금융증권은 과연 전통의 채권시장 강자다웠다. 최근 동양증권은 자본시장법 이후 처음으로 공식 집계된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서 이를 시장참가자들에게 확인시켰다. 블룸버그가 이달초 발표한 2009년 1분기 '한국 자본시장 리그테이블' 주관사 순위에 따르면 동양증권은 원화표시 회사채와 자산 유동화증권(ABS) 발행 1위를 차지, 국내 투자은행(IB) 시장내 새로운 강자로 주목 받게 됐다는 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본문

글로벌 주요 IB들이 지난해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에 따른 경영 악화로 국내 자본시장에서 퇴조한 틈을 타 국내 증권사들이 꾸준하게 입지를 강화해 왔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동양증권은 여타 증권사에 비해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시장 안팎에서는 동양이 올 1분기 국내 IB시장의 강자로 올라서기까지 김병철 GIM(Global IB & Markets)본부 IB부문 상무의 국내 금융시장을 바라보는 안목이 한 몫했다고 평가했다.

김병철 상무는 동양증권에서 개인들의 소액 채권투자 시대를 개척한 장본인이다. 채권 운용 업무에 있어서 탁월한 능력을 보였던 그는 2003년 카드사태 당시 얼어붙었던 카드채 시장에서 과감히 매입을 결정, 카드 후순위채 투자로 6개월 만에 100% 수익을 거둔 일화는 현재까지도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다.

국내 증권사들이 일년중 가장 바쁜 시기인 3월 결산법인을 맞아 지난 회계년도를 마무리 하고 새로운 사업 계획을 짜느라 하루가 어떻게 가는 줄 모르겠다며 볼멘소리를 하던 김 상무는 최근 동양종금증권에 집중되고 있는 시장의 관심에 드디어 입을 뗐다.

동양종금증권의 최근 행보를 살펴보면 기존의 강점으로 지목됐던 '리테일 채권 유통시장'의 강자를 넘어 채권 '발행시장'까지 그 영토를 점차 확장시켜 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동양증권이 그동안 법인 고객들과 꾸준하게 네트워크를 구축해왔다는 점과 더불어 탄탄한 판매망을 바탕으로 충성도 높은 리테일 고객의 채권 수요에 부응했기 때문이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인해 돈의 흐름이 꽉 막힌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되는 모습을 띠면서 주식시장 뿐만 아니라 회사채 시장도 사실상 마비 상태로 접어들었다.

국내 증권사들도 이러한 마켓리스크에 직격탄을 맞았고 이 기간 대다수 증권사들의 실적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동양증권은 그러나 리테일 채권 시장의 판매망을 십분 활용해 이같이 불리한 시장 여건을 극복했고 채권 유통시장을 넘어 발행시장에서도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며 국내 증권사로는 원화채 발행 주관사 1위의 영예에 올랐다.

김병철 상무는 "증시 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떠돌던 시중 자금은 MMF(머니마켓펀드)와 같은 단기 투자 상품으로 몰렸고 신용경색으로 은행 대출시장을 대체할 자금조달 수단이 제약받던 최악의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김 상무는 "이같은 최악의 여건에서도 시중 자금의 투자 수요는 분명히 살아 있다는 확신을 버리지 않았다"며 "안전하면서도 일정한 요구 수익률이 뒷받침되는 상품만 설계된다면 시중 자금은 분명히 이를 찾게될 것이라고 조직내 팀원들에게 항상 강조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던 기업들의 자금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규모의 금액과 이를 위한 신용 스프레드 조정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요구 수익률과의 접점을 찾는데 주력했다"며 "결국, 언제나 투자자들이 원하는 게 뭔지 고민하는 습관이 이러한 결과를 낳은 것 같다"고 담담하지만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김병철 상무가 채권에 있어서는 1인자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채권을 넘어 오늘날 동양증권 GIM본부내 IB업무를 진두지휘하는 사령탑 역할을 맡기까지는 이처럼 금융시장에 오랜 시간 몸담아오며 시장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키우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음은 김병철 동양종금증권 GIM본무 IB부문 상무와의 일문일답.

#page

▲동양종금증권이 그동안 IB사업에 쏟아부은 노력이 2009년 들어 점차 가시화됨에 따라 국내외 시장참가자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상당히 달라졌다. 동양 IB사업 본부를 진두지휘하는 입장에서 이를 실감하는지.

-무엇보다 시장의 꾸준한 관심에 가시적인 성과물을 내놨다는 점에서 그동안 함께 고생한 동료들과 함께 보람을 느끼고 있다. 아울러 개인 및 법인 투자 고객들의 지속적인 관심에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린다.

특히, 이번에 원화채 발행 및 ABS 주관 국내 증권사 1위에 오르기까지 시장 여건의 조성과 조직 개편의 도움이 상당히 컸다는 데 80%를, 동양 자체의 실력에 따른 결과라는 데 나머지 20%의 비중을 두고 싶다.

지난해 하반기 신용시장 경색으로 신용시장이 사실상 마비 상태를 보였지만 기존 리테일 채권 소화에 나름의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었고 지점을 통한 회사채 수요가 여타 증권사와 비교했을 때 꾸준했던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조직개편의 경우 자본시장법 시행 전인 2007년 11월에 선진 IB조직 체계로 조직 정비를 단행했다. 핵심은 기존의 상품 중심 조직에서 업무 프로세스별 조직 개편으로 전보다 고객의 니즈 파악과 의사 결정에 더욱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법인 고객들의 경우 부하 직원들에게 다양한 자금 수요를 파악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전략적으로 재무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연습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실력을 꾸준하게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막힌 돈줄을 뚫기 위해 기준금리를 대폭 낮추고 통화ㆍ재정 공급을 크게 늘리고 있지만 이러한 효과는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발행 및 유통시장내 신용등급별 차별화가 여전한 데 이에 대한 생각과 해결 방안은?

-신용경색 현상이 발생했을 때 은행 대출시장을 대체할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이 상당히 제약된 상황이라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대기업의 경우 은행외에도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통해 대체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중기업, 저신용기업들은 은행 대출시장이 막힐 경우 자금 조달 불안정성이 확대될 수도 있다.

국내 투자 기관들의 보수적 투자 관행도 문제다. 연초 배정한도내에서 우량 회사채 위주의 보수적 투자가 일반적인 관행인 것처럼 내려오고 있어 업종별 혹은 종목별 편입 한도에 따른 투자 제한이 여전하다.

신용이 우수할 경우 절대금리 보다 상대적으로 스프레드가 높은 회사채를 선호하는 것과 빈번한 신용 이벤트로 투자자의 회사채 비중 축소 및 은행채 발행 확대로 인한 확대도 역시 문제다.

따라서 회사채 시장이 활성화 되려면 발행 기업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지원이 필수적이다. 특히, 인프라 개선 및 신용보강, 세제 지원을 통한 투자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

▲동양증권이 국내 자본시장의 무시할 수 없는 강자로 올라서기까지 채권의 역할이 컸다. 이같은 강점은 어디서 비롯된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국내 채권 시장에서 먼저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자신감이다. 따라서 기존 채권 유통시장의 강점을 바탕으로 올 한해 발행시장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동양은 지난 2001년부터 채권을 개인들에게 팔기 시작했다. 회사채 물량의 소화가 탄탄한 이유는 지점 판매망도 한 몫했지만 해당 회사채 투자를 위한 리스크관리 작업이 선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 보호와 더불어 리스크 관리 작업이 크레딧 애널리스트와 현업부서간에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투자자가 어떠한 상품을 원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발행 물량을 고스란히 증권사가 떠안는 우를 범하는 일은 없는 편이다.

지난해 말 시장 대부분이 건설사, 여전사, 중소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을 기피했던 것과 달리 이 분야에서 잇따라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는 점은 리스크 관리와 더불어 시장이 원하는 상품 설계 능력을 모두 아우르는 데 성공했다는 자신감의 또 다른 표현이다.

▲자본시장법 시행의 본격화로 국내 증권사들이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다양한 자산을 어떻게 배분해 투자에 나설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동양증권 IB부문은 나름의 기준과 원칙을 어디에 두고 올 한해 꾸려갈 예정인가?

-일각에서는 채권외에는 IB업무에서 이렇다 할 색깔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채권 투자를 시작으로 PF(프로젝트파이낸싱), NPL(부실채권) 관리 및 투자, 국내외 M&A(인수합병) 딜 소싱 등의 작업을 꾸준히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꾸준하게 진행해왔다.

다시 말해, 어느 한 분야를 중점적으로 키워나가겠다는 것보다 채권인수, M&A, 기업공개 등 IB 업무의 핵심 기반이 될 모든 분야의 경쟁력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더욱 주력할 예정이다.

동양증권 IB업무를 관장하고 있는 GIM본부가 Markets, IB, CB, PF, 퇴직연금이라는 5개 파트로 나뉘어 있는 점도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관리 및 투자 네트워크를 강화해 고객지향적인 영업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특히, GIM본부의 IB부문과 Markets에 차이니즈 월을 두어 비공개 정보의 차단, 투자자 보호, 고객 중심적 영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조직 개편 이후 한동안 과도기를 거쳐 조직이 점차 안정화되기 시작, 점차 가시적인 성과를 일궈내고 있다고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고위험 고수익을 좇아 그동안 탐욕의 시대를 질주해 온 월가의 몰락이 글로벌 IB를 지향하는 국내 금융사들에게 준 교훈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는지 한 마디 부탁한다.

-한때 자본주의 시장의 꽃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월가의 투자 은행들은 과도한 차입과 부적적한 리스크 관리로 한 순간에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반년 사이에 베어스턴스, 메릴린치, 리먼브라더스가 사라졌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도 위험한 상황이며 세계최대 보험사 AIG도 구제금융으로 연명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에서 비롯된 금융위기가 전세계 금융시장을 마비시켰고 이는 곧 경기침체로 이어지며 카드, 소비자금융, 일반 상업은행의 부실로 전이될 위험까지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실물무문 악화가 다시 금융부문의 부실을 키우는 실물과 금융의 악순환 구조라는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일반인들의 분노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을 궁극의 성장모델로 지향해 왔던 국내 증권업계는 한동안 혼돈 속에서 새로운 방향 모색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굴곡을 헤쳐 온 기존 월가의 투자은행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의 장밋빛 전망만 믿고 달려온 증권업계는 방향타를 어디로 돌려야 할지 모르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일차적으로는 미국 금융시장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국내 금융시장의 거품을 진정시키는 일과 함께 미 금융시장 위기를 계기로 과연 자통법이 간과한 리스크 요인은 없는지 금융시장 변화에 맞춰 보완하고 개편할 부분은 없는지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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