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부실이 무섭다" 낮은 연체율에도 떠는 은행들

입력 2022-11-0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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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들이 낮은 연체율에도 '깜깜이 부실' 우려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 등으로 부실 규모를 사전에 예측하고 대비하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당장 내년 은행들의 최우선 과제는 건전성 관리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연체율은 8월 말 기준 0.24%다. 이는 전월 말(0.22%) 대비 0.02%포인트(P) 상승한 수치이나 지난해 같은 달(0.28%)과 비교하면 0.04%p 하락했다. 통상 분기 중 연체율이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체율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셈이다.

4대 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더 낮다. KB국민은행은 0.14%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하나은행은 0.18%, 우리은행은 0.19%였다. 신한은행은 0.2%였다.

안정적인 수준으로 연체율이 유지되고 있지만 은행 관계자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로 인한 착시 효과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차주는 현재 57만 명으로, 대출 규모는 무려 141조 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 규모는 늘어날 대로 늘었다. 지난 2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통계상 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은 221.2%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국민들이 나라 경제 규모를 훨씬 웃도는 수준의 가계 빚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은행의 여신업무 담당자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경우 이미 부실이 발생했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 등으로 부실 규모도 제대로 파악기 힘들어졌다"면서 "연체율이 낮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의 여신업무 담당자도 "한계기업의 경우 부실 관리가 사전에 이뤄질 수 있지만 정상기업의 부실이 갑자기 드러나게 되면 문제가 더 커진다"면서 "내년 기준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늘면서 부실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은행 의존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와 흥국시장 콜옵션 포기로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이 돈 구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기업 대출을 늘리라고 은행을 압박하고 있다.

은행들은 건전성 확보를 위해 기업 대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지만 기업 대출 규모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4대 은행의 9월 말 현재 기업대출 잔액은 611조3000억 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9.7% 늘었다.

결국 은행들은 충담금을 늘리며 대응하고 있다. 충당금은 대출을 회수하지 못할 상황에 대비해 금융사가 미리 쌓아놓는 비용이다. 실제 지난 3분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18.8%포인트 확대했으며 농협은행은 적립율을 한 분기만에 26%포인트 넘게 끌어올렸다.

시중 은행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대비해 충당금을 많이 쌓았던 탓에 그간 충당금 규모를 크게 늘리지 않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면서 "경제 상황이 악화하는 데다 기준금리까지 오르면 대출부실 우려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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