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어넷 마켓리더스] 버냉키 효과와 경기선 시험대

입력 2009-04-0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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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코스피시장이 주말을 앞둔 경계심리에도 불구 G20 공동대응 소식에 힘입어 연중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정부정책에 그간 비판적이었던 조지 소로스가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각국 정부가 힘을 합하고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은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힐만큼 G20 정상회담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앞서 열린 뉴욕증시(2일)는 개도국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1조1천억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G20 정상회담과 미 금융회계기준위원회(FASB)의 시가평가 기준 완화 승인 호재에 힘입어 사흘 연속 상승했다. 이날 주요지수는 2%~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G20 정상회담 지원 소식에 동유럽 국가 증시와 통화가치가 급등했고, 7개월만에 상승세로 전환된 2월 공장주문 지표는 경기회복 기대감을 자극하며 지수 급등에 기여했다.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 기대로 국제유가는 8% 이상 치솟았다.

美 증시 급등에 고무되어 1280선에서 상승출발한 코스피지수는 단기 급등을 의식한 차익매물이 흘러나오면서 장중 한때 약보합세로 밀리는 등 등락을 거듭한 끝에 전일대비 6.78p(0.53%) 오른 1283.75p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752억원, 374억원 순매수로 사흘째 `쌍끌이' 매수 행진을 이어간 반면, 개인은 5325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차익실현에 주력했다.

KSP200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408계약 매수우위를 보인 가운데,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130억원)를 중심으로 62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며 8거래일 만에 매도우위로 돌아섰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증시들이 소폭 상승했다.

닛케이지수가 0.34% 오른 것을 비롯해 가권지수(1.02%), 항셍지수(0.16%), 싱가포르지수(0.97%) 등이 상승했고, 상하이종합지수는 0.23% 내렸다.

증시의 오름세가 둔화되자 환율은 나흘만에 상승반전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6.00원 오른 1340.50원으로 마감했다.

은행•해운株 강세, 와이브로株 미국진출 기대 급등

G20 정상들이 2500억달러 규모의 무역금융기금 추가 조성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모처럼 해운주들이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벌크선 운임 약세로 무거운 행보를 보이던 STX팬오션이 9.28% 치솟은 것을 비롯해 한진해운(6.25%), 대한해운(4.22%), KSS해운(4.80%), 현대상선(1.55%), 흥아해운(2.01%) 등의 해운주들이 해상물동량 증가 기대감을 나타냈다.

미국 금융회계기준위원회가 은행들의 부실자산에 적용되는 '시가평가 기준 완화'를 승인함으로써 미국증시에서 금융주들이 급등한 영향으로 신한지주(4.14%)와 KB금융(2.72%), 부산은행(6.76%), 전북은행(3.70%), 우리금융(1.26%) 등의 은행주들이 강세를 기록했다.

그밖에 솔로몬저축은행(상한가)을 비롯한 저축은행주들과 LIG손해보험(8.55%), 메리츠화재(6.58%), 삼성증권(2.07%) 등의 금융주들도 선별적인 상승세를 나타냈다.

지수가 보합권에 묶이면서 대부분의 코스피 업종이 보합권을 맴돈 가운데 유통(2.91%)과 운수창고(2.05%), 음식료품(2.01%), 기계(1.79%), 철강금속(1.46%), 은행(1.43%) 등이 올랐고, 의약품(-1.31%)과 의료정밀(-1.21%), 증권(-0.44%) 등은 내렸다.

시가총액 상위주들의 등락이 엇갈렸다. 삼성전자(0.34%)와 POSCO(1.44%), 현대차(1.32%), LG디스플레이(0.33%) 등이 오른 반면 한국전력(-0.73%)과 현대중공업(-0.24%), SK텔레콤(-1.34%), LG전자(-0.20%) 등은 내렸다.

롯데마트와 손잡고 PB라면을 선보인 삼양식품이 실적호전 기대로 상한가에 진입했고, 포스코강판이 경기회복 수혜 기대로 역시 상한가에 올라 시선을 끌었다.

외국인(-121억원)과 기관(-350억원)이 매도에 나선 코스닥시장은 단기 급등 피로감을 표출하며 나흘만에 약보합(-0.15%) 마감했다.

대장주 셀트리온(1.82%)과 키움증권(2.71%), 동서(2.87%), 디오스텍(4.78%) 등이 선전한 가운데, 와이브로주들이 삼성전자 와이브로의 '아메리카 벨트' 구축 발표에 고무됐다.

포스데이타가 13.09% 수직급등한 것을 비롯해 영우통신, 기산텔레콤, (이상 상한가), 서화정보통신(14.71%), 이노와이어(12.36%), C&S마이크로(9.78%), 쏠리테크(6.59%), 케이엠더블유(4.87%) 등의 와이브로 테마주들이 일제히 급등했다.

주말 뉴욕증시, 고용지표 부진 딛고 상승

귀추가 주목됐던 미국의 3월 실업률은 25년래 최고치인 8.5%(전월 8.1%)를 기록하며 어두운 경제현실을 재차 확인시켜줬다.

그러나 월가 전망치에 부합한데다 고용지표가 후행지표라는 인식으로 시장에 별 충격을 주지 못했고, 공급관리자협회(ISM) 3월 서비스업지수는 예상(42%)보다 낮은 40.8%(전월 41.6%)로 발표됐지만 투자자들의 매수심리를 꺾지는 못했다.

최근 뉴욕증시의 투자심리가 경제지표 악재에 부쩍 둔감하고 호재에는 민감해졌음을 알 수 있다.

G20 정상회담이 예상보다 좋은 성과물을 만들어 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해결 논의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은행들의 부실자산 매입'과 관련해 구체적인 해법을 도출해 내지 못한 점은 큰 오점으로 남았다. 그러나 심리가 건재한 글로벌 증시는 유독 호재에만 귀를 기울였다.

"금융지원책들이 효과를 낼 경우 올해말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조건부 전망을 내놓았던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이날 "금융시장 안정대책들이 (제대로) 작동(working)하고 있다"고 밝혀 경기회복 기대감을 높였다.

버냉키의 언급은 급등부담으로 고개를 떨구던 은행주들을 밀어올려 씨티그룹, BoA 등의 은행주들이 4%~5%대 상승세로 반전했다.

버냉키 효과와 경기선 시험대

증시가 장중 조정으로 숨고르기를 대체하고 있다. 단기간 급등에 따른 과열 부담을 장중의 짧은 조정을 통해 해소하고 있을만큼 시장에너지가 강한 모습이다.

그러나 S&P500지수와 다우존스지수는 여전히 경기선(120일선) 아래에 머물고 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이미 3월말 120일선을 돌파한 상태지만 전체 증시의 대표성 측면에서 신뢰도가 높은 S&P500지수가 시험대라 할 수 있는 120일선과 대면하게됨에 따라 한차례 숨고르기를 예상해 볼 수도 있는 시점이다.

어닝시즌의 개막과 함께 주요기업들의 부진한 기업실적 발표가 조정의 빌미로 작용할 소지 또한 있다.

경기선 앞에서 뉴욕증시가 한차례 테스트를 거치겠지만 증시 주변 여건을 종합해 본다면, 조정이 있더라도 도약을 위해 에너지를 비축하는 건실한 눌림목 숨고르기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부실자산 매입을 위한 공공민간투자프로그램(PPIP), GM의 분리매각 방안 등 미국 정부가 주요 경제현안들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음으로써 증시의 발목을 잡아온 각종 불확실성들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양호한 시장의 심리는 부진한 기업들의 실적을 '과거의 실적' 정도로 그 의미를 축소해 버릴 수도 있다. 기술적으로도 구름층을 자연스럽게 벗어나게 될 가능성이 높은 모습이다.

버냉키 의장의 언급대로 금융안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고 하반기말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다면 경기를 6개월 정도 선행하는 주가는 상반기에 추세를 돌릴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S&P500지수가 120일선을 뚫고 올라선다면 버냉키의 금융, 경제진단을 시장 참여자들이 신뢰한다는 의미가 되고, 경기바닥론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될 듯하다.

북한의 로켓 발사와 관련해 전세계가 시끄럽지만 지정학적 리스크 관련 과거 사례들을 돌이켜보다라도 지정학적 변수가 증시의 방향성을 바꿔놓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내주초에는 S&P500지수의 움직임을 주목하되 조정을 보이더라도 예견되는 기술적 조정인만큼 위축되기보다는 평소 눈여겨 본 저평가 우량주들을 저가매수하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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