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금] 시진핑의 장기집권과 탈빈곤 돌격전의 허실

입력 2022-11-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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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의현 영남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지난달 열린 중국 20차 당대회는 예상대로 시진핑 주석의 강력한 1인 지배체제를 구축하면서 마무리되었다. 지난 10년에 추가로 5년을 더 하는 것이 아닌, 영구집권의 길이 열린 셈이다. 모든 것이 잘 짜인 각본처럼 일사불란하게 진행되던 잔치에서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장면은 후진타오의 퇴장이었다. 시진핑의 눈길 한 번에 2003년부터 10년간 중국을 통치했던 79세의 전임 주석이 회의장에서 쫓겨났다. 후진타오가 누구인가. 칭화대학을 나온 공청단 출신으로 기술발전을 중시하는 과학적 발전관을 창시했고, 시진핑 사상인 공동부유의 밑거름인 균형발전론을 내세운 바로 전임자였다. 더욱이 그는 덩샤오핑이 직접 차차기 후계자로 지명했던 인물이다. 공자의 나라에서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졌다.

장기집권의 시대가 열리면서 시진핑은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이라는 건국의 영웅과 같은 반열에 올랐다. 지난 10년간 어떤 업적이 있었기에 공산당은 그에게 영원히 국운을 맡겼을까. 마오쩌둥의 최대 업적은 혼돈의 대륙을 정리하고, 중국이라는 새로운 나라를 건국한 것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했으니 사회주의 중국이 무너지지 않는 이상 그는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게 될 거다. 덩샤오핑은 개혁개방 정책의 총책임자였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사회주의 최빈국이었던 중국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했다. 앞으로 중국의 경제발전이 정체될 수는 있겠지만, 과거 1970년대 수준으로 후퇴할 일은 절대로 없을 테니 그의 업적 또한 역사에 길이길이 회자될 것이다.

이번 당대회 보고서에서는 지난 10년간의 최대 성과로 ‘탈빈곤 돌격전에서의 승리’를 꼽았다. 중국은 진시황 이래 절대빈곤이라는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난 적이 없었는데, 시진핑 주석이 그 어려운 걸 해낸 셈이다. 중국 땅에서 헐벗고 굶주린 사람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 첫 시대가 되었으니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강변한다. 아무리 그래도 두 전임자의 업적과 비교하기엔 상당히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만 하는 필연적인 이념적 이유가 있다.

마르크스 이론에 따르면 자본주의 다음의 사회단계는 사회주의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이 그렇지 않으니 개혁개방 당시 중국은 이념을 무시하고 시장경제를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였다. 이념과 현실 간의 논리적 모순을 합리화한 시도가 ‘사회주의 초급단계론’이다. 완전한 사회주의가 아닌 초급단계이니 자본주의와 공존할 수 있다는 변명이다. 정치적으로 사회주의를 유지하면서 경제적으로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중국의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었기에 모두들 알고도 넘어가 주었다.

그런데 시진핑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시장경제의 도움으로 빈곤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면 그때부터는 ‘초급’의 딱지를 떼고 진짜 사회주의로 나가야 한다고 믿었다. 탈빈곤은 중국식 표현인 샤오캉(小崗) 사회의 완결이다. 샤오캉이란 모든 인민이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고, 문화생활도 가능한 사회로 정의된다. 완결된 사회주의에서는 자본주의라는 색채를 버려야 한다. 사회주의에서는 개인보다는 집단의 이익이 우선이고, 당이 그 사회의 모든 중요한 의사를 결정한다. 14억 인구의 미래를 책임질 능력자는 오로지 한 사람뿐이니 그분을 핵심으로 모시고 전 인민이 그의 안위를 위해 일치단결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당대회의 결론이다.

모든 것의 시작은 탈빈곤이다. 시진핑이 집권한 2013년부터 탈빈곤 정책은 중국 전역에서 시행되었다. 자신들이 정한 기준(1인당 하루 소득 1.69달러 이하)에 따라 빈곤 마을과 빈곤 가구를 선정하고, 이들의 소득이 기준점을 통과하도록 정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빈곤지역에 사는 약 1억 명에게 2460억 달러에 달하는 재정이 투입되고, 공무원이 일일이 달라붙어 밤낮으로 목표 달성에 매진한 결과, 드디어 중국은 2021년 초 공식적으로 탈빈곤을 선언했다. 그들이 지정한 가구의 소득이 모두 기준점을 통과했다는 뜻이다.

탈빈곤에 대한 중국 밖의 평가는 상당히 냉정하다. 첫째, 세계은행의 올해 초 보고서에 따르면 시진핑이 집권하기 전에는 노동소득이 빈곤가구의 소득 증가를 이끌었지만, 그 이후에는 이전소득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고 분석하였다. 자연스러운 경제체질의 개선이 아닌, 인위적인 재정투입 효과가 크다는 뜻이다. 둘째, 1인당 소득이 1만 달러를 넘는 중국 정도의 중간 이상의 소득 국가에서는 가난에 대한 기준이 하루 소득 5.5달러는 넘어야 하는데 중국의 기준은 이에 비해 너무 낮다는 지적이 있다. 셋째, 경제발전과 함께 중국의 절대빈곤 인구가 꾸준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굳이 제로를 만드는 노력보다는 빈곤지역의 교육, 건강 문제에서의 개선과 함께 도시지역과의 상대적 빈곤을 줄이는 정책이 더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마지막으로 탈빈곤 정책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 민간기업은 쏙 빼버렸다. 알리바바는 정부와 함께 빈곤지역에 인터넷망을 설치하였고, 농산물 온라인판매망을 구축하였다. 정부 정책이 가난한 사람에게 물고기를 던져준 것이라면, 민간기업은 잡는 법을 알려준 셈이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알리바바는 현재 시진핑 천하에서 깊숙이 몸을 숨기고 있다.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정치 권력과 국유기업이 경제를 통제하고, 지배하는 사회라면 역설적으로 국가독점자본주의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레닌이 제국주의론에서 말했던 그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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